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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조형미로 손과 장갑에 얽힌 휴머니티 담아내다
2020년 04월 05일 (일) 23:12:11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

정경연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1980년, 약관 26살의 나이로 최연소 홍익대 교수로 부임한 정경연 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국내 섬유미술의 산파 역할을 수행해왔다.

황인상 기자 his@

섬유예술에서 창작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정경연 교수는 회화는 물론 판화, 조각, 설치 등 광범위한 조형까지도 아우르는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 유학시절 어머니가 보내주신 ‘장갑’이라는 특유의 모티브가 자리 잡고 있다.

▲ 정경연 교수

섬유예술의 현대조형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다
대중에게는 ‘장갑작가’로 유명한 정경연 교수. 그는 평면과 입체, 강열한 색채와 흑백, 형상과 비형상을 넘나들면서 ‘장갑’에서 ‘손’으로 인간의 단상으로, 도조작업을 통한 브론즈제작을 시도하고 타피스트리, 판화, 유화, 테라코다를 제작하기도 한다. 백남준을 기리기 위하여 자신이 직접 연희하는 장면이 삽입된 ‘Harmony’ 시리즈의 비디오 설치 등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경연 교수가 처음 국내 미술계에 등단했을 때에는 그의 작품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는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갑’이라는 소재 자체만을 두고 보았을 때 이는 분명 섬유공예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의 형태와 비기능적 측면을 두고 볼 때는 조각 또는 입체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작품은 섬유 원래의 목적성으로서의 기능을 벗어나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자 한 점에서 공예라는 영역을 부단히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그가 국내 미술계에 등장했을 때, 다소 보수적인 섬유예술 측면에서는 ‘이것은 섬유공예가 아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진취적인 안목에선 ‘소프트스캅쳐가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는 시대적 추세에 부응해 우리 섬유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 무제 B-13 123x37x37cm Bronze (1988)

대학에선 섬유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로서 적을 두고 있지만 그의 활동영역은 섬유와 아울러 회화, 조각전 등에 미치고 있다. 주요한 현대미술의 초대전에 그가 초대되는 것은 섬유예술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현대 조형작가로서다. 이 점에서 확실히 그는 섬유예술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섬유예술의 현대조형으로서의 가능성을 더 넓힌 작가로서의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특히 정 교수는 질료로서의 섬유를 다루는 한편 내용으로서의 소재는 장갑을 다룬다. 장갑이란 소재를 일관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다. 근래의 변화에서 두드러진 것은 평면화와 풍부한 색채의 원용이다. 입체에서 평면에로의 회귀는 자연 풍부한 색채의 동반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정경연 교수는 “장갑은 무엇보다 서민적인 소재라는 점이 끌린다. 손을 통해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고 의미를 표현한다. 손은 마음의 표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손을 감싸고 있는 면장갑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땀과 삶의 애환이 녹아있다”면서 “손을 보호하는 장갑의 기능보다 일을 마친 사람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장갑을 주재료로 한 작품 속에 그 마음의 표정을 현대적인 조형미로 풀어내어 손과 장갑에 얽힌 휴머니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갑은 ‘세상을 보는 시점’이자 ‘창작의 원천’
“제게 ‘장갑’은 서양화에서 캔버스, 조소에 있어 브론즈와 돌, 동양화에 있어 화선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작업 표현의 도구 역할을 하는 수단일 뿐이다.” 정경연 교수는 ‘장갑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많은 재료로 다양한 실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업들은 정해진 개념의 틀과 의식의 굴레에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공예, 디자인, 순수예술 등 특정한 장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장갑은 ‘세상을 보는 시점’이며 ‘창작의 원천’인 셈이다.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가공한 장갑을 각 작품의 질서로 완성시킨 정경연의 ‘장갑’들은 실제 인간의 손처럼 정답게 느껴지기도, 또는 그 이상으로 신들의 손처럼 압도적이고 성스럽게 느껴진다.

▲ 어울림2016-15, 60.6x72.7cm, 캔버스에 프린트. 목장갑. 실등 혼합기법 및 혼합재료, 2008프린트.2016

매사추세츠 컬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 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친 정경연 교수는 모스크바 국립산업 미술대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국내외 52회 개인전과 한국·대만·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이탈리아 등 10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바그다드 세계미술대회 동상, 미술기자상, 제1회 석주미술상, 제1회 오사카 트리엔날레 회화부문 특별상, 서울국제아트페어 초대작가 대상,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근정포장, 이중섭 미술상, From Lausanne to Beijing 특별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제25회 목양공예상, AIAM 그랑프리(Grand Prix), 디자인코리아 2015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사)한국기초조형학회), 뉴저지주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홍익섬유·패션조형회 회장, (사)한국미술협회 상임자문위원, 인도박물관 부관장, 한국 섬유미술가회 자문위원, (사)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사)한국텍스타일 디자인협회 자문위원, (사)한국섬유패션산학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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