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정기철 기자) 서울시는 3월 버스 파업에서 나타난 운행 중단을 계기로 서울 시내버스 운영에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특히 이번 파업은 제도 미비로 인한 버스 운행 중단, 고물가·승객감소로 커지는 운영 위기 등 준공영제의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을 불러온 만큼 지난 20년간 준공영제를 운용하면서 누적된 주요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시는 파업 때 중단없는 버스 운행을 위한 필수공익사업 지정과 최소 운행률 의무화, 안정적인 버스 서비스의 근본책인 경영 관리방안 등을 담은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노동조합법 개정

파업 결의 때 최소 운행 준수 … 시민불편 줄여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와 함께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의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현재 노동조합법은 철도·도시철도와 다르게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아 노조원들이 파업에 찬성할 경우 최소한의 운행률을 준수할 의무가 없고 전면 파업이 가능한 구조이다.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결의하더라도 최소한의 운행률은 준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시민의 출퇴근길 불편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 3월 28일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시내버스 파업은 서울시버스노조의 12.7% 임금인상 요구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 (표1) 연도별 시내버스 만족도. (단위 : 점)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이유로 한 노조의 승무 거부에 따라 파업 당일 시내버스의 운행률은 4.4%(첫차~12시 기준)에 불과했다.

중복노선 재편 위해 노선조정기준 설립

‘26년까지 친환경버스 2,498대 도입 예정

서울시는 시민들의 발로서 안정적인 운행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수익 다변화, 노선조정 기준 수립, 재정지원 방식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한다.

먼저 용역을 통해 중복노선을 재편하고 건강한 수송분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선조정기준을 수립할 예정이다.

합리적 기준을 통한 노선조정과 감차 유도는 재정지원금의 비효율적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TX·경전철·광역버스 등 타 교통수단과 시내버스의 중복노선 문제는 재정적자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중복노선으로 인한 시내버스 수요감소에 따라 감차 등이 필요하지만 버스 1대당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노선권이 특허권으로 보장돼 시의 노선조정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또 연료비 절감을 위해 친환경버스를‘26년까지 2,498대(전기버스 2,355대·수소 버스 143대) 도입할 예정이며 수익 확대를 위한 버스회사의 경영혁신 유도, 광고 수입금 등 다변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준공영제 공공성 강화 평가 매뉴얼 개정

부실기업 법정관리 · 인수합병 등 추진

서울시는 민간자본 진출이 준공영제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도록 진입-운영-이탈 단계별로 관리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으며 배당 제한 등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 메뉴얼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공적자금으로만 연명하는 부실기업은 법정관리, 인수합병 등을 추진해 준공영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준공영제하의 재정지원방식은 비용 대비 운송 수입의 부족분에 대해 전액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버스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 (표2) 최근 10년 연도별 운송수지 및 재정지원 현황. (단위 : 억 원)

이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당할 부실 회사들이 재정지원에 의존해 회사를 운영 중이며 사모펀드와 같은 민간자본의 진출까지 쉽게 만드는 토양을 제공했다.

‘04년 7월 시내버스 준공영제 … 시민만족도 증가

‘22년 운송수지 적자 8,571억 등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04년 7월부터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의 관리성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로써 환승할인제·중앙버스전용차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재정지원을 통해 버스회사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승객 안전 우선, 정시 배차,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운영을 한 결과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만족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표1 참고)

다만 운송수지 적자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지원금은 준공영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이다.

특히, 코로나19 때 승객감소로 인한 운송 수입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상승, 높은 인건비 등 운임 비용 증가의 결과로‘22년 운송수지 적자는 8,571억 원에 달했다.(표2 참고)

한편, 서울시는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이해 공과를 평가하고 운영상 지적되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준공영제 혁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민간자본 진입, 경전철 등 대체 수요의 확대, 자율운행 도입 등 변화된 사회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최적 버스 대수·규모의 경제달성을 위한 회사 수 산출, 중복노선 기준 설정 등 비용 절감을 통해 향후 지속가능한 버스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 시내버스는 지난 20년간 준공영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해왔으나 그간의 다양한 교통 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지난 3월 28일 버스파업으로 95%에 가까운 버스가 운행 중단돼 시민에게 큰 불편을 끼쳤던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점까지 보완한 보다 높은 수준의 발전된 준공영제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