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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등생이 아니다. 대학원 빼놓고 모두 우등상 받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2009년 11월 04일 (수) 13:56:45 허정원 기자 ka6161@newsmaker.or.kr

“배우기를 그친 사람은 곧 죽은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CEO ‘자동차왕 헨리포드’가 자신의 한 평생을 정의한 이 말은 세계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처럼 배움, 그 끝없는 여정 속에서 포기없는 도전의 드라마를 그려내는 인물이 있어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67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10대 소녀의 감성과 20대의 젊은 열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혜원 신임순 작가. 삶에 있어 가장 위대한 일은 자신의 마음을 젊게 유지하는 것일 터. 신작가가 보여주는 젊음은 바로 ‘배움’에서 시작된다. 학문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삶 곳곳 묻어나는 나눔의 손길로 훈훈한 단비를 내리는 그녀의 발자취를 들여다보자. 

‘제2의 이모작 인생을 열다’
   
▲ 혜원 신임순 작가 부경대학교 법학과 졸업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부산미술대전 특선4회 우수상한국미술대상전 대상 수상진중문예창작전 최우수상 2회 수상
예순을 훌쩍 넘긴 만학도의 석사학위 수여, 매월 10만원씩 저금해 모교에 장학금 1000만원 기탁 등 일찍이 지역언론에서 화제가 된 신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 점심 식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부산의 구수한 된장국 한 그릇을 대접해야 한다며 발을 이끄는 그녀는 부산 초가을 바닷바람만큼이나 환히 취재진을 맞이했다. 늦은시간까지 공부하다 식사를 거르기 일쑤인 그녀에게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준다는 화실 옆 맛골식당에서 그렇게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전국 어딜 돌아다녀도 이렇게 된장찌개를 맛있게 하는 곳은 못 봤어요.”라고 운을 띄운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게 꼭 된장찌개를 대접한다는 그녀는 혹 손님이 돈을내면 되돌려준다고 했다. 그렇게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인간 신임순’의 모습. 그도그럴것이 취재진 또한 이 날 그 된장찌개 맛에 매료됐으니, 식당 아주머니의 구수한 손맛과 신 작가의 정이 어우러져 그 어떤 비싼음식과는 비교도 안된다. 6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말해주듯 6남매 중 장녀였던 신 작가 역시 동생들 뒷바라지로 자신의 학업과 결혼까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군무원 생활 중에서도 늘 공부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품었다. 한평생 군무원을 지내면서 명예퇴임을 할 수 있음에도 굳이 정년퇴임을 고집했던 특이한 이력에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끝까지 마무리 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고 전한다.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체계적으로 나눠 완벽히 군무원 생활을 마감한 그녀는 이 후 62세의 나이에 당당히 부경대 법학과에 입학하는 또 다른 도전의 드라마를 시작했다.

67세 최고령 석사학위 취득 ‘배움은 끝이 없다’
처음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부담과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혔다. 자식보다 더 젊은 세대들과 함께 공부하며 뒤쳐진 환경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족과 주위의 반대라고. 하지만 그녀는 “배움은 끝이 없다. 공부는 젊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하는 학문”이라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설득했다.
   
▲ 부산대 총동창회장 김훈, 김성우 의원, 혜원 신임순, 문창무 새마을중구회장

이후 그녀는 불철주야 책상 앞에 매달렸고, 논물을 쓸때는 새벽 3시가 넘어도 그녀의 화실에서 불이 꺼지지 않아 혹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더 염려할 정도였다고. 화실 옆 맛골시당 아주머니는 공부에 방해될까 포도 한 송이 들고가기가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신 작가는 “요즘 우리 주위에 손주, 손녀를 돌봐주는 어르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르다.”고 전한다. 어려운 시대를 산 사람들이기에 마음속에는 공부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는 것. 조그만 불씨는 바람만 조금 불어줘도 큰 횃불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진정 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주길, 혹 그것이 배움에 대한 갈망이라면 여지없이 응원하고 지원해주길” 당부했다. 지난 8월 21일 부산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으로 당당히 석사모를 쓴 신 작가는 고령의 나이에 석사논문은 무리라는 주변만류에도 불구, 완벽히 논문을 소화해냈다. 여성과 지역, 장애인 등의 기회균등 실현과 이를 위한 정부 조치의 실태를 분석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조명한 ‘한국정부 적극적 조치의 실태분석과 발전방안’논문을 발표한 것. 모교인 부경대는 물론, 부산대 행장대학원 관리자과정11기 및 경성대 경영대학원과정7기, 스피치리더쉽과정, 한국화과정수료, 홍익대 미술교육원 등을 총 10년간 수료한 그녀는 생활역학, 한문지도사 자격증 등 각종 전문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젠 전국 곳곳 그녀를 응원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 박사과정 도전에 대한 물음에 조심스레 긍정으로 답을 전한 신 작가는 “제가 살아있는 한 공부는 계속 될 거예요.”라며 밝게 웃는다.
   
