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심오한 예술이라 해도 그 근원은 우리 주변의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에서 비롯된다. ‘예술은 생활의 승화’라는 예술과 생활의 밀접한 관계를 깨닫게 된다면 우리의 생활도 예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예술이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예술과는 상당한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심영철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 심영철 교수

40여년 예술인생 함축한 52번째 개인전 <춤추는 정원>
지난 4월, 설치미술가 심영철 교수는 40여 년의 회고를 담은 초대전 <춤추는 정원>을 개최했다. 심 교수의 52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1층부터 4층에 이르기까지 전관에서 개최됐다. 특히 <춤추는 정원>은 봄을 몰고 와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을 주요 테마로 대규모 신작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심영철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오래전 벚꽃이 찬란하게 날리는데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아픈 기억들이 몸살 앓듯 지나갔는데 그 과정을 겪으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이번 전시 타이틀 ‘춤추는 정원’은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서 착안했다. 마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의 구절처럼 한바탕 소풍을 다녀온 저의 인생을 회고하며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심영철 교수는 선화랑의 4개 층을 4개의 섹션으로 나눠 공간을 연출했다. 1층 ‘꽃비 정원’에는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몽환적인 영상을 전 방위로 투사해 관람객과 소통을 도모하는 미디어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2층 ‘흙의 정원’은 가로 10m, 세로 2.4m 크기의 부조형 캔버스 작품인 ‘그림자 산수’와 함께 표면에 벚꽃이 새겨져 있고 그 사이로 빛이 나오는 2m 높이의 고려청자 모양의 조각을 설치했다.

심영철 교수는 “산수화나 도자기 모두 흙에서 온 것이자 전통의 역사에서 온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부연했다. 3층 ‘물의 정원’에는 커다란 수조를 만들고 그 위에서 피어나는 세 송이의 커다란 꽃을 만들었는데 물을 생명수처럼 인식하고 자연환경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명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4층 ‘하늘정원’은 아픔을 승화하는 치유의 공간으로 꾸몄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듯한 두 인물이 서로를 포옹한 채 입맞춤을 하고 있는 설치 작업인데 작은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판이 모여 이뤄진 사람의 형상이 마치 에너지가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표현했다. 심 교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각각의 테마에 맞는 음향과 향, 특히 VR까지 더했다. 춤추는 정원을 거닐며 외로움, 상처, 원망 고된 인생살이 근심들을 전시장에 모두 내려놓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심영철 교수는 “땅, 불, 바람, 물, 쇠 등 천연의 모든 재료와 아트피셜적인 요소를 합쳐 조형적으로 풀어냈고 테크놀로지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로 선보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예술적 영감의 원천은 자연과 환경
성신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심영철 교수는 1994년 토탈미술상, 2001년 한국미술작가상, 2007년 석주미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한국여류조각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설치미술가 겸 미디어 아티스트,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심영철 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매체, 소재에 관한 끊임없는 모색과 연구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한편으론 여성성의 탐색, 고통의 치유, 종교적 메시지, 역사적 사건 등을 주제로 관객과 소통해왔다. 특히 심 교수의 영감의 원천은 자연과 환경이다. 이는 작업초기부터 그가 관심을 기울여 온 대상이자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30년 넘게 작업해온 심 교수의 ‘가든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1993년 ‘일렉트로닉 가든’을 시작으로 2002년 ‘환경을 위한 모뉴멘탈 가든’, 2009년 ‘시크릿 가든’, 2010년 ‘매트릭스 가든’, 2014년 ‘블리스풀 가든’ 그리고 올해 ‘댄싱 가든’에 이르기까지 심영철 교수는 가든 시리즈로 일관하지만, 세부 주제가 변모해 왔다.

그렇게 우리 존재의 근본인 자연과 우주를 비롯해 먼 과거부터 미래까지 이와 더불어 존재하는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양식으로 예술을 표현해온 심영철 교수. 그는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활동하기 위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에 오가며 스튜디오와 활동 근거지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심 교수는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유럽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당장 실현될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지금껏 그랬듯이, 어떤 큰 이끌림에 의해 나머지 삶도 이루어질 테고 향후 프로젝트도 그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향후 또 다른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