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그가 돌아왔다.’ 지난 9월 30일 취임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이재오 신임  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16개월 만이다. 이명박 정부 탄생 공신으로 실세 중 한 명인 이 전 의원의 취임으로 여권 역학구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과거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 3개 기관이 합쳐진 기구로 부패방지, 국민 권리 보호 및 구제(救濟)가 주요 기능이다. 정가의 관심은 벌써부터 임기 3년의 위원장직을 이재오 위원장이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의 핵심 참모로서의 역할 기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좌장역할을 했던 이 전 의원은 2008년 4월 공천 갈등 등 당 내분의 당사자로 인식되며 총선에서 낙선한 뒤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올 3월 귀국했다.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주된 임무는 이명박 정부가 하반기 국정 운영에 가속도를 붙여갈 중도 실용 친 서민정책의 국민고충처리라는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과거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합쳐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이재오 위원장의 취임을 토대로 공직 사회 전반을 감찰하는 권한과 기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이 전 최고위원의 권익위원장 취임은 이 대통령의 지명으로 이뤄진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입각설이 무성했던 ‘이재오 역할론’에도 현실화되지 못했던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았을 뿐이고 결국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장관급 인사에 내정한 것은 탄력을 받고 있는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의 핵심 참모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지명은 국민권익위원장에 이 전 최고위원이 적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내 개혁파’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도덕성과 국민 권익 문제에 천착하고 있음을 고려했다는 것. 이명박 정부 들어 ‘법질서 확립’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민 권익 외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 이 전 최고위원에게 국민권익위원회를 맡김으로써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초 정계복귀를 앞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8개월 정도 권익위를 맡아 공직 사회 전반을 감찰하는 사정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서민 고충처리를 비롯한 정부 국정운영 방향을 후방 지원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주길 바라는 청와대의 기대감이 깔려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원장은 장관급 자리이지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 않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등이 합쳐진 기구인 만큼 업무영역도 넓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그의 도덕성이나 개혁성을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외형상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기구이지만, 위원회 업무의 특성상 이 전 최고위원이 장관급 위원장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정권의 실세로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장 이재오, 그는 누구인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젊은 시절 찌들어지게 가난한 우리의 농촌을 바꾸고 싶었고 농민이 잘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4H라는 농촌운동을 하기 위해 중앙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당시 중앙대 학생이 되어 농촌운동을 하던 이 위원장을 한일회담 반대 투쟁을 이유로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결국 제적까지 시켰다. 이후 이 위원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으로 30년간 5번이나 투옥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대를 30년 만에 졸업한 이 위원장은 그 와중에서도 1972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서 1973년 장훈고등학교, 1974년 대성고등학교, 1979년 송곡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1992년 민주당 창당 때까지 청운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약 30년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정치가로 변신했다. 이재오 위원장은 그의 정치철학인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이명박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이재오 국권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고 ‘실세’로 부상했으나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 낙선, 그해 5월 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올 3월 말 귀국 후에는 특별한 당직이나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중앙대에서 강연해 왔다. 이 대통령과는 지난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 때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중앙대 한일회담반대구국투쟁위 위원장 자격으로 시위를 주도할 때 고려대 상과대 학생회장이던 이 대통령을 운동권 동지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에 입당, 당내 보수파로부터 ‘색깔론’ 공격을 받았으나 당내 서울지역 출마자 가운데 최다득표란 기록을 세우며 당선됐다. 이후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쳐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은 채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벼 ‘자전거 의원’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고교 교사를 10여년 간 지내 ‘국어선생님’이라고도 불린다. 이재오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가 말하는 정의라는 것,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 것이 우리시대 국가경쟁력이고, 이 국가경쟁력이 미래 한국을 국제사회에 우뚝 세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왔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공직생활을 하려면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서 관이든 민이든 할 것 없이 적어도 이명박 정부 하에서 비리는 부끄러운 것, 비리를 저지르고는 제대로 사회생활 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을 섬기는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작은 목소리로 이러한 것을 실천하고자 한다”며 “위원장인 저는 여러분들이 국민을 위해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방패막이 되어 주고 여러분들을 보호해주고 어떤 외압으로부터도 여러분을 지켜나가는 일을 제가 하겠다”고 피력했다.   

“반부패ㆍ청렴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빨리 자리 잡고, 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친서민ㆍ중도실용의 가치가 정립되고 국정이 안정과 또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첫째는 주로 서민들,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공직자들과 정부권력에 의해 억울한 국민들이나 그중에서도 억울한 서민들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권력의 이름으로 소외된 국민들이 생긴다면 이는 현 정부가 지향하는 친서민ㆍ중도실용의 가치구현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정부기관에 의해 피해를 받는, 행정기관에 의해 피해 받는 사람들이 행정심판이라는 이름으로 구제의 폭이 더욱 확대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의 관료주의적 습관, 또 폐쇄적인 공직사회로 인해서 공무원들이 하는 것은 다 옳고 국민들이 제기하는 것은 다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식의 흐름은 옳지 않다. 그래서 국민이 피해 받는 권리가 행정심판이라는 제도로 복원되어야 한다. 그것이 중도실용의 가치를 구현하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부패ㆍ청렴이 공직자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5대 의무로서 반부패?청렴의 의무를 국민들은 생활화하고, 공직자는 공직의 가장 중요한 덕목과 의무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도실용과 친서민 철학의 가치를 구현하는 길 동시에 반부패ㆍ청렴은 단순히 공직자의 비리나 권력형 비리, 토착비리를 근절하는 차원을 넘어선 국가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어 이 위원장은 “반부패?청렴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이것이 제가 파악한 위원회 업무의 근간”이라고 덧붙였다.

1일 1현장 원칙으로 선례 삼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고충민원 처리, 부패방지를 위한 정책 수행, 행정심판 처리다. 행정기관 등의 위법ㆍ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인 고충민원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 또는 부담을 주는 사항에 관한 민원으로 시정권고, 의견 표명,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 합의, 조정, 각하 또는 이송 등을 거쳐 민원을 처리한다. 한편 부패방지를 위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부패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60일 이내(30일 연장 가능)에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조사기관에 의뢰, 60일 이내에 조사결과를 통보받아 신고자에게 알려준다. 또 행동강령 위반 신고로 공직자의 부패유발의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부패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법ㆍ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자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처리해 행정관청의 위법ㆍ부당한 처분을 받은 국민이 신속ㆍ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구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재오 위원장은 취임 후 1일 1현장을 원칙으로 내세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두 개 내지 세 개의 현장을 찾고 있다. 이에 이 원장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았다. 그것은 바로 ‘좋은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민생현장을 보듬어야 한다. 부당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반부패 현장을 살펴야 한다. 약한 서민을 돌봐야 한다’는 것. 이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는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해 사무실에서 오전에 밀린 보고를 받고, 결재하고, 검토 받고, 회의를 하고 12시까지 업무를 보기 때문에 1일 1현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현장에 나가는 것은 위원장의 고유 업무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자리를 잡아놓아야 제가 임기를 마치고 다른 위원장이 후임으로 오더라도 이것이 관례가 되고 선례가 되어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전통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까지는 기관만 청렴도 조사를 했지만 이 위원장은 금년에는 순위까지 매겨서 계속 연속해서 하위 순위에 들어가는 기관에 대해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고위공직에 해당하는 자리는 개인별로도 청렴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서 평가를 해 업무가 다르더라도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한이 있어도 개인별 청렴도, 부패지수 등을 계량화하고 이 또한 순위별로 발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것이 제도화되면 그것은 곧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하루 빨리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왕의 남자 이재오 국권위 위원장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국민권익위원회를 이끌어 나갈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