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운지구 사업추진 현황도.

(뉴스메이커=정기철 기자) 서울시가‘개발·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운상가 일대를 ‘보전·재생’으로 전환한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세운상가 일대의 도심제조업을 활성화하는 등 기존 산업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신산업 육성을 통한 기존산업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기존 소상공인의 재정착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거점공간과 프로그램은 공공이 재원을 투입하고 가용 부지를 활용해 지원한다.

궁극적으로 기존 산업생태계에 대한 보전과 혁신이 어우러진 도심제조사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시는 상인·토지주·사업시행자 등과 80여 차례가 넘는 논의를 거쳐 △일몰 지난 구역 △정비사업 추진 구역 △공공산업거점 8곳 신설에 대한‘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지난 달 3일 내놨다.

일몰시점 지난 152개 정비구역‘해제 후 재생’

이를 위해 우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일몰시점이 지난 152개 구역은 관련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주민협의를 통한‘재생’방식의 관리로 전환한다.

전체 171개 구역 중 구역지정(‘14.3.27.) 이후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경과해 일몰시점이 지난 구역들이다.

152개 구역은 △세운2구역 35개소 △세운3구역 2개소 △세운5구역 9개소 △세운6-1·2·3·4구역 106개소이며 추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정비구역 해제지역은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통해 화장실·소방시설 같은 열악한 기초 인프라를 보강하고 주차장 확충, 도로 및 보행환경 개선 등도 지원한다.

또, 건축규제 완화, 건축협정 등 방법으로 개별 건축행위를 유도해 시설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세운3-2구역 내 을지면옥은 그동안 강제철거 금지 원칙을 견지하고 보전방안에 대해 소유자 및 사업시행자와 협의했으나 당사자 간 의견이 서로 달라 향후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4월까지 일몰 관련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이번 종합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아‘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연내 수립한다.

사업계획 구체화 과정에서도 지역 상인·단체, 사업시행자, 유관기관 등과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주민참여와 사업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3구역 공공임대상가 조감도.

세운지구 11개·수표 구역 … 대책 마련 후 정비 추진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세운지구 11개 구역과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 정비구역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세입자 대책을 마련한 후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각 구역별 사업시행자와 함께 실질적인 이주수요를 감안해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리처분, 사업시행인가 등 사업실행 단계에서는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세입자를 위한 공간제공 등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3-6·7)은 세입자에게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을 제공한 후 '21년 세운5-2구역에 서울시와 LH가 공동 조성하는 지식산업센터(약 100호)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임시 영업장은 구역 내 기존 건축물과 도로변에 대체영업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된 세운5-1·3구역은 사업시행자가 사업부지와 건축물을 기부채납하고 수표구역은 기부채납 부지에 공공에서 임대상가를 조성해 세입자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를 신청된 나머지 구역들도 정비사업 기간 중 세입자가 입주할 임시영업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기존 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산업특화공간과 공공기여 방안 등 구역별 산업특성을 고려한 세입자 대책을 수립·이행하기로 했다.

시는 공공임대상가 입주를 원하지 않는 사업체 등을 대상으로 빈상가 알선 등 공공중개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산업재생을 위한 공공산업거점 8곳 조성 구상(안).

공공산업거점 8곳 신설…공공임대상가 700호 이상 공급

산업재생을 위해 서울시와 중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공공부지·기부채납 부지 등을 활용해 각 구역별 특성에 적합한 공공산업거점 8곳을 새롭게 조성한다.

기존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상가(700호 이상)를 비롯해 청년창업지원시설, 화장실·샤워장 등 생활SOC, 공동작업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공공임대상가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산업 혁신을 위해 시제품개발 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고 기술전수를 위한 마이스터스쿨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소상공인과 을지로 일대에 새롭게 자리잡기 시작한 청년, 문화·예술가들의 작업활동 지원을 위해 공실을 활용한 공동작업공간과 장비대여 등도 추진한다.

세운5구역 내 정비구역 해제지역은 공실로 남은 상가를 공동작업장 등을 조성해 골목 내 거점공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업골목재생 시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기술개발과 판로개척에 필요한 특별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으며 공동 전시·판매·작업장·물류창고 등 인프라를 지원받을 수 있는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지정도 추진한다.

현장에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경영 기술교육, 신기술 컨설팅, 공동사업 및 판로개척 같은 현장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소상공인 등 기존 산업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청년들과 신산업 유입을 통해 지역과 결합된 새로운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재생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종합대책을 계기로 향후 서울 도심부 개발과 산업정책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