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은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 IV에 공식 등재되어 한국민속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발생하고 주증상은 호흡곤란, 빈맥, 전신통, 상복부의 덩어리 느낌, 소화불량,
불면, 피로, 공황, 우울한 감정 등으로 정의된다.

필자는 현재 노화방지, 통증, 내과 클리닉을 경영하면서 위에 언급한 홧병을 기저에 안고있던 사람이 스트레스를 추가적으로 받았을 때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는 경우를 많이 체험하고 있다. 사기, 부도, 실업, 가족문제 등 인간관계와 재정문제 등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통증 등의 신체적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는 정신적 방어기전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상태지만 스트레스가 커서 우울, 불안, 공황 등의 정신증상을 주로 호소하면 정신과적 도움이 필요하다 하겠다.
여기 이글을 쓰는 이유는 한국민속 중에 어느 것이, 왜 한국으로 하여금 홧병의 종주국으로 국제학회에서 인정받기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고 그 민속 문화가 시급히 고쳐져야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겪는 것이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정체성에 대한 회의로 고민하며 그에 대한 근본적 개념을 세우고자 나름대로 노력한 것 같다.
경쟁과 승부 ,입신과 양명 대신 다른 그 무엇이 있을 듯 하여 아프리카에서의 의료선교를 택했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하였음을 배제하진 못한다.
1990년 6월부터 1998년 7월까지 교단에 소속되어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의료선교에 투자하였고 지금에 와서는 후회도 자랑도 없으나 한 가지 얻은 것은 내 눈에 비쳐지는 진정한 나의 모습(정체성)은 찾아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며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닌 날마다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매일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정체성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면 삶의 승리요 성공이지만 부정적 변화는 그 자체가 고통과 비극이 될 수 있다.
정체성의 확립에는 높은 자존감이 양립하게 되며 이 자존감과 정체성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거쳐야하는 것이며 때로 목숨보다 이를 먼저 택해야할 경우도 생기게 된다. 어찌 보면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될 수도 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우리 것을 만든 것이 훈민정음이다. 국민의 정신을 지배하는 국어, 훈민정음을 제정한 세종대왕은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세워 놓았다. 세종대왕이 국가의 정체성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려는 노력은  피눈물 나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민영환이 당대 권세가로 일본의 내정간섭과 을사조약을 반대하다 관직에서 밀려나고 자신의 운명을 나라의 운명과 동일시 한 것은 나라의 정체성, 자신의 정체성을 그 무엇보다 고귀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반면 을사오적은 자신과 나라의 정체성 대신에 목숨을 얻었으나 후일 그것이 자신과 나라에 대한 큰 수치가 될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목숨을 얻은 대가로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또 다른 목숨이 필요하다.
기생 논개는 자존감과 정체성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다. 의사 안중근은 나라를 찾기 위해 타국에서 수년을 풍찬노숙하면서 때를 기다리다 위대한 죽음을 맞이했으며 이 정신이 지금 한국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있다.
6.25전, 베트남 전에서 전사한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인의 심리특성은 상반된 이중성으로 형성되어온 것 같다. 높은 자존의식과 동시에 지나친 자기비하, 자학이 한 사람 안에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이 양자가 시소 타듯 하면서 이중인격자로 되기도 하고 자존감이 잘 유지되어 정체성을 지키게 되면 훌륭한 인격자가 될 것이며 자존감이 몹시 손상되면 자신이나 타인에게 폭력과 학대를 가하게 되기도 한다.
동방의 빛, 백의민족,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최종분단국, 국회의사당 내에서 쇠망치. 전기톱. 물폭탄을 쓰는 것, 충성과 복종을 맹세했던 사람이 바로 그 상관, 대통령을 살해하는 것 등은 상반된 이중성이 한 국가, 한 개인 내에 활발히 작용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자기비하, 자학이 우성으로 작용하여 자존감이 무너져 자신과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거나 폭력을 쓰지 못하여 결국 홧병에 이르는 한국인의 어두운 측면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는 태도에서 기원되었다고 지적하고 싶다.

