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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개월 전, 여야의 사활 건 한판 대결 막 올라
선거제 개정안 통과시 각 정당과 진영의 셈법 변경 불가피
2019년 11월 06일 (수) 17:15:0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내년 4월15일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3년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실시돼 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무대’이자 차기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갖는 만큼 여야의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여야는 벌써부터 총선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패배가 곧 문재인정부의 레임덕과 직결된다는 위기감에 ‘국정 안정론’ 기조 속 정책과 비전 제시로 표심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른 패배의 고리를 끊어내고 탄핵사태 이후 무너진 보수의 재건을 총선을 통해 확인하는 게 과제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은 이번 총선을 거대 양당 구도를 깨고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할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사법개혁과 선거제 개편 두고 여야 총력전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법안 중 사법개혁안 우선 처리를 위해 개문발차했다. 지난 10월13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이어 14일 오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으로 사법개혁안 처리시점을 논의했다. 10월24일 국감 마지막 일정인 행정안전부 종합 국감을 기점으로 ‘사법개혁’과 ‘선거제 개편’ 의제로 구도를 전환하겠다는 것이 전략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월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로 향하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를 넘어 한목소리로 말하는 만큼 당장 실현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기까지 15일이 남았다”라며 “남은 15일간 모든 야당과 함께 법안 처리를 합의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또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넘겨받은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상 안건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를 회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이를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본회의에 부의되면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 사법개혁 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로 넘어가는 이례적 구조다. 국회법상 심사 기한을 두고 여러 해석이 충돌해왔다. 지난 4월30일 사개특위는 사법개혁 법안 총 4건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사법개혁 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인만큼 180일만 거치면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이 따로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주장에 따르면 사법개혁 법안은 지난 10월26일 법사위 계류 기간이 끝났으며, 27일 본회의로 자동 상정됐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별도의 90일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당 계산법대로 하면 내년 1월29일에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90일의 법사위 자구 심사’를 생략할지 말지가 쟁점이다. 여권이 10월 말 검찰개혁안 처리를 강조한 것은 한 묶임인 검찰개혁안과 선거법의 분리를 전제로 한다. 이른바 ‘선(先) 검찰개혁안 처리론’이다. 다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틀이 깨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 안건을 의결하던 당시 사법개혁과 선거법 개정안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본회의 표결도 선거법 개정안부터 처리키로 합의했다. 따라서 검찰개혁안을 처리하려면 지난 합의를 깨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공조틀이 유지되더라도 한국당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국당은 원칙적으로 패스트트랙 안건 협상 자체를 반대한다. 속내를 살펴보면 검경수사권 조정의 큰 틀에 공감하면서도 공수처 설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일단 광장의 외침을 국회가 받아 안는 모양새를 그리고 있다. 조 장관 취임 이후 광화문과 서초동에 각각 수십 만명이 모여 갈라진 목소리를 냈지만 검찰 개혁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거제 개편시 정계개편 판도 급변할 수 있어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끼치는 여타 현안·이슈들과 달리 선거제 개편안은 사실상 ‘게임룰’ ‘채점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수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총선이 5개월여 앞둔 각 정당과 진영의 셈법도 상당 부분 변경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다당제 구축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만큼 보수-진보 진영간 양자대결을 염두에 둔 ‘보수대통합’ 등 정계개편의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최대 수혜자는 이념 정체성이 선명한 정당들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견해다. 지난 20대 총선을 제외한 그동안의 주요 선거에선 거대 정당의 ‘간판’과 ‘조직표’ 없이 당선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했던 탓에, 거대 정당 중심의 통합, 야권연대 등 전략적 연대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선거구·병립형 중심 현 선거제 하에서 거대 정당간 양자대결 반복, 더 나아가서는 양당제가 굳어진 원인으로 꼽히는 ‘승자독식’ ‘사표심리’ 발생을 차단하고 유권자의 소신에 가장 맞는 정당과 정책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기대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군소·정책 정당들이 거대정당과의 통합·연대를 추진하기보단 이념·정책적 선명성과 민생에 부합하는 정책 등을 내세워 ‘자력갱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정당 중 비교적 선명한 정체성을 가졌다는 평을 받는 정의당이나 원외인 녹색당 등 진보·개혁진영뿐만 아니라, 강경보수로 분류되는 우리 공화당 등도 내심 선거법 개정을 반기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당내 분란을 감수하면서 패스트트랙 공조에 동참했던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선거제 개혁 전도사’를 자처했던 정동영 평화당 대표 등이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유승민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바른미래당 보수파는 선거법 개정안의 내용·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고 한국당내 친박계 반발 등으로 보수통합이 여의치 않게 될 경우 ‘개혁보수’ 