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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에 한국 예술의 위상을 제고하다
2019년 11월 06일 (수) 08:03:15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수많은 인류학자들은 “미래에는 물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던 시대가 가고 정신적 풍요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예술이 중요한 국가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황태일 기자 hti@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의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한국 공연의 큰 줄기를 만들어온 인물이다. 1960년대 독일 튀빙겐대에서 릴케의 시와 표현주의 연극을 전공했던 양혜숙 이사장은 귀국 후 이화여대 독어독문과에서 30년간 독문학자로 가르치고 연구했다.

▲ 양혜숙 이사장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 번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국가가 나서주어야 할 부분도 있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 제가 한 것뿐이다. 제가 가장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양혜숙 이사장이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을 번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보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2018-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돌아갔으며 올해 상은 오스트리아 작가인 페터 한트케가 받았다. 올해 수상자로 뽑힌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 출생의 극작가로 1960년대 말 독일 문학의 주류였던 참여문학에 반대하고 언어내재적 방식에 주목한 작가다. 그는 언어적 현실과 실제적 현실에 주목했으며 1966년에 전통극의 양식에 대항하는 대표작 <관객모독>을 발표해 연극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한트케는 희곡 <카스파> <소망 없는 불행> <진정한 느낌의 시간> <왼손잡이 여인> 등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국내 서점가에서도 그의 작품인 <관객모독>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이다. <관객모독>은 파격적인 언어로 현실의 위선과 부조리를 드러낸 최고의 문제작으로 손꼽힌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네 명의 배우가 극의 전체 흐름을 주도한다.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무대 장식이나 세련된 디자인, 조명도 찾아볼 수 없다. 파격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과 부조리함을 지적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 가장 도발적인 희곡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에 지난 1969년 <관객모독>을 번역, 국내에 페터 한트케의 작품을 선보인 양혜숙 이사장의 예술적 심미안은 이번 페터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다시 한 번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1971년에 <세계현대희곡선집>에 실렸고, 1976년에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했으며 <극단 76>, (극단대표겸 연출가 기국서)에 의해 초연된 이후, 사실주의 연극에만 침몰되어 있던 한국 연극계의 커다란 새로운 물결을 몰고 왔다.

양혜숙 이사장은 서구 연극계를 추종하던 한국 연극 풍토에 [언어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 빠르게 소개함으로써 인간의 의식 세계가 언어의 포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세계의 의식을 해방시키는데 언어의 역할을 인식하게 하는 큰 공적을 세우고 있다.
양혜숙 이사장은 <관객모독>, <미성년은 성년이되고자한다>(아이는 어른이도고자 한다), <카스파>(이상 연극작품), 소설 <낯선자>, <왼손잡이 여인> 등 다수 번역하여 한트케의 문학과 서구문화 의식세계의 변화를 한국에 전하기도 했다.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시리즈 <샤만문화>(2015), <불교의례>(2016), <궁중의례>(2017), <전통과 응용>(발간예정) 등을 열화당에서 출간한 바 있다.

국내 공연예술문화의 발전에 앞장서
지난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 후 초대 원장을 거쳐 지난 2008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양혜숙 이사장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국 ITI회장 등을 역임하고 ITI 아태지역협회를 설립했다. 특히 양 이사장이 설립한 한국공연예술원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와 공연기법의 체계화 및 무대예술의 품격 향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창적 공연예술인 ‘한극(韓劇)’을 계승, 발전함과 아울러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 예술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 한국공연예술원은 산하에 극단 KOPAC씨어터가 있고 샤마니카 연구회, 한극회, 레파토리 위원회를 두고 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한 출판, 홍보, 기록, 심포지엄 등을 제작 및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공연예술원은 공연예술의 국제적 교류 촉진, 품격 높은 공연예술인의 지도와 육성을 위해 <한劇>의 공연기법연구 및 체계화하고 있으며 산하에 ▲공연예술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위한 KOPAC씨어터(劇團) ▲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한 출판 및 홍보를 위한 샤마니카 연구회, 한劇회 ▲제작, 심포지움, 출판, 홍보, 기록 등의 적극적인 운영을 위한 레파토리 위원회를 두고 운영 중이다. <두타(頭陀)> <욕(慾)> <십이야(十二夜)> <코카서스 백묵원> <한뮤지컬(業·Karma1)> <업(業·Karma2)> 등으로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한국공연예술원은 지난 2013샤마니카 프로젝트 <피우다>  <레이디 원앙>등을 공연하며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을 현대화한 한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업·까르마(외디푸스)> <코카서스 백묵원, 브레히트>,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우주목(宇宙木)Ⅰ-바리>, <우주목(宇宙木)Ⅱ-피우다>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양 이사장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극의 정립과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샤마니카 프로젝트는 한국의 샤먼문화, 즉 한극의 원형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작용한 세계관과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을 비롯해 우리 전통의 풍류, 노래, 춤, 그로부터 출현한 복식과 의례 등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았다.

또한 매월 진행하는 세미나의 결과물로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를 발간함으로써 공연예술 창작을 꽃피우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표현주의 희곡에 나타난 현대성>, <연극의 이해>, <Korean Performing Arts: Danse, Drama, Music, Theater>, <15인의 거장들> 등의 저서도 출간한 그는 한극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으며,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의 발전을 선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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