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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부패 방지 위한 ‘김영란법’ 추진
적용대상 범위 확대 두고 ‘과잉 입법’ 논란
2015년 02월 04일 (수) 17:35:50 황태희 기자 hti@newsmaker.or.kr

공직자 등의 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여야가 ‘공직자 이해충돌’을 제외하고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적용대상 범위 확대를 놓고 ‘과잉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1월8일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빼고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 적용대상을 정부 입법안에서 제시됐던 국회와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 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임직원에다, 공무원 가족(처벌은 해당 공무원이 받음)과 모든 언론기관과 사립학교·유치원 종사자까지 포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종 법안 마련까지 진통 예상
애초 법안을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인익위원장은 “내용을 더 봐야겠지만 애초 법안을 제안할때는 공직자 위주로 한 것”이라며 “적용 대상을 넓힌 만큼 실제 탈법이 생기지 않게 촘촘하게 장치를 마련했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법 적용대상자가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대로 된 검증과 적발이 어려울 경우 ‘탈법 행위’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가족도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 처벌 대상으로 삼은 점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공직자 등이 명절 선물 등으로 한우 등을 받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은 건대 가족으로 확대하면 너무 제약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편이 공직자인 경우 남편을 보고 우회적으로 주는 선물인지, 그렇지 아닌지를 가족들이 구별하는 게 가능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도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법안이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유치원 교사까지 넓힌 원칙과 정책 목표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며 “법리적인 이유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양당 정무위 간사가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데 대해선 “법안을 완결해서 법사위로 넘겨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란법이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숙려기간(5일)을 둘지 12일 처리할지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란 법이 반쪽으로 합의된 데다가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면서 최종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상임위 관문 넘었지만 후폭풍 거세
공직사회의 금품수수와 부정부패를 막겠다며 제시된 ‘김영란법’이 극심한 진통 끝에 국회 상임위 관문을 넘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월12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결했지만 법안의 취지를 들어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과 현 상태로는 과잉입법에 위헌 소지도 있다는 정반대 주장이 여전히 부딪친다. 가장 핫한 쟁점인 이해충돌 방지조항은 논의를 보류한 데다 법제사법위가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는 등 김영란법 논란은 오히려 격화될 조짐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공직자와 그 가족의 금품수수, 부정청탁을 규정하고 이를 적용할 대상을 명시했다. 처벌 기준은 금액으로 1회 100만원 초과 여부와 직무관련성이 핵심.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이다. 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100만원 이하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만 과태료 대상이다. 100만원 이하를, 직무관련성 없이 받더라도 문제가 된다.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받은 액수가 300만원을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게다가 공직자 가족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돈을 받아도 공직자가 처벌받는다. 공직자가 외부강연시 일정금액 이상 대가를 받고도 이를 신고하거나 초과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문다. 부정청탁의 경우 15개 유형의 부정한 청탁을 받는 공직자도, 이런 청탁을 하는 사람도 강력히 처벌 받는다. 이처럼 과도하게 엄격해 보이는 법안은 이른바 ‘벤츠 여검사’로 상징되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공직자 형제가 뇌물을 받은 사건 등이 공직사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기존 법률로는 당사자를 처벌할 수 없단 점이 부각됐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직자나 그 가족의 금품 수수, 부정한 청탁, 공직자 사적 이해관계와 직무간 충돌 등을 막는 강력한 법안을 2012년 8월 국무회의에 제시했다. 초안, 원안, 입법예고안으로 다르게 불리는 ‘김영란법 1.0’이다.