기치를 명확히 해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전통 양대 정당은 타격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월9일 각 당 지역구 의석수를 개편안의 225석으로 보정한 후, 같은날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각 정당 지지율을 내년 총선 득표율로 가정해 전체 의석수를 산정한 결과 민주당은 128석에서 124석으로 4석, 한국당의 의석수는 당시 114석에서 112석으로 2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미래당은 28석에서 15석으로 13석이, 평화당은 14석에서 13석으로 1석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당선자가 4명이었던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만 12석으로 산정돼 4배가 증가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당시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36.4%, 한국당 34.8%로, 지난 20대 총선 득표율(민주 26%,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 34%)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된 것이 주목할 점이다. 이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듯 한국당은 여야4당의 선거제 개편에 강력 반대하며 ‘의원수 10% 축소(270석)-비례제 완전 폐지’라는 정반대의 개편안을 낸 바 있다. 또 의석 축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 여야4당과 적극적으로 공조를 펼친 것을 두고 ‘예상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여야 합의에 의한 막판 조정 가능성 있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가능 날짜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이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당은 현재까진 패스트트랙 도중 발생한 불법 사·보임 등 절차적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저항하고 있지만, 시한이 다가오면서 새 조정안을 내거나 최악의 경우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설립·활용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조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은 ‘준(準)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현재 의석수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47석에서 75석까지 늘리는 안이다. 원안대로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양당제 구도인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다당제 지형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등 군소 정당이 이에 적극 찬성했다. 다만 소수정당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배분은 득표율 3% 이상 정당에만 적용하는 단서를 달았다. 비례대표를 없애고 전체 의석을 모두 지역구로 돌려 총 270석 안으로 맞선 한국당 입장에선 군소정당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현재 재적의원이 297석임을 감안하면 최소 149석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에 찬성하는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이외 최소 15석 이상이 필요해 대안정치연대(9석) 등의 도움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지역구 통폐합 과정에서 호남 지역에서만 6석 안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호남 지역 의원들의 반대로 선거법 개정안의 원안 통과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1차적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하고 현행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0월1일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선거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의 ‘양심세력’과 통합을 위한 협상을 적극적으로 시작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을 막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등 비당권파 15명과 통합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당 내에선 총선 전 보수통합 일환으로 선거법 관련 새로운 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여야 4당에서 패스트트랙 논의 움직임이 보였음에도 한국당은 협상 테이블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사실상 참석을 거부하며 무산 전술을 폈다. 그러나 여야 4당이 공조한 패스트트랙 강행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지도부 전략이 실패로 귀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미래당과 1차적 통합을 줄곧 강조해온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에서 선거법 관련 합의처리 명분을 세우기 위해 대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적극 임해 선거법 강행 처리 명분을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보수진영 통합에 긍정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선거법 개정안 원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악의 경우의 맞게 된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상황을 가정해 플랜비(B), 플랜씨(C) 등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준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될 경우, 75석에 달하는 비례의석에 대한 표를 끌어오기 위해 이른바 위성(衛星)정당 설립이 대안으로 검토된다. 당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만일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우리당도 해당 제도에 대비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구도처럼 지역구는 한국당에, 비례대표는 신설 정당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와 시일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현실적으로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보수성향을 지닌 기존 정당을 활용한 방안도 거론된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등록 정당은 총 34개로,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는 정당만 27개에 달한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창당에 필요한 프로세스들이 복잡한 면이 있어서 만들어져 있는 정당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선거법 통과 전에 창당을 준비하면 오히려 ‘법 통과를 전제로 한다’는 식의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여야 합의에 의한 막판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룰(rule)’에 대해선 여야 합의 도출이 관행이었던 만큼 결국 합의로 수렴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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