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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갈등 재점화
조 전 부사장,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 시사
2020년 02월 06일 (목) 00:18:36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봉합된 것처럼 비쳤던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갈등이 재차 불거졌다. 지난해 12월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태희 기자 hth@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입장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 본가서 경영권 두고 다툼
법무법인 원은 “선대 회장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상속인 간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면서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주주 및 선대 회장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것.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사차 모친의 집을 방문한 조원태 회장은 가족들과 경영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임을 희망하는 조원태 회장과 경영참여를 원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의 난’이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12월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 자택을 찾아가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집안의 물건을 부쉈다. 이명희 고문의 지인 A씨는 “조원태 회장이 이명희 고문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집안의 유리를 박살 냈다”며 “이명희 고문이 직접 자신의 상처와 깨진 유리 등을 찍어 회사 일부 경영진에게 보내 보호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일보가 확보한 사진에는 이명희 고문으로 보이는 사람의 팔에 상처가 있고 집 안 바닥에는 귀중품 등이 깨진 채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바닥에는 핏방울도 떨어져 있다.

조원태 회장은 이명희 고문이 경영권 분쟁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에서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은 당시 부인 및 3자녀와 함께 이명희 고문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이 사실은 이명희 고문이 자신의 상처 입은 팔과 집안의 깨진 유리 등 피해 상황을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해 한진그룹 최고경영진 등 회사관계자에게 보내고, 이 중 일부가 공유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조 회장이 모친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그의 부인과 어린 자녀 3명 외에 회사 경영권 지분 갈등을 겪고 있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최대주주 조양호 회장의 별세에 따른 상속으로 주요주주가 변경됐다고 지난 10월 공시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조원태 6.46% ▲조현아 6.43% ▲조에밀리리(조현민) 6.42% ▲이명희 5.27% 등이다. 주요 주주 중 누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차기회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원태 회장의 임기는 올 3월까지다.

조 회장과 이 고문, 사과문 발표
지난해 12월30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최근 빚어진 가족 간 ‘소동’에 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가족 간에 서둘러 화합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이 남긴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집 안의 화병이 깨지는 등 격렬한 언쟁이 오갔고, 이에 대한 가족간 일들이 고스란히 외부로 알려진 것. 그만큼 조 회장에 대한 나머지 가족간 불협화음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조 회장과 이명희 고문이 서둘러 사과는 했지만 경영권 분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조 회장과 나머지 가족들 간 신경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조원태 회장 대 이명희 고문,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가족 간 다툼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지난 12월30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라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라고 했다.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하기 위해 지난 12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의 집을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이 고문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놓고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너 가의 경영권에 압박을 가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지난해 12월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율로 봤을 때 그룹 경영권의 ‘캐스팅보트’를 쥔데다 남매 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명희 고문의 지지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 전 부사장은 6.49%로 엇비슷하며 이 고문은 5.31%, 동생 조현민 전무는 6.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문은 이 자리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강조하며 암묵적으로 조 전 부사장 측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나머지 가족들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간담회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기자들에 “(조양호 전 회장이)지난해(2018년) 12월 제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대한항공은 제가, 나머지 계열사는 대표이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을 뿐더러, 조 전 부사장 측근들까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자 격분하며 반격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정 수입이 없는데다, 향후 경영 일선에 돌아와도 가까운 인사들이 사라져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들의 입장 조 회장이 자신들과의 상의 없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거나 주변 인물들을 내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고문이 지난 12월25일 조 회장의 편을 들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 짐작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상황은 독단적 결정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이 처한 심리적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만약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조 전무가 손잡으면 한진칼 주식 중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18%대로 뛰어오른다. 단일최대주주 KCGI(17.29%)보다도 높은 지분율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과 이 고문 측이 ‘사과문’대로 가족 간 화합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룹의 운명은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CGI를 비롯한 한진칼 주요 주주인 반도건설 계열사(6.28%) 등이 어떤 전략을 취할 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향후 행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진정한 가족 간 갈등 봉합 없이는 한진그룹 경영권은 주총 전까지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늘리며 ‘경영 참여’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집안 갈등’에 이어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28%로 늘리고 보유 지분의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히면서 한진그룹의 경영 향배가 안갯속에 빠졌다. 지난 1월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1월10일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까지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지분율 6.28%보다 2%포인트 늘린 것이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8.28%를 확보하면서 한진가(家)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지분율 28.94%)을 제외하면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주주가 됐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이어 한진칼 지분은 KCGI(강성부펀드)가 17.29%, 미국 델타항공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다. 목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가는 한진칼 지분 28.94%를 갖고 있으며, 델타항공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 일가 4명은 경영권 확보에 우선을 두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경영방침에 반발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 오는 3월에 열릴 정기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한진칼 측은 관련 분위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에서는 가족 간 갈등 상황과 더불어 이전부터 경영권 견제를 해온 KCGI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으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국 최근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반도건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반도건설은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12월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함에 따라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이 합쳐져 25.42%가 된 상태로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분(4.11%)을 더하면 한진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많아진다. 이에 따라 한진가가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제3의 주주 지분율이 높은 것도 향후 경영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족 간의 갈등이 나타나자 반도건설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간 갈등이 더 커질수록 KCGI나 반도건설 등 외부 자본이 더 개입될 여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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