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0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의료법 제82조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바탕을 뒀다”며 “복지 정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안마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점 등에 비춰 소수자인 시각장애인들의 실질적 평등 구현을 위해 우대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2006년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자격 독점이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데도 법률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규칙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협헌 결정 1주년을 맞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대한안마사협회(회장 송근수www.anmaup.or.kr)를 찾아 보았다.
안마업권의 맹인 전업제 확립에 힘써
지난해 10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사)대한안마사협회는 “헌법재판소는 ‘2006년 위헌결정에서 지적됐던 형식적인 부분이 국회입법으로 해결되었다’고 “지난 10월의 판결은 내용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며“이는 ‘형식’에서는 ‘입법기관’이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률유보 원칙위반을 해결하였고, ‘내용’에서는 ‘헌법기관’이 합헌 결정을 통해 직업선택의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소수 약자의 생존권적 기본권이 우선임을 판단하여 헌법 제 34조 5항의 정신을 형식과 내용에서 완성하였음을 만방에 천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대한안마사협회는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업터전인 안마업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안마사의 모임인 법인단체다. 송 회장은 “우리 협회가 설립 된지 30년 동안 갖가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도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나마 이런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안마업이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업의 수단이라는 강인한 의지 때문 이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업을 빼앗길 경우 생계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마, 마사지, 지압,등 각종 수기요법, 전기치료, 기타 자극요법에 관한 학문과 기술을 연구 발전시키고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와 권익옹호 및 안마시술기관을 지도 관리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난 1970년 설립된 대한안마사협회는 안마업권의 맹인 전업제 확립에 힘써왔다. 또 학문과 기술의 연구발전, 도서출판, 홍보 및 국제교류와 안마업계의 질서 확립을 위한 조사연구 및 제도를 개선하고자 했으며 안마시술기관을 지도 관리, 회원의 보수교육 및 종업원 소양교육, 안마사 양성,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한 지도 계몽과 의료 봉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08년에는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던 태안에서 주민들에게 안마봉사를 시행했으며, 각종 마라톤 대회와 경로당에서 안마봉사를 진행했다.
맹인 안마사 보호하기 위해 각종 사업 추진
(사)대한안마사협회는 올 상반기에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가장 먼저 안마의 건강보험 도입의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4월 20일에서 26일 안마의 건강보험 도입 타당성 검토의 일환으로 일본 사례를 조사하고자 대한안마사협회와 함께 일본 현지 방문 조사를 실시한데 이어서 6월 30일 복지부산하 국책 연구소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연구기관으로 선정하여 안마의 건강보험 도입,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외국의 안마사 제도 운영 실태 및 안마사 소득 지원 사례에 관한 연구’ 과제를 의뢰하였다. 대한안마사협회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23일 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안마사의 소득보장과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채택된 정부의 중장기 정책 사업이다. 안마의 국민건강보험도입은 정부 정책의 결단을 필요로 하며, 안마사 관련 의료 제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환점이 될 중책사업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또한 안마원 개설 건축물 용도 변경을 일궈냈다. 복지부는 2003년 안마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안마원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으나 건축법 시행령에서 안마원의 건축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 2종으로 제한함으로써 상업지역에 주로 위치해 고비용의 임대료 문제 등 안마원 제도도입 취지와는 달리 실제는 개설이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 안마원 개설 요건을 완화할 것을 국토해양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그 결과 지난 5월 20일에서 6월 12일 국토해양부는 안마원을 병의원, 치과의원, 한의원과 마찬가지로 근린생활시설 1종 건축물에서 개설할 수 있도록 건축법 시행령 개정 입법 예고를 했으며, 앞으로 일반주거지역의 슈퍼나 미용실이 있는 건물 등 거리 모든지역에서 안마원 개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마원 개설을 근린생활시설 1종에서 허용하는 법 개정은 우리 국가가 근린생활시설 1종과 2종의 구분 기준을 생활편의 시설과 생활필수 시설로 분리 관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됨으로써 안마원이 편의시설이 아니라 병의원과 함께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 필수 시설로 편입된 성과다. 