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나 예술 향유의 생활화로 삶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실제 옛 성현들은 미(美)나 예술을 인간 형성의 근본원리로 삼아 예술을 정치의 한 방편으로 내세웠으며, 알려진 대로 공자의 정치이념이기도 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수많은 인류학자들은 “미래에는 물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던 시대가 가고 정신적 풍요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예술이 중요한 국가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 섭리에 충실한 가식 없는 공간으로 조성
“내가 하는 예술은 붓 이전의 예술입니다. 붓이 만들어지기 전, 인간의 예술은 뭘까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었지요.” 손일광 노랑다리미술관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손일광 관장은 패션 1세대 디자이너이자 전위예술가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인물이다. 국내 아방가르드 예술의 주역이자 한국 최초의 전위예술그룹 ‘제4집단’을 이끌어온 설치미술의 대가인 손 관장이 지난 2015년 개관한 노랑다리미술관은 자연 그 자체이자 우주의 섭리에 충실한 가식 없는 공간이다.

▲ 손일광 관장

올해로 개관 6년차인 이곳은 손 관장이 직접 지은 곳으로, 미술관 그 자체가 설치미술로 평가받는다. 대지 3000여평, 건평 150평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16m 길이의 전주대 30개를 얽어 틀을 만들고, 고흐의 <앙글루아 다리>에 착안해 노랑다리미술관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노란색을 입힌 다리도 설치했다. 여기에 수집한 예술품과 근현대의 추억이 담긴 생활용품을 설치미술로 재탄생시킨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는 맥주잔 4,800개로 만든 예술품도 있고, 본질이 바뀌지 않았는데 왜 변기에 앉은 후 배설이 되면 더러움의 상징이 되는지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도 있다. 손 관장의 작품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원소주기율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은하계 등 수학과 과학의 폭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운이 좋으면 손 관장의 예술 강의까지 들을 수 있다.

손 관장이 지난 10여 년 전부터 터를 다지고 나무와 꽃을 심고 미술관의 모습을 하나하나 만들어 온 이곳은 숲 속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초록빛 자연을 조성해가며 더불어 모습을 갖춰왔다. 바닥에 작은 수로를 만들고 잉어를 키우고 수초가 자라게 하고 중앙의 부채꼴 나무계단은 하늘공원으로 연결되다. 초입의 카페 유리천장이 자연스레 온실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스런 햇살이 시간대 별로 다른 무드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이 ‘자연 그 자체’라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최근에는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적 쉼터이자 어린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근 지역민들 뿐 아니라 먼 길을 마다하고 찾는 이들로 늘 북적거린다.

예술의 보고 완성 위한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달고 살아야 해요. 그래야 커다란 진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1968년 개최된 첫 패션쇼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래 국내 최초의 길거리 패션쇼, 페이퍼드레스, 나무의상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왔던 손일광 관장. “기본적인 룰에만 입각하여 그 요소를 부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창조되고 나올 수 없다. 우리는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손일광 관장은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예술의 보고(寶庫)를 조성하는 사업인 ‘20년 프로젝트’의 전반부를 실행하기 위해 손 관장은 10년을 준비해 노랑다리미술관을 설립했고 현재 6년째 운영 중이다. 이에 손 관장은 20년 프로젝트의 후반부에서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감성을 촉발하는 위대한 과학자들에게 감동의 헌사를 바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도 일관된 미의 철학에 대한 것을 그냥 지속해서 해나가는 작업이다.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생각하는 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6년을 더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 노랑다리미술관이 지금보다 훨씬 풍성한 작품들로 가득할 것이다. 3천 평에 달하는 노랑다리미술관 대지 전체가 작품으로 변하는 모습을 6년 후에 오는 분들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