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Hyper-Realism)는 하이퍼리얼리즘, 슈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 등으로 불리는 현대미술 양식이다.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미술’이라 칭하는 예술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시각경험의 한계점을 끌어내는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일으키게 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극사실주의는 말 그대로 극도로 사실적인 것이다. 이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서 단순히 시각적 표현에만 적용시켜 의미를 해석하면 안 된다. 극사실주의에서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고, 그만큼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한 작품이 많다. 

▲ 오동희 화백

한국의 극사실주의 대표하는 초상화 작가 
“긴 세월 수많은 얼굴들을 그려왔다. 그것은 즐거움이고, 보람이고, 때로는 고통일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열정이기에...” 오동희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오동희 화백은 한국의 극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50여 년을 초상화 외길로 걸어온 그는 초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초상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국내 최고의 사실주의적 인물화의 대가’이자 ‘초상화의 대가’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초상화라는 장르에 몰두해온 이유에 대하여 오동희 화백은 “초상화는 대상의 삶을 관조하고 한 순간을 포착해 인간의 얼굴을 묘사하는 작업”이라며 “회화가 한 사회의 문화적 생리를 구현한다면 초상화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감탄사부터 나오는 것은 극사실주의로 표현된, 사진보다 생생한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 디테일한 작업 능력과 해가 갈수록 그 연륜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 화백은 그림을 그릴 때 치열의 크기와 배열, 힘줄과 피부의 결, 주름과 속눈썹, 눈빛의 동공 크기와 안광까지 살펴서 보이는 대로 소홀함 없이 작업하며 인물의 표정과 인상, 손과 귀에서 생전의 성격과 성향까지 추론해낸다.

특히 고증 능력에 높은 기개와 종교적 신념으로 충만한 삶의 흔적까지 담아내고자 학술적인 자료연구로 초상화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일대기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회화적 특징까지 가미했다. 그렇게 오 화백은 프란치스코 교황,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를 비롯한 세계의 위인들과 김수환 추기경, 반기문 UN사무총장, 백범 김구 선생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의 초상화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특히 2016년에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아트 페어전에서 자신만의 초상화를 선보여 전 세계 미술인들의 찬사를 받았던 그는 지난 2012년 평소 존경해 왔던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 3점을 그려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한데 이어 2016년에는 천주교 어농성지에 윤운혜 루치아, 정광수 바르나바 부부를 비롯한 순교자 8인의 초상화를 헌정하는 등 의미가 남다른 나눔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작업에 매진, 초대부터 현 대통령의 초상화를 현재 한서대학교 대통령 자료실에 전시하고 있으며, 내년 전시회때는 일반 관람객도 감상할 수 있도록 오픈할 예정이다.

역사의 아이콘을 다음 세대에 고결한 헌사 담아 전달
“늘 안주하지 않고, 잡힐 듯, 보일 듯 내 영혼이 함께하는 그곳, 바로 내가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 초상화는 곧 그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완성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한 인물에 대한 집중력과 인내, 끈기로 자신만의 풍부한 화법을 구사해온 오동희 화백. 그는 완벽한 극사실적 초상화를 위해 인체의 골격과 근육에 대해 공부했다. 지금도 누드크로키와 골상학, 피부의 결과 근육의 흐름까지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연구하며 홍대 미술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이수할 정도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는 오 화백은 “붓으로 특정 대상에 헌정하며 작가의 개성을 남기는 고결한 인물화인 초상화에 삶을 바치고 있는 오늘이 나의 행복”이라며 “앞으로도 역사의 아이콘을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창작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고결한 헌사를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초상화 전문 갤러리인 오동희 갤러리를 개관, 종교를 초월한 큰 인물들 및 위인들과 명사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 자신의 작업실과 후학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늘 품고 있었다”면서 “작가는 미술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관람객들은 그들의 작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함께 행복함을 누린다. 누구나 보고,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도심 속 문화의 장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을 열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오동희 화백은 독일 베를린 인물화 개인전, 미술과 비평 러시아 초대전, MIFA Arts Fair, 파리아트 페어전, 이탈리아 로마신년초대전, 서울축제아트 엑스포 2023 등에 참가했으며 Roma Arts Collection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앙문화센터 인물화 지도강사, 숭실대학교 사회교육원 조형예술 아카데미 객원교수를 역임한 그는 현재 한국미협 회원, 서울미협 회원, 한일 창작 회원, 수작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