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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영혼으로 승화하는 것이 예술이다”
2020년 05월 06일 (수) 03:11:51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김희재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희재 화백은 프랑스 파리 에꼴 드 보자르(Ecole des Beaux-Arts) COURS ADULTES POUR 과정(2003~2004)을 수학하였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40여 년의 연구 끝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붓칼 화법을 개발한 김희재 화백은 미적 영역의 자율성을 획득했으며, 야생화, 들풀, 호수 등의 자연을 소재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기억 속 빛나는 편린들 녹여낸 <기억 속으로> 연작
김희재 화백은 명멸하는 삶에 대해 깊이 관조하며 내면에서 우러나는 사유들을 그림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다.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들려올 것 같은 섬세함과 깊이가 있는 김 화백의 작품에는 시가, 그리고 음악의 선율이 흐르며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갈색의 서정과 우수, 사색이 녹아든 캔버스 속 들꽃은 유려하고 단아하며 존재감이 명료하다.

▲ 김희재 화백

최근 김 화백은 연작 <기억 속으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의 나는 중첩된 기억의 산물이다.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쌓인 수많은 기억 속에는 슬픔, 기쁨, 환희, 결별, 고통 등 다양한 감정들이 들어 있다”며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영혼으로 승화하는 것이 예술이다. 혼이 실려야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기억들 속에서 빛나는 편린들을 끄집어내어 작품 속에 녹여내고, 그 작품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기억 속으로> 연작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오랜 관조를 통한 사유가 차분히 녹아 있는 김 화백의 작품은 언뜻 보면 매우 정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동적이다.

특히 그의 작품 세계는 소멸과 생성,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재생의 변증법적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대표 작품 <기억 속으로> 시리즈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주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이자 니체의 영겁회귀 사상과 맥이 닿으며 시와 음악이 흐른다. 이러한 김희재 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김혜니 선생은 “김희재의 화폭에는 해질녘 시간대, 광활하고 적막한 공간, 산허리와 암반을 감싸고 휘돌아 내려오는 운무…그 아래 아름다운 장미꽃이 도란도란 추억을 나누고 있다. 릴케의 시에서 장미는 ‘순수한 모순’ 곧 사랑의 본질을 의미한다. 사랑은 쌓이고 쌓여 산이 된다. 산은 사랑하는 이의 거주처이다. 산 아래의 장미는 산에 오르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차마 장미는 켜켜이 쌓여져 간 사랑을 암반으로 꼭꼭 누르고 또 눌러 놓는다. 그래도 시리고 서러워 절로 흐르는 눈물은 암반을 비집고 나온다. 그래서 신비로운 운무가 되어 산허리를 휘감고 떠돈다. 사랑의 넋이 떠돈다. 누르고 덮어서 심연 밑바닥에 꽁꽁 감춰놓은 사랑, 이것이야말로 영겁회귀(永劫回歸)의 사랑이리라. 아! 벅찬 환희의 비원…”이라고 평한 바 있다.

▲ 기억 속으로(into the memory)

‘붓칼 화법’ 통해 섬세하고 디테일한 질감 표현
김희재 화백은 ‘붓칼 화법의 대가(大家)’로 일컬어진다. 그가 개발한 붓칼 화법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해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자적인 화법이다. 차갑고 강한 스틸의 칼이 현란한 꽃밭을 일구어 내며 아름다운 엮임의 미학을 창조해낸다. 붓칼 화법은 말 그대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방식이다. 일단 그림을 시작하면 그 작품이 완성이 될 때까지 나이프를 놓을 수 없다. 물감이 마르면 긁어낼 수 없기에 100호짜리 그림을 제작하려면 꼬박 72시간 동안 작업을 해야 하니 잠을 잘 수도, 쉴 수도 없이 고도로 집중하여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과정은 고되기만 하다.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엎드려 작업하는 과정을 1990년부터 30년째 진행하고 있으니 어깨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그가 붓칼 화법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화백은 “붓칼 화법은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던 저만의 작품 기법이다. 밑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마르기 전에 나이프로 긁어내는 방식이다”면서 “나이프로 형태를 새기고 음영을 넣으면 붓으로는 도저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섬세하고도 디테일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예술은 일종의 ‘하소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힘들거나 외로울 때 지나온 기억들을 생각하며 지금을 이겨내고, 미래를 위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억 속으로’ 연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사아트센터 기획 초대전-재회, 조선화랑, 선화랑, 표화랑,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인사아트센터,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가나아트센터, NEW YORK ART EXPO, 미국 라이얼스 갤러리, 프랑스 Gallery des l’ international interculture 등 총 1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랑팔레 비엔날레89, 인도국립미술관, 일본문화원 등에서 단체기획전에 다수 참여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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