정치권서는 “무시무시한 법안” 반응
김영란법은 시작부터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예고안을 수정한 것이다. 직무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자던 것이 연관성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는 것으로 조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후퇴’ 논란을 빚었지만, 예고안 그대로는 도저히 법적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정치권에선 “무시무시한 법안”이란 반응이 나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선 적용대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KBS·EBS는 규율하고 나머지 민간 방송은 제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것이다. 같은 식으로 국공립 교원과 사학 교원을 구별해선 안 된다는 방안이 등장했다. 이번에 정무위가 도출한 법안에 공직자, 공직유관단체 종사자 외 언론과 사학이 포함된 게 이 때문이다. 이는 과잉입법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물론, 언론과 사학 포함 여부는 법안의 본질이 아니란 반론도 있다. 사학 교사와 언론이 포함되기 전 대상자는 공직자 본인과 가족을 포함, 1500여만명으로 추산됐다. 여기엔 지역의 크고 작은 관변단체 직원 등 사실상 민간인도 포함됐다. 이번에 법사위 문턱에 간 법안은 1700만~1800만명 수준이다. ‘1500만명은 괜찮고 1800만명은 안된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정무위는 예고안이 포괄적으로 부정청탁을 규정,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15개 유형으로 좁히는 등 현실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정무위 여당 관계자는 “도저히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예고안을 고치고 또 고쳐서 이만큼이라도 온 것”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입법예고안보다 과잉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제기된 쟁점 일부는 여전한 숙제다. 유형도, 실제 사건도 제각각이어서 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수없이 나타날 수 있다. 법률 조항보단 국민권익위 등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일도 빈발할 전망이다. 권익위는 문답 형태의 사례집으로 국민 이해를 돕겠다지만 이 법을 알든 모르든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사회상규’라는 예외규정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국회에 따르면 결혼식·장례식 등 관혼상제와 법원 판례로 인정된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회상규로 인정될 여지가 적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각종 기념일, 생일 축하 선물 등은 법으로 인정되는 사회상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해충돌 방지조항이라는 또 다른 산도 남아 있다. 공직자가 교육행정이나 복지업무에 종사할 경우 그 가족이 각각 학교나 병원에서 일한다면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특정업무는 대리인에게 맡기는 방안 등이 있지만 실제 시행 시 공직자의 가족은 직업선택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역효과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 여론은 김영란법 통과를 주문한다. 공직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여야 정당은 법안에 무조건 찬성하기도, 문제가 있다고 용기 있게 나서기도 어렵다. 김영란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고도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2월 임시국회 통과시 내년 2월부터 시행
정치권이 2월 국회에서 김영란법 우선 처리를 합의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당장 내년 2월부터 시행이다. 비록 시행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남았지만 기존 관행과 법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 민원 해결사인 국회의원들도 김영란법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걱정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공직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온다. 법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사회생활의 근본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한다. 직접적으로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들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 실효성이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민원인들을 만나기 꺼려하게 되면서 소극적인 정책집행, 나아가 복지부동의 공직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정부부처의 A공무원은 “업무로 민간인을 만나는 것이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면 공무원들은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민관 협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인데 행동의 제약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공무원들에게 형사처벌은 사실상 공직수행에 있어서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며 100만원 초과 수수시 직무연관성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한 규정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의 민원에 가장 취약한 곳은 국회의원실이다. 민원 해결 실적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민원과 경계가 모호한 부정청탁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업무가 크게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하는 것은 예외로 정하고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포괄적이고 애매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B보좌관은 “지역의 숙원사업에 대한 민원까지도 자칫 부정청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우려가 있다. 민간기업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C과장은 “대관업무가 사람만나는 건데 솔직히 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모든 업무가 사실상 ‘청탁’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고 전한다. 대관업무가 기업과 정부의 소통채널인데 이들 행위 모두가 부정청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업무 처리과정에서 식사 등의 만남도 불가피한데 이 경우 100만원 미만이라도 과태료 부과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사정기관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적용을 엄격하게 한다면 김영란 법 적용대상은 무궁무진 해진다. 금품수수 규모, 직무연관성 등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들이 수사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공직사화와 민간이 만나는 식사나 술자리, 골프 등이 크게 줄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우려에도 김영란 법이 한발씩 전진하고 있는 것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 동안 암암리에 만연했던 부정한 청탁과 접대 문화 등으로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이해관계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업무상 과도한 민원이 많은데 법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 같다”면서 “합법적으로 거절할 명분이 생겨서 오히려 좋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후유증을 우려하는 이들도 김영란법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시스템에 의한 운영’으로 바꾸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종 입법과정에 법안 선의는 살리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후유증이 있더라도 김영란법이 가져올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면 입법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사회 분위기상 후유증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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