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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위로와 영감 주는 인문적 커피를 하고 싶다”
2020년 02월 05일 (수) 00:38:57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김경민 아마츄어작업실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민 대표는 커피에 인문학을 담는 젊은 디렉터로, 커피와 인문학,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의 조합을 통해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김경민 대표는 “인문이란 토대 위에 과학, 기술, 문화·예술로서 커피를 접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커피는 더 이상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히고 있다. 이제 인류는 커피라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에 입학해 김성헌 교수를 만나면서 그가 가진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김경민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커피와 함께 인문학을 마시는 공간으로 디렉팅
김경민 대표는 카페 역사를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이전 다방문화가 있었는데, 다방은 지식인의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음악가, 기자, 예술인들이 모인 공간으로, 이들의 브릿지(다리) 역할을 해줬던 인텔리한 다방주인이 있었으며, 이러한 문화가 지금의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것이라는 것. 김 대표는 “카페의 기능은 결국 말하고, 생각하고, 읽는 공간이다”며 “다방 커피든, 아메리카노든, 브루잉커피든 커피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 김경민 대표

현재 김 대표가 디렉팅한 카페는 청계천의 ‘아마츄어작업실’(익선동에서 이전)과 종로 5가의 ‘오제도’, 미아동의 ‘카페시집’ 등 세 곳. 여백의 미가 있으면서도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에 김 대표는 인문학과 레트로는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며, 레트로는 있는 그대로의 미학을 추구하고,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카페는 사유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는 사람의 숨소리도, 작은 대화소리도, 커피를 내리는 물소리도 모든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소리이기에 단지 공간을 채우기 위한 음악이라면 사유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한다. 그가 레트로풍 카페를 추구하는 이유도 어쩌면 과거 ‘지식인의 공간’이었던 카페의 역할을 복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는 인문학도다. 바리스타 출신이 커피를 접근하는 방식과 인문학도가 커피를 접근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나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중심에는 인문정신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커피와 공간은 인문정신의 발현이며, 이것을 위해 과학, 기술, 문화·예술적 요소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기술을 위한 커피를 하고 싶지 않다. 대중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인문적 커피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브루잉 방식의 커피만을 고집한다. ‘인간의 힘’에 의지하여 내리는 커피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판매중인 원두의 이름 또한 독특하다. 드립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가배’, ‘흑심’, ‘내일이 휴일이라면’, ‘반고흐’, ‘헤밍웨이’, ‘황실커피’, ‘신의커피’ 등의 이름이 붙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헤밍웨이’의 경우 헤밍웨이가 쿠바의 크리스탈 마운틴이라는 원두의 커피를 즐겨마셨다고 한다”면서 “헤밍웨이를 마시는 사람은 그 순간이나마 자신이 헤밍웨이가 되어 문학적인 감상에 젖어보길 바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오래 잠자던 공간에 인문학적 숨 불어넣어
지난 2016년 종로의 서민한옥마을 익선동에 ‘아마츄어작업실’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종로 5가에 문을 연 ‘오제도’, 지난해 3월 강북구 미아동에 오픈한 ‘카페시집’, 그리고 최근 이전한 청계천의 ‘아마츄어작업실’에 이르기까지 김경민 대표는 각각의 테마를 정해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공간에 숨을 불어넣어 왔다. 그가 제일 처음 선택했던 익선동 한옥마을의 ‘아마츄어작업실’은 10년 간 비어있던 서민한옥을 리폼해 ‘나의 작업실’을 콘셉트로 공간을 구상하고 그가 유학시절 썼던 칼럼, 전시했던 그림과 사진들을 배치했다. 두 번째 공간인 ‘오제도’의 경우 15년간 비어 있던 일본식 가옥을 리폼하고 ‘종로의 외딴섬’이라는 콘셉트로 경성시대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세 번째 공간인 ‘카페시집’도 비어있던 구여관의 지하다방을 리폼한 것으로 ‘시문학’을 콘셉트로 하여 공간을 구성했는데, 모든 음료의 받침으로 그동안 모아둔 시집의 시 한편을 찢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김 대표는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을 청계천으로 이전하면서 ‘모든 현대인은 작가다’라는 의미로 ‘작가의 공간’을 콘셉트로 정하고 공간을 구성했다. 청계천으로의 이전은 최근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주목을 받으며 극단적으로 상업화되면서, 인문학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그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

최근 오픈한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마츄어작업실’도 과거 가정집이었고, 목재소였고, 식당이었다가 한동안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김 대표는 “특별히 죽어 있는 상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인문’이란 가치가 스며들 수 있는 공간, 인문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뿐”이라며 “다만 내가 있는 공간들은 관객이 있어야 하는 곳이나 골목자체가 빛을 보지 못했던 곳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긴 시간 동안 이러한 공간들은 존재해왔고, 그 안에서는 나도 모르는 인간의 숨소리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바로 그러한 기본 바탕이 새로운 인간의 이야기 ‘인문’을 담을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복원과 리폼이란 과정을 통해 만들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적인 커피와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서 “한국의 커피역사를 조명하고, 한국의 도구로 만든 커피를 반드시 선보이고 싶다. 한국의 커피 역사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한국커피이고 한국인문학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적인 커피와 한국 다방의 역사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나가고 있는 김경민 대표. 그의 노력이 활짝 꽃 피울 그 날을 기대해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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