한편 대한안마사협회는 안마사의 소득지원 및 근골격계 질환 노인과 장애인의 건강증진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전국 19개 시군구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안마바우처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예상한 바대로 안마바우처사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안마바우처 대상자의 등록 서류로 인한 절차의 문제, 주 대상자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는 점, 출장 안마에 대한 원만한 운영 체제를 갖추는 문제, 바우처사업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 최초 시작단계에서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 노력에 비해 아직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지만 처음보다는 점차 여러 면에서 경영 환경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 현재 안마 바우처 사업은 전국 19개 시군구에 23개소의 사업장을 설치, 안마 종사자는 총 93명으로 평균 수입은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수준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복지부 담당 부서와 사업 수행 중에 발견된 절차상의 문제 등 개선사항을 계속 논의 중이다. 특히 안마사의 안정적인 소득과 안마 인구의 저변 확대 및 안마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앙회와 전국 지부가 시범 사업단계에서는 안마 바우처사업을 역점사업의 하나로 육성할 목적으로 직접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의 전국 확대를 위해 관련 단체 및 지자체와 적극 접촉하고 있으며, 시범사업 수행 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는 중앙회 및 지부가 행정서비스 또는 출장 안마 운영 체제 지원 등 보다 효율적인 안마 바우처사업을 수행하는 전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또한 스포츠마사지 등 불법 무자격 안마업소와의 투쟁방안으로 지난 2001년에 이어 국세청에 무자격 안마업소의 사업자등록 발급 불허조치를 강력히 요구한 결과 안마업소의 사업자등록 발급시 안마시술소 또는 안마원의 신고필증이 없는 경우 사업자등록 발급을 거부키로 하고 지난 7월 7일 지침을 일선세무서에 시행하였다. 이번 지침에서는 기존 마사지업소의 사업자 변경 시에도 신고필증이 없을 때는 사업자등록 발급을 거부하도록 하고 있다.
안마업을 국제화시키기 위한 노력 이어져야
우리나라는 장애인 복지가 국력에 비해 많이 낙후된 상태이지만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은 갖가지 법적 제도적 제약, 사회 인식적 제약 등으로 인하여 타 장애인에 비해 더욱더 열악한 삶의 조건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열악한 삶의 환경을 개선하고 시각장애인 스스로 재활, 자립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안마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안마사제도는 제도를 만든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도 국민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성숙된 이해와 ‘안마사제도만은 시각장애인의 영역으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지지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는 제도다. 송 회장은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재활 수단으로서 ‘비시각장애인은 안마업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안마사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행 의료법 제 82조(안마사)및 보건복지가족부령 제123호에 의하면 안마사의 업무는 ‘안마, 마사지 또는 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에 의하거나 전기기구의 사용 그 밖의 자극요법에 의하여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지압, 스포츠 마사지, 발 지압, 활법 등 손으로 인체에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포괄한다고 되어 있다. 안마사는 비시각장애인보다 뛰어난 시각장애인의 잠재능력인 촉각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점, 이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이 잘 적응할 수 있는 근무환경 등 시각장애인에게는 유사 이래 가장 적합한 직종이다. 안마사제도는 절대적으로 삶의 경쟁력이 취약한 시각장애인 및 그 가족의 복지와 고용의 욕구를 정부나 사회의 경제적 부담 없이 시각장애인이 자생적으로 해결케 하는 시각장애인의 우수한 복지제도이자 직업제도로, 안마사제도가 실시되지 못할 경우 타 직종에 종사하기 힘든 시각장애인은 결국 사회에서 도태되어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안마사제도는 사회에서 부담해야 할 시각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제도지만 사실상 거의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외국의 시각장애인 직업대책을 보면 미국의 경우 자판기와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복권판매를 지정하고 있다. 일본은 안마업을 부분유보하고 있으며 대만과 우리나라 2곳만이 안마를 시각장애인의 유보직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 직업훈련이 1912년 안마직종으로 시작됐고, 시각장애인단체와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의 직업교육이 안마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안마업 유보직종이라는 법적 장치 및 관련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시각장애인의 유보직종 추세에 따라 시각장애인만 안마업을 채택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안마업을 국제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의 송근수 회장은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다른 외국의 경우처럼 연금제도를 통하여 생활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정부의 각종 복지지원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한 유일한 직종인 안마업을 통해 자신은 물론 가정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며 “안마사 제도에 대한 넓은 이해와 더불어 안마가 국민들의 생활 속에 정착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NM
|
ohs@nawsmaker.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