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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가진 ‘달항아리’의 국내 최고 명장
2019년 12월 07일 (토) 01:55:33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보름달을 닮은 달 항아리는 자연을 담아낸 작품과 추상적 표현이 담긴 작가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한국도자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향기를 넉넉하게 품고 있다. 달을 닮은 항아리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조선시대의 백자 달 항아리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며 오늘날 회화의 영역을 비롯해 여러 예술의 영역에서 작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달항아리의 형태는 대부분 비대칭이다. 매끈한 균형과 흠 잡을 데 없는 좌우비례를 갖춘 게 아니라 좌우가 엇박자다. 한 번에 통째로 가마에서 구워내지 않고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뒤에 둘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통 가운데 볼록한 부분에 이런저런 흔적이 남게 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조금씩 다 다르다. 달항아리가 천의 얼굴을 지녔다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 서광수 명장

흙과 불, 예술혼이 빚어내는 최고의 ‘명품’
“전통식 가마 방식은 정해진 것은 없다. 불의 세기와 가마 안에서 기물의 위치에 따라 어떤 빛깔을 낼지 저로서도 알 수가 없다. 오직 저의 간절한 바람과 자연의 오묘한 조화가 만들어낸 은은한 우리 전통식 도자기 빛깔은 기계식방식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무형문화재 사기장 41호인 한도 서광수 명장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평생을 도자기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1961년 14세 어린 나이에 ‘백자의 대가’로 불리는 도암 지순택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 도자기 기술을 사사한 서광수 명장은 11년의 세월 동안 도자기 제작의 기본 기술과 성형, 조각, 소성, 유약 등을 만드는 법을 모두 전수받았다. 이후 1976년 지순택 선생의 문하를 떠나 당시 실세였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운영하던 ‘도평요’의 요장으로 일을 하며 자신의 색채를 가꿔 나가기 시작했다. 1986년 지금의 한도요가 위치한 이천시 신둔면에 자리를 잡아, 줄곧 자신의 예술성을 갈고 닦는 데만 매진해왔다.

그가 제작하는 작품들은 모두 전통가마에 소나무로 불을 지피는 전통방식으로 빚어지는데 장작가마의 성공률은 고작 30%. 100개의 기물을 넣으면 건질 수 있는 사기는 많아야 30개 정도다. 전통 장작가마는 기온과 습도에 민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마에 한번 불을 지피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화목으로 화력이 센 강원도 소나무만 쓰는데 나무 값만 1천만 원. 여기에 하동 백토·서산 물토·양구 백토와 전국에서 장석, 대리석, 석회석을 모아 태토를 만들고 유약을 만드는 데는 정성은 물론 비용이 들어가, 한 번 작업에 수천만 원이 소요된다. 오늘날 많은 젊은 도공들이 가스가마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명장이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도자기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겠다는 도예가의 장인정신이다. 관상용 전통 도자기부터 현대적인 생활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는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달항아리’다. 한국 최고의 ‘달항아리’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광수 명장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남과 북이 통일을 염원하는 달항아리를 만들었다. 당시 그는 커다란 달항아리를 아래·위를 나누어 만들어 두 개를 이어 붙여서 만들었는데, 이는 두 나라가 더 큰 하나로 완전하게 거듭남을 상징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최고의 ‘도자기 명장’
서광수 명장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1960년대부터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 지금까지 20여 회가 넘는 개인전을 개최했다. 지난 2009년에는 일본 국영방송 NHK에서 한국도자기 명장 특집으로 서광수 명장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고 이에 일본 내에는 그를 따르는 ‘한도 서광수를 사랑하는 일본 모임’이 결성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서광수 명장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색채와 오묘한 아름다움, 그리고 한국 특유의 도자기 제작기법은 서구권에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대영박물관에 여러 차례 그의 작품이 초청받기까지 했다. 현재도 서 명장의 작품이 유럽 전역의 박물관에 전시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계명대학교 미술대 도자기과 교환교수로 이천도자기축제장에 방문한 패티 후터스 작가가 한도요의 개요식에서 서광수 명장의 작품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아 벨기에 전시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도자기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제고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서광수 명장은 문화부장관으로부터 공로상을 수훈하기도 했다. 오는 2021년이면 도자기 외길 6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는 앞으로 이천에 도자기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작품은 물론 다른 도공의 작품과 골동품도 모으고 있다는 그는 “사람마다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며 “도자기는 내 인생이다. 항상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전통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묵묵히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는 서광수 명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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