▲ 부경대학교 발전기금 기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
   
▲ 복사꽃핀 선원
사실 신 작가는 하루가 25시간이라도 그 하루가 부족할만큼 바쁘다. 2004년부터 명장2동 주민자치위원으로 지금껏 활동하며, 지월스님과 함께 재직시절 군장병의 정서함양과 사기진작을 위해 항만정사 가법당을 창설하기도 했고, “항만정사”이름까지 직접지은 불교간부회장과 88년경성대학교 경영자과정 7기를 졸업하며 여동문회 회장까지 도맡았다. 또 취재진이 찾아간 날은 한국전통예악 총연합회 동래지부에서 주관하는 ‘제16회 명인초청공연 및 전국시조경창대회’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던 것. 고전 우리 전통국악을 전파하고자 설립된 한국전통예악 부산(동래)지부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시조의 효시 정과정곡을 읊은 역사와 충절의고장 동래에서 애송시와 애창시조가 울려 퍼질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당부하며 ‘우리 시조창을 제대로 알리고 후세에 보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모든 신 작가의 활동에는 ‘봉사’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묻어난다. 평소 남모르게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곧 삶의 미덕이자 자신의 행복’이라는 지론을 품어온 그녀는 생각에서 그치기보다 직접 실천에 옮기기를 좋아한다. 모교 부경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쾌척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큰일이 아닌데 너무 이슈가 돼 자신이 더 부끄러웠다’는 그녀는 당시, 기부사실을 학교에 비밀로 부치기까지 했다. 다만 천 원도 허튼 일에 쓴 적 없는 검소한 그녀이기에 한 달 10만원씩 차곡차곡 모아 만들어진 장학금 1000만원 속에는 오랜 시간과 학생들을 위한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이 깃들어 그만큼 삭막한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연화 원앙도

‘최선을 다하자’ 꼭 이루어진다
동양화를 시작으로 2005년 부산시청에서 첫개인전을 연 신 작가는 ‘목단’을 주로 그린다. 군무원 시절부터 어려운사정에도 자비로 미술재료를 구입해 목단을 그려 사람들에게 전했던 그녀는 “목단은 부와 번영을 상징해요. 저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를 이루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성과 마음을 담아 목단을 선물해요.”라고 전했다. 70년대 초 이왈종 화백에게 처음 미술에 입문한 신 작가는 부산미술협회 초대작가로 부산미술대전에서 특선 및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 발전에 힘을 실어왔다. 그녀가 생각하는 부와 번영은 마음이다.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고 긍정의 기운을 가져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것이 곧 삶의 부를 만들어낸다는 지론. 인터뷰 내내 차 한잔, 빵 한 조각이라도 더 따뜻한 것, 맛있는 것, 많은 것을 나누고자 취재진에게 건내던 그녀의 모습이 넉넉한 인심과 몸에 밴 나눔의 습관을 느끼게 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늘 감사함을 잊지 않는 신 작가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마치 어머니가 딸아이를 안 듯 포근하게 안아주던 그녀의 따스함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배움은 곧 내 꿈이고 희망이예요’라는 그녀의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정신과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드라마를 그려보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도전하라. 할 수 있다’는 말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부정의 말은 금물’이라며 ‘공부해서 뭐 할거냐. 나이 많아서 못 한다.’는 부정의 말들이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신 작가는 격려와 용기는 못 줄 망정 상처주는 일은 없길 진심으로 기원했다.NM

   
▲ 신선과 사람이 같이 사는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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