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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의 헌사’ 통해 일상의 나날들에 의미 부여하다
2019년 12월 07일 (토) 01:14:07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작가 이정아의 행보가 화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 이정아는 제3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제13회 국제종합예술대전 대상, 2018 도쿄국제공모전 초대작가상 외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추상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우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편린과 내면 풍경들을 고차원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 이정아는 <코스모스>, <유니버스>, <퍼시픽> 등의 그라인드 드로잉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독특한 질감이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비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 이정아 작가

소회의 편린들을 추상적인 조형언어로 실어내다
작가 이정아는 그림을 실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그의 재료들은 그림에서 견고한 지지체로서 기능하고 있으나 삶의 여정으로 본다면 그것은 삶의 실재를 어렴풋이 표출한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증한 색에서 보듯이 삶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내 말은 위로 뜨고 내 생각은 아래를 맴돈다’는 <햄릿>의 구절처럼 작가 이정아의 작품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의 단면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것도 단정 짓지 않지만 오히려 그 지점에서 일상의 의미가 부상한다. 사람들은 지난날에 얽매이거나 내일을 공상하고 있는 동안 막상 일상의 멜로디를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작가 이정아의 작업은 지지체의 구조 자체로부터 비롯된다. 견고한 바탕은 균질화된 평면 위에다 모델링 페이스트와 거즈, 모래 등을 부착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때로는 오브제를 부착하여 실재감을 키운다. 헛개나무와 꾸지나무, 골판지와 하드보드 등의 실재물은 잔잔한 표면에 파문을 일으켜 활력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 이정아의 그림을 이루는 기저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층위로 되어 있다. 우선 평면의 금속판 재료가 지탱하는 실재적인 층위와 그 위에 얹히는 두 번째 안료의 층위, 그리고 안료에 뒤덮여 매몰된 바닥을 뚫고 솟아나는 질료의 숨겨진 속성이 빛을 말하는 잠재적 층위이다. 각각의 층위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으면서 서로 함께 맞물려 총체적인 풍경을 조성한다.

▲ shape 53.0x40.0cm scratch & acrylic on copper plate

특히 완성된 풍경을 떠도는 빛은 혼돈을 찢어내고 그 틈으로 열리는 새로운 차원의 출구이다. 그것은 사건으로서 세계 안에 던져지는 감각의 문이다. 사건은 직선적인 시간에 극적인 위상을 부여하는 시간의 강세부호이다. 몽환적인 풍경 위에 그라인더가 번개처럼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표면을 통해 금속판은 자신의 물성을 아주 잠깐 드러내어 보인다. 물감으로 덮여있는 표면을 뚫고 잠시 노출된 금속판은 극히 일부로서 전체를 지배하리만치 충분하게 그 강한 물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이정아 작가의 예술은 일종의 낙서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이 순간에 집중하여 일상의 무늬와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화된 삶이 소중하다는 누누이 강조되어온 전통적인 인식의 확인일 것이다. 특히 강렬한 원색이나 거친 행위들은 실재의 정념들을 퍼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아의 현존을 언급하고 있거니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의 단면을 엿보게 해주는 것. 하루를 마감하면서 겪고 느꼈던 일들의 감상이랄까 소회의 편린들을 추상적인 조형언어로 실어내는 셈이다.

혼돈의 카오스 통해 내적인 빛의 힘 강조
작가 이정아에게 소환되는 새로운 풍경들에는 멀리 꿈속에서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과 영혼을 순식간에 빨아들일 것만 같은 이상한 늪지대에 혼령처럼 서있는 나무들 위로 내리치는 번개와 천둥, 그리고 문득 반짝이는 빛의 다발들이 있다. 이렇게 화면을 뚫고 새어 나오는 빛은 자체의 힘에 의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것은 어둠이나 혼돈을 헤치고 밖으로 향하는 내적인 힘이다. 그 힘, 또는 빛의 근원은 어디일까.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내면이자 동시에 질료가 간직하고 있는 숨겨지고 잊혀진 힘일 것이다. 그 빛을 준비하기 위해 작가는 우선 천지창조와도 같은 혼돈의 카오스를 그려낸다. 많은 사람들이 혼돈의 시대, 혹은 혼란의 세계를 말하고 있지만 그녀의 혼돈은 더 높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창조적인 카오스이다.

이따금씩 그러한 혼돈을 뚫고 올라오는 빛, 또는 광휘(光輝)는 앙리 말디네(Henri Maldiney)의 표현처럼 응고된 빛이 아니라 방사(放射)하는 빛이다. 그러한 빛은 안으로부터 새어 나와 밖으로 점점 환하게 퍼져가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바로 작업을 통해 작가가 살고자 애쓰는 살아있는 빛의 시간이다. 성남아트페어, 서울아트쇼, 미국 뉴욕 및 벨기에 브뤼셀 어포더블 아트페어, 프랑스 칸 아트페어, 싱가포르 아트페어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성남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작가는 오는 12월4~8일 마이애미 아트페어, 5~9일 상해에서 열리는 히즈아트페어에 참석한 후 내년 1월부터 뉴욕에서 머무르며 6월3~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개인전을 준비하며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존재에의 헌사’를 통해 평범하였든 특별하였든, 슬픔에 젖은 날이든 환희에 찬 날이든, 빨리 잊고 싶은 날이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뜻 깊은 날이든 모든 나날들이 우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날임을 환기시키는 작가 이정아. 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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