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닥치면 경황이 없어 부랴부랴 상조회사나 전문 장례식장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급하게 장례를 하다 보면 고가 상품을 바가지 쓰게 돼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에 각종 허례허식을 없애고 필요한 절차만 챙기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 평균 장례비용은 매장의 경우 1,600만 원, 화장해서 봉안당에 안치하는 경우에는 1,2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때문에 유족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에다가 장례비용 부담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선진화된 장례문화 조성 위해 총력 기울여
신성호 지구촌교회 장로의 행보가 화제다. 선진화된 장례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신성호 장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치러지고 있는 대부분의 장례예식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일제의 잠재의식이 투과된 문화”라고 지적한다. 이것을 상조 회사들이 마치 우리의 전통문화인양 계승하면서 최근 장례문화는 고급화·상업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

▲ 신성호

40여 년 전부터 교회 경조팀에서 봉사하며 장례위원직을 역임하고 있는 신성호 장로는 지금까지 5천여 회에 걸쳐 장례식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는 교인들은 물론 전국 어디서나 상을 당해 언제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또 하던 일도 잠시 접어두고 제일 먼저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모든 장례 절차를 도와준다. 상주가 원한다면 임종 시부터 장례준비, 장례물품 구입, 장지와 매장, 마지막 하관예비까지 장례식 전 과정을 도우미 역할을 해주면서도 사례비는 일체 받지를 않는다. 신성호 장로는 “상을 당하면 고인에 대한 추모에 분주한 틈을 타 상조회사들의 비즈니스가 시작됐다”면서 “장례식장에 들어서게 되면 양쪽 벽은 화환으로 장식돼 있는데 이 장식은 가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유족들에게는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 보이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빈부격차로 인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대략 40년 전만 하더라도 식사를 제외한 장례용품염습, 장의차량 등 장례를 치루는 비용이 그때 최저 300만원에서 700만원이 소모됐다. 당시는 동리마다 장의사가 한 달에 1건에서 많아야 2~3건으로 가족을 먹여야 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점포세를 주어야 하기에 생산가의 1000%에서 1300% 받았으나 현재의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는 한 달에 100건 이상의 장례를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례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이에 대해 신 장로는 광고비가 나가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본인이 운송하여 오는 아주 편하고 또한 장례식장 빈소에 비해 죽는 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공급가의 50%의 마진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까지 대형장례식장인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장례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없이 진정, 고발하는 등 피나는 노력과 장례식장의 갑질에도 참고 견디며 죽은 자와 유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현재는 장례 비용을 5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좀 더 아름다운 장례를 위해서 천국 보내드리는 길을 쉽고 편하게 해주길 관계기관에게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장례를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키다
최근 신성호 장로는 교회진흥원과 함께, 장례지도학교를 개설, 선진화된 장례문화를 선도 및 장려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신 장로가 개설한 장례지도학교에서는 현재 ▲장례를 앞둔 가정 (암환우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 본인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선진화된 장례식 등을 강의하는 일반반 ▲교회장례지도를 위한 지도자반은 장례 예배인도, 장례상담, 장의용품 구입, 장의차량, 장례식장 이용방법, 선진화된 장례식과 절차 등을 강의하는 지도자반을 운영하고 있다. 신 장로는 “선진화된 장례는 돈이 들지 않고 빈부와 권력의 위화감 없는 장례로 누구나 돈이 들지 않아 가볍게 부담 없이 부모 형제를 하늘나라로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면서 “수많은 상조회가 생겨났다 사라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며 한탄하는 일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일부 TV방송을 통해 사은품을 준다하여 사행심을 일으키는 행위도 사라져야 한다. 상조회사가 자선사업 하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정부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제재하여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80이 다 된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기독교 장례문화 보급에 힘써온 신성호 장로는 첫 번째 저서인 <준비된 장례의 축복>, 두 번째 저서인 <죽음에서 천국까지의 섬김>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장례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중요 사례를 모아 집대성한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지침서>를 출간, 국내 목회부문 우수상에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앞으로도 교회 신학대학 암환우 사회단체 아파트단지주민 노인회 등 초청하는 곳은 어디든지 성심성의껏 강의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신 장로는 “지금 우리의 장례식 문화는 우리 전통 장례문화가 아니다. 한마디로 일본 식민지 시절 장례식을 통해 장례식장과 장의용품을 만들어 돈을 수탈하고자 가정의례 준칙을 제정하여 만든 것이다. 이제는 고인 시신 놓고 장사하는 부조금 그만두고 간편하고 엄숙한 장례문화가 필요하다. 장례는 망자와 산 자가 이별하는 과정으로 망자가 본향으로 편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켜야 한다”면서 “여생을 힘닿는 대로 장례교육을 해서 많은 사람이 장례의 소중함을 깨닫고, 장례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