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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막을 수 있습니다’
“괜찮니?”…자살예방은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2019년 12월 07일 (토) 21:25:58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E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연간 1만3092명,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심각하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목숨을 끊으려다 응급실을 찾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충동적으로 죽음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통계로는 10~30대는 정신건강 문제, 40~50대는 경제적 문제, 60대 이상은 신체질환과 외로움이 주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세영 기자 syshin@

가수 구하라(29)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설리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지 불과 2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오후 6시쯤 구하라가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도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았다. 2008년 걸그룹 카라로 데뷔한 구하라는 최근 일본 프로덕션 오기와 전속계약을 맺고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다. 구하라는 한 달여 전인 10월 14일 사망한 故(고) 설리(26)와 절친한 사이다. 설리가 숨졌을 때 일본에 체류 중이던 구하라는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며 추모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는 유명인의 죽음은 사회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3년 분석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 1명이 사망했을 때 약 2개월 간 평균 607명이 그를 따라 목숨을 끊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은 유명인의 죽음 후 하루 평균 936명이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유명인 자살과 언론의 관련 보도도 영향을 준다. 2008년 10월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망 후 그 전해보다 자살 사망자가 1000명이 늘고 700명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

▲ 자살상담전화 포스터

자살예방정책 컨트롤타워 출범
범정부 자살예방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국무총리 소속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9월 9일 출범했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위원회를 열어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등 4개 안건을 논의했다. 이 총리는 “자살 예방이 국정과제에 들어간 것은 아마 문재인 정부가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이 문제의 절박함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지역사회에서 접근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안전망을 촘촘하게 준비하고, 지자체보다 더 좁은 범위의 지역 사회까지 이런 운동을 함께하는 체제를 갖춰야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지난해 1월에 마련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의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과제들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우선 올해 말 완료 예정인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자살위험지역을 선정하고 건강보험 빅데이터 등과 연계해 자살 고위험군을 사전에 발굴·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방문서비스 인력을 활용, 지역사회 중심의 취약계층에 대한 자살 위험 관리도 강화한다.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사전에 발굴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연계하는 시범사업도 내년 중 추진할 방침이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모든 응급실로 확대하고 자살자의 유족에 대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초기부터 개입해 행정·법률 자문비용, 치료비 일부 지원, 자조모임·마음건강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권역별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자살시도 등 정신응급 상황에 24시간, 365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응급개입팀은 경찰·구급대원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해 위기평가, 안정유도, 상담 등을 수행하게 된다. 자살시도 등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도 올 하반기에 추진하고 응급입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위원회는 개정된 ‘자살예방법’에 따라 ‘자살위해물건 고시안’도 심의했다. 고시안은 ‘자살위해물건’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경우의 역효과 등을 고려해 ‘일산화탄소, 제초제·살충제·살진균제 독성효과를 유발하는 물질(통계청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했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며 관계부처 장관 등 정부의 당연직 위원 13명과 민간의 자살예방 분야 전문가 10명이 참여한다.

자살 유족에게 위로되는 말과 상처 되는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11월 22일 ‘2019년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자살자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 말, 상처가 되는 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은 미국에서 부친을 자살로 잃은 해리 리드 상원의원의 발의로 지정돼 1999년부터 매년 추수감사절 전주 토요일에 기리고 있다. 한국은 올해로 세 번째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날에는 자살 유족이 상처받지 않고 올바르게 위로받을 수 있도록 ‘위로가 되는 말, 상처가 되는 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가장 많이 응답한 다섯 가지를 각각 선정했다. 먼저 위로가 되는 말은 ‘많이 힘들었겠다’와 ‘네 잘못이 아니야’,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랄 거야’,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로 나타났다. 상처가 되는 말로는 ‘불효자다, 나약하게 자랐나 보네 등 고인에 대한 험담’, ‘이제 그만 잊어라’, ‘너는 고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어?’, ‘왜 그랬대?’,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인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2018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건 발생 시 유족의 71.9%가 자살에 대한 편견과 자책감 등으로 고인의 자살을 주변에 사실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날 기념식에서는 ‘동료지원 활동가 발대식’과 ‘자살 유족 권리선언 캠페인’을 통해 자살 유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로의 당당한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별의 아픔으로부터 회복된 유족이 또 다른 유족의 치유를 돕고 당당히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동료지원 활동가의 양성을 위해 유족으로 구성된 ‘동료지원 활동 준비위원회’ 위촉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향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지원 활동가를 양성하고 ‘동료지원 활동 준비위원회’는 동료지원 활동가가 지역사회의 유족 자조 모임을 진행하며, 나아가 자살 유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및 서비스 홍보 활동 등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나성웅 복지부 강정책국장은 기념사에서 “이번 기념식이 자살 유족에게 ‘치유와 희망’의 의미를 전하며 따뜻한 포용적 사회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19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 ‘치유와 희망’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어떤 곳?
우리나라 자살예방법 3조는 ‘자살 위기에 처한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권리는 잘 실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2011년 자살예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 설립됐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와 협력해 자살예방 관련 교육, 훈련 등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에 대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을 114만 명 이상에게 전파하고 생명존중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도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노력에 힘입어 2017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전년보다 4.8% 줄어든 1만2463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같은 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3.0명으로 리투아니아(24.4명)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다. 지난 2월 취임한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잠을 못 자거나 식욕이 줄고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라면 도움 청하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트키퍼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전문기관에 연결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2·4주 토요일 오전 10시 게이트키퍼 교육을 진행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뿐만 아니라 각 시(군)구 단위별로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자살예방과 관련된 다양한 기관들이 있으며 이곳에서 자살 예방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괜찮니’ 하고 ‘보듣말’ 하자
자살 유해 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재하면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살방조죄(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는 것으로 성립된다. 구체적 사례로는 자살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독약을 만들어주거나, 조언 또는 격려한다거나, 기타 적극적·소극적·물질적·정신적 방법 등이 모두 포함된다.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은 사회적 네트워크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질문이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사회안전망이 충분치 않은 점도 높은 자살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살 사망자의 92% 정도가 사망 전 언어, 행동, 정서상태의 변화를 통해 자살 경고신호를 보낸다.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그냥 지나가는 말로 “괜찮니?”라고 묻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일지 모른다. 자살 예방의 시작은 말 한마디의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 예방 캠페인 ‘괜찮니?’의 출발 배경이기도 하다. 이 캠페인은 ▲자살할지도 모를 친구에게 작은 관심을 보여주는 엽서 쓰기 ▲온라인으로 보내는 에어키스 ▲편지를 보내는 우체통 ▲함께 만드는 괜찮니 ▲내가 만드는 괜찮니 ▲마음이 아플 때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괜찮니’의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은 ‘에어키스(AirKiss) 캠페인’이다. 에어키스는 ‘따뜻한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서로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SNS 이용에 익숙지 않거나 영상을 찍기 쑥스럽다면, 손 글씨 엽서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우체통 캠페인’을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듣말’도 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약 1년 반여 기간 동안 정신의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노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듣말(보고 듣고 말하기)’을 개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도입(자살의 현황 및 심각성) ▲보기(자살을 암시하는 언어·행동·상황적 신호보기) ▲듣기(실제 자살 생각을 묻고 죽음의 이유와 삶의 이유를 적극 듣기) ▲말하기(안전 점검 목록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도움 의뢰) ▲역할극 및 정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중앙자살예방센터(spckorea.or.kr)에 신청하면 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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