윗사람에게 공손히 인사할 때 취하는 동작은 일반적으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자의든 타의든 순간적이나마 그 표현이 억압될 때 억압된 만큼 표현력이 둔화되고 표현이 허락된 이후라도 무의식적 억압에 의해서 표현력이 다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 사람은 얼굴의 표정근만으로도 마음과 감정, 생각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호감, 반감, 사랑, 미움, 자비, 분노, 기쁨, 슬픔, 존경, 멸시, 평안, 근심, 용기, 두려움, 우울, 불안, 확신, 의심, 진실, 거짓, 겸손, 교만, 관용, 적대 등 심지어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까지 표현 가능한 것이 표정근의 기능인데 고개 숙여 인사할 때마다 순간적이나마 그 표정근의 기능이 억제된다. 물론 순간적이나마 속내를 드러내려 한다면 땅을 보면서도 미소 짓고 반가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앞에 두고 가장 중요한 첫 순간에 굳이 땅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실로 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고개 들어 본연의 표현을 하고자 할 때는 숙이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표현하는 것만 같지 않을 것이다.
이 동작이 오랫동안 확실하게 반복되다보면 초기인사단계에 표정근의 억압과 함께 그 표정근을 통해 표출될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도 동시에 억압되고 그 억압된 상태가 풀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남게 되면 이것이 감정의 응어리, 곧 홧병이 되고 그 응어리가 커지면서 감정의 둔마상태가 되어 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사에 너무나 많이 벌어진 하극상, 반역과 매국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어느 명사가 마지못해 ‘한국 사람은 다 살짝 돌았다.’ ‘우리나라 미친 나라’라고까지 했을까. 그러나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러한 인사 관습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확실치 않으나 고대에 자연물을 숭배하거나 절대자 앞에서 소원을 빌 때 자신을 낮추고 그 대상을 경외하는 뜻을 표현할 때 취하던 동작이 사람사이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데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부정하고 만물중의 어느 하나에 절대적 경외를 표하면서 소원을 비는 것은 실로 인격의 박탈이며 자율의 부정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 민속의식이 민간에 넓고 깊게 자리잡아왔으며 인간대 인간의 관계의식에도 깊이 투영된 듯 하다. 그리하여 상대방에게 절대적 존경과 복종을 표시할 때 깍듯이 허리를 굽히는 것이 아닐까.
허리를 굽히는 이유는 경외감을 드러내려면 수치감을 가려야 하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장기들이 골반과 더불어 있기 때문에  허리를 굽혀 그 장기들이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일 것이다. 옷을 입어 수치를 가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허리를 굽힌다고 실제 그 수치가 없어지는 것도 더 이상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사이에서는 옷을 입은 이상 수치를 가리기 위한 다른 동작이 필요가 없다.  따라서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얼굴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시하는 것이 서로 간에 진실이 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며 감정과 생각의 이중성이 형성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사촌이 땅을 사면 왜 하필 배가 아플까에 대한 답을 얻으리라 본다.
수치를 가리고 소원을 빌 때 허리를 구부렸고 이때 사용되어 온 것이 복근(복부수축근)이다. 이 복근이 정신방어기전의 강화를 도와주는 장기로 역할을 해왔다. 즉 수치감을 비롯 열등감, 모멸감, 불안감을 방어하고자할 때 복근이 수축되어져 왔다.
사촌이 땅을 살 때 느껴지는 시기, 질투, 열등감, 분노를 억압하려할 때 그 복근을 수축시켰던 의식이 저절로 작용하게 되며 허리는 구부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므로 편 채로 복근만 저절로 수축되다보니 복근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한 감정들은 억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부정(Denial), 합리화(Rationalization), 투사(Projection) 등의 정신적 왜곡을 형성하고 인격의 성숙에 장애물이 된다. 그것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리에맞게 처신할 수 있는 의식적 통제(Conscious Control)가 인격성숙으로 가는 길이다.
잘못된 방어기전이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복근의 수축에서 자유로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목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패배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히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자신감과 우월감이 들 때 목을 세우게 된다. 이같이 목의 동작도 심리상태를 반영할 때가 많다. 아마도 이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를 직접 지탱하고 있으면서 뇌의 자존심과 관계된 신경회로를 따라 목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패배감과 죄책감으로 면목이 없어 얼굴을 가리면 실제로는 그 감정에 대한 인식이 흐려질 수 있고 따라서 그 감정의 원인에 반복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표정과 생각을 살려서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를 명백히 인식하고 말로써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목은 사기를  반영하는 신체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기를 생명으로 하는 군대사회는 계급고하를 막론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게 한다. 전시를 대비해 항상 사기를 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개를 숙이게 하여 사기, 자신감, 자존감이 꺽이면 반동형성(속에 있는 감정과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현상)으로 어느 때 그 대상을 향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사람은 자존심이 상하면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목표를 향한 시선이 흐려질 수 있고 민첩하고도 올바른 사고, 감정의 작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본심을 가리고 상대와 거리를 두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상은 인사는 시작할 때부터 마치고 돌아설 때까지 허리와 고개를 들고 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를 언급한 것이다.

다음은 인체해부학적인 이유를 들고자한다.  목과 허리, 천골에 이르기까지 척추를 내려오면서 중간 중간 신경절에서부터 교감신경이 나와 내부 장기들과 연결된다. 이 신경말단에서 아세틸콜린,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관수축, 혈압상승, 심박촉진, 동공확대, 장운동억제 등 전체 장기들의 반응을 일으킨다. 척추의 퇴행성변화로 디스크탈출, 골극형성이 오면 이것에 의해 교감신경이 기계적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고 이 신경의 지배를 받는 팔, 다리의 혈류가 감소하여 차갑게 느껴지고 내부 장기는 통증으로 느껴진다. 이때 경부, 요부교감신경차단술을 시행하면 증상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척추를 굽혀 인사할 때 척추의 구조적 변화로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홧병과 유사한 증상들이 발현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상으로 척추를 사용하는 인사법이 한국 사람에게 있어 어떻게, 얼마만큼 감정의 왜곡과 정체성의 혼란, 자존감의 상실에 기여했는지, 홧병을 포함한 고질적 한국병의 원인이 되어졌는지 살펴보았다. 그러므로 인사는 이제 얼굴과 손, 말로써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감정의 정직한 표현력을 키워 정서를 안정시키고 손상된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시키며 홧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병을 낳는 체면문화, 명분문화, 사대문화, 눈치문화에서 벗어나 실용문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필자는 몇차례 해외여행의 경험에서 외국인과 그 같은 인사를 함으로 인격적 만남이 되고 자신의 내부에 변화가 이는 것을 확인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외국의 인사하는 방식을 모방코자함은 추호도 아니다. 다만 문제의 원인을 확인했을 때 그것을 시정하고자함인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이 시대의 극심한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를 과감히 헤치고 나아가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그날을 맞이하길 바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