6.2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동시직선으로 선출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광주 제외)이 지난 1일 일제히 취임한 지 두 달 째 접어들고 있다. 민선교육감 시대를 맞이한 이후 나타난 교육현장의 변화와 개혁, 혼란, 갈등 양상을 짚어 본다.

지난 7월 1일 전국 15개 시도 교육감이 일제히 취임식을 하고 ‘민선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서울 곽노현, 부산 임혜경, 대구 우동기, 인천 나근형, 대전 김신호, 울산 김복만, 경기 김상곤, 강원 민병희, 충북 이기용, 충남 김종성, 전북 김승환, 전남 장만채, 경북 이영우, 경남 고영진, 제주 양성언 교육감이 그 주인공들이다.

▲ 민선교육감 시대를 맞이한 이후 교육현장에서는 변화와 개혁, 혼란과 갈등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 교육감이 공존하는 체제
지난 1960년대 대통령 임명제를 시작으로 간선제를 거쳐 2006년 이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주민 직선제가 된 교육감은 말 그대로 시도 지역의 ‘교육 사령관’이다.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교육감을 통해 비로소 실현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입안하더라도 교육감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선 학교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사상 유례가 없는 교육실험으로 술렁이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김상곤, 민병희, 김승환, 장만채 교육감과 장휘국 당선자 등 6명의 진보 성향 교육수장이 당선되면서 교육계는 진보와 보수 교육감이 공존하는 체제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7월 13~14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는 새로운 역학구도를 반영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7월 12일 오후 2시부터 13일 오전 8시까지 18시간 사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일선 학교로 각기 다른 3건의 공문이 발송됐다. 시험을 치지 않겠다는 학생을 위해 대체학습을 마련하라고 했다가 대체학습은 불가하다고 하고, 이어 시험 시작 한 시간 전에 시험 선택권을 준 것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이 연달아 전달됐다. 지난 7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시험 회피 목적의 대체 프로그램’은 위법이라고 못 박은 공문을 전북과 강원도교육청에 내려 보냈지만 정작 두 곳의 교육감은 교과부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거나 자체적인 판단을 섞은 다른 유형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현장은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영등포의 한 고교에서 한 반 학생이 통째로 시험을 거부하는 등 집단 미응시와 보고 은폐 사태가 일어났고, 급기야 곽노현 교육감은 “일부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북과 강원도에서는 시험 첫날 각각 172명과 140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이들의 결석·결과 처리 지침을 놓고는 아직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현장에서 더는 혼란이 없어야 한다”고 논평을 냈을 정도였다. 교과부는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일부 교육청이 사전 협의 없이 평가계획을 변경하고 지침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현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직선 교육감에게 과연 어떤 제재를 가할지, 그 제재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요즘 전국 초중고에서는 교원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가 문항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녀의 담임교사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정말 비밀보장이 되느냐’ ‘괜한 평가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한 해에 한두 번 하는 공개수업만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학생 중심의 서술형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원 평가제 시행에 관한 규칙 폐지안을 취임과 동시에 입법예고했다. 국회 입법이 지연돼 법적 뒷받침이 없는 교원 평가제를 시행토록 하는 최소한의 근거였던 장학지도권 관련 교육규칙마저 아예 없애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지난 7월 1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지역 유·초·중·고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학교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일선 교사들은 교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불가피한 체벌까지 전면 금지한 것은 ‘현장을 무시한 즉흥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교과부와 교총은 체벌 금지가 현행 법률과 충돌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더구나 체벌금지령이 한두 시간 만에 ‘급조’된 것이라는 지적이 시교육청 내부에서 흘러나오면서 교육청 지침대로 체벌을 규정한 교칙을 전부 폐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혼란이 더 가중됐다. 지난 7월 20~21일에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이 충북 단양에 모였다. 상견례를 겸해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선출하고 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협의회장으로는 최고령(71세)에 3선인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합의 추대됐다. 참석한 교육감들은 협의회를 임의단체에서 법적 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고, 각 시도 교육청에 직제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해줄 것을 교과부에 건의하는 것을 끝으로 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다음 만남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 평가제를 테이블에 올리자는 약속을 하고 자리를 접었다. 진보, 보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육 이슈를 놓고 협의회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시도 교육감들은 취임사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학부모 등골을 빼는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혁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현장의 변화와 개혁, 혁신을 말하지 않은 교육감은 거의 없었다. 교육계 한 인사는 “민선 교육감 체제가 출발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개혁은 진행되기 마련”이라며 “단 개혁의 와중에 학생, 학부모, 교사가 겪게 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교육 당국과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각자의 전략과 개성에 따라 서로 다른 행보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최초의 진보성향 서울교육 수장으로서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및 체벌전면금지 등 자신의 교육철학과 핵심공약을 구체화하는 현장에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첨예한 논쟁 불러 일으켜

▲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방법과 시행시기’에 대해서 “학생을 인권의 주체라는 관점에서 두발규제와 체벌, 야간학습 등의 선택적 보장, 학생자치와 참여권 보장을 내용으로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참조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교육감은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의 틀 고수

▲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전교조 등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교육감 무상급식 실현하기 위한 작업 가시화

▲ 취임 2개월을 맞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최근 고교평준화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주요 공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