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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은 것들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 만들다
2020년 01월 06일 (월) 00:02:26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의미다. 그 나라의 문화가 없어지면 뿌리가 없고 역사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보존하는 사람이 살아있는 한 역사는 계속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오늘날 세계 각국은 자국의 수공예에 대한 애착이 도를 넘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선진국일수록 전통수공예의 보호 육성과 보존, 전승, 전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문화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박물관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공예가 진태훈

전통 민화를 소뿔의 표면에 적용시키다
공예가 진태훈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진태훈 작가는 소의 뿔을 활용한 화각(畵閣)공예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왕실과 귀족층만 소장했던 화각공예는 말 그대로 뿔에 그림을 그리는 공예 작품이다. 화각공예는 회화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는 각질공예로 나전칠기와 쌍벽을 이루는 고유의 전통왕실공예이자 동양공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이한 공예다. 전통적인 화각공예의 특징은 투명도가 높은 소뿔을 종이보다 얇게 펴 각지(角紙)를 만든 뒤 뒷면에 오색찬란한 단청안료(丹靑顔料)로 갖가지 문양을 그리고 채색해 만들고자 하는 목기물 백골(白骨)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것이다. 색채는 적·청·황·백·흑 등 오색을 기본으로 하여 비교적 명도가 높은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실내분위기를 화사하고 생기 있게 해준다. 또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까다로워 생산이 많지 않다. 귀족층들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으로 이용되고, 일반대중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 공예품이다. 화각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순수 한반도에서 기원한 예술로 그 뿌리는 고대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 진태훈은 이러한 전통 화각공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 전통 민화를 소뿔의 표면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태훈 작가는 “소의 뿔을 재료로 한 전통 공예인 화각공예는 재료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었다면 민화가 있는 소뿔은 뿔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자연스러운 멋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화각공예를 위해 가장 우선 하는 작업은 바로 소뿔의 선별이다. 크기, 색상, 무늬, 상태 들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작업에 사용되기 좋은 소뿔을 고른다. 이후 전통 화각공예가 소뿔을 얇게 펴 각지를 만드는 것과 달리 진태훈 작가는 소의 뿔을 장시간 삶아 뿔 내부의 구성물 등을 제거한다. 그 다음 건조된 소뿔이 잘 서있도록 비중이 있는 물질로 내부를 채우고 전통 미술 작품을 선별하여 그래픽 작업을 적용시킨 후 전사 인쇄를 하여 부착한다. 마무리 작업으로 코팅제로 코팅을 하면 민화가 있는 소뿔 공예품이 완성이 된다. 진태훈 작가는 “저는 저의 화각공예를 통해 외면 받은 것들이 만나 서로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버려지는 소뿔에 예술적 가치 불어넣다
진태훈 작가가 소뿔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연히 축산시장에서 육가공이 이루어진 후 아무런 의미를 가 지지 못한 채 버려진 아까운 소뿔을 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그는 소의 뿔을 자세히 보니 각 뿔마다 표면의 무늬라던가 휘어진 각도, 방향 등 매력적이고 고유적인 패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 작가는 “표면의 무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미술 재료인 한지와도 매우 흡사한 인상을 주었다”면서 “그에 따라 소뿔 자체가 일종의 그림을 받쳐줄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 전통 민화를 소뿔의 표면에 적용시켜 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진 작가의 이러한 화각공예는 내외국인들 대상으로 기념품 및 선물용으로 제작될 수 있고, 지자체들과도 협력하여 방문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직접 작품제작과 체험활동도 가능한 특별한 사업으로 발전시켜 지자체 홍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전통을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옛날 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만이 아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계승·발전하지 않는다면 전통은 더 이상 살아 숨 쉬는 것일 수 없다. 화각공예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진태훈 작가의 행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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