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경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노신경 교수는 붓 대신 바늘을, 종이 대신 천을 사용한 바느질 회화로 의식의 수면 아래 잠재하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해온 작가다. 

황인상 기자 his@

화선지와 먹으로 그리는 한국화의 정신과 회화적 조형성을 바탕으로 더욱 자유롭고 감각적인 조형 언어로 소통하며 색다른 경험과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는 노신경 교수는 체적인 대상을 재현하거나 특정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색채와 장지라는 종이의 질감, 그리고 오브제로 올라간 천들의 조형적인 구성으로 자족적인 회화를 성립시키고 있다.

바느질을 특정한 정서와 감성의 상징으로 확장시켜
노신경 교수가 바느질 회화를 하게 된 계기는 옛 추억과 회상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의 작업은 할머니로부터 비롯된 바느질에 대한 특정한 기억을 통해 지난 시간을 읽어내고 이를 변환시켜 본인만의 시공에 반영해 낸다. 이에 더하여 바느질을 한국적이라는 말로 공유되는 특정한 정서와 감성의 상징으로 확장시켜 자유롭게 작품에 전개하고 있다. 노신경 성신여대 동양화과 교수는 “작업에서 보여지는 천 조각들은 삶에 있어서의 작은 단편들, 기억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단편들을 끊임없는 바느질의 반복으로, 그리고 바느질을 통해 형성되는 실선(線)으로 엮어가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의 단편을 모아 커다란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에 더해 바느질이라는 표현방식으로 나타나는 실선들로 세부적인 시간성, 공간성 등을 의미하며 작업의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품의 제작 과정 초기에 손바느질을 하다가 점차 재봉틀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회화성을 강조하는 바느질 회화 작업으로 옮겨가고 화면에는 더 많은 자유로운 실 드로잉의 흔적들이 드러나게 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는 노신경 교수.

▲ 노신경 교수

그에게 있어 재봉질을 통한 이미지의 창출이라는 과정은 여러 종류의 천과 반복된 색실의 드로잉을 통해 촉각과 시각적 형식이 동시에 드러나는 색다른 경험을 전달한다. 이러한 노신경 작가의 작업에 대해 작가는 고충환 평론가는 “박음질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혹은 헤아리듯 시간을 조형한다. 그리고 소재적인 측면에서 풍경을 조형한다. 풍경이 표면에 드러난 조형이라고 한다면, 시간은 그림의 이면에 잠재된 조형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표면적인 조형과 잠재적인 조형이 하나의 층위로 어우러져서 상호작용하는, 그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되겠다”고 말하며 “화면 곳곳에 색색의 조각 천을 박음질해 고정시키는데, 바탕화면의 은근한 색조와 다양한 색실을 이용한 드로잉 그리고 조각 천의 색면이 마치 한 몸이듯 어우러져 담담한 깊이감을 자아낸다. 시각적이면서 촉각적인, 시각과 촉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아우르는 공감각으로 표현영역을 확장하고 심화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바느질 드로잉 통해 동양화의 새로운 계승 도모
노신경 교수는 “재봉틀로 작업할 때 바늘이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나오면서 형성되는 실의 흔적인 점선들의 연결은 본인의 손놀림이 연상되는 펜이나 연필 드로잉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즉흥적인 운동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바느질 드로잉이라는 특성을 통해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재봉선과 혼연일체가 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작업에 있어 사용하는 작업에 있어 바느질은 다른 회화 작업에 있어 붓과 물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지와 천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실(絲)선은 붓으로 그어지는 선(線)을 대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바느질 드로잉은 이러한 바느질(재봉질)을 통해 자유로운 드로잉 선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영환 평론가도 이러한 노신경 교수의 작품세계에 대해 “바느질과 오브제로 부착되는 천조각의 조형이 문제가 아니라 힘 있고 깊이 있는 화면과 선이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그림, 회화일 것이다. 아마도 그 지점이 이 작가가 생각하는 동양화의 새로운 계승 및 해석과 맞닿아 있는 장소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기도 했다. 갖가지 색채와 무늬, 크기의 천을 여러 가지 형태로 재단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나아가고, 재봉질을 통한 바느질로 꿰매기를 하면서 얻어지는 선을 이용한 ‘바느질 드로잉(sewing machine drawing)’을 통해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출해 나아가고 현대 동양화의 새로운 계승을 꿰하며 한층 더 폭넓은 관람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노신경 교수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노신경 교수의 작품은 국립현대무실관 미술은행, 한국미술협회,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북부지방법원, (주)CUO, 유중문화재단, 인천지방법원, 성신여자대학교 박물관, 박영장학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