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때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계획을 수립·추진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이하 세종시)’ 건립이 도마에 올랐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9월 3일 국무총리에 내정되자마자 ‘행정도시 원안 추진 불가’라는 발언이 단초를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원안 고수’와 ‘수정 불가피’로 나눠져 격론이 벌어지고 있으며 세종시와 직접적인 역학 관계로 이어져 있는 주변 지역에서도 역시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최고위원과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9월 8일 렉싱턴호텔 센트럴홀에서 시도지사 정책협의회를 주관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충남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이후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 선고를 받으면서 행정수도 건설이 위기를 맞는 등 진통 끝에 2005년 특별법이 제정된 후 노 정부 말기인 2007년 7월 세종시 착공식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이 결과 충남 연기군 금남면 남면 동면과 공주시 장기면 반포면 일대 72.9㎢ 부지에 들어서는 세종시는 12부 4처 2청의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등 2030년까지 50만 명의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대상기관이 9부 2처 2청으로 줄어들었으며 정운찬 총리 내정자와 정치권 각계 단체들이 거론하고 있는 원안이 바로 9부 2처 2청의 세종시 이전이다.

용지조성공사 50% 공정률
세종시 중앙행정타운에 들어설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의 평탄 작업과 도로 개설, 상수도 시설 설치 등 용지 조성 공사가 7월 말 현재 50%가량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행정기관 가운데 4층 규모의 총리실 건물은 파워크레인이 동원돼 기초공사를 시작했으며 총 6500여 세대가 들어서는 첫마을 도시조성은 2009 하반기와 2010년 하반기 분양을 거쳐 2011년 하반기에 입주할 예정으로 진행중에 있다. 1억 달러대의 외자 유치를 위해 9월 23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벨기에,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 이완구 충남지사는 이날 출국 기자회견에서 “인사청문회를 TV로 지켜봤는데 세종시를 공주시라고 얘기하는 등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세종시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행정도시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국제 비즈니스, 과학, 교육, 상업 등의 자족 기능 강화는 이미 행정도시 특별법에서 행정+복합도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 ‘행정’을 뺀 복합도시를 새로운 대안인양 주장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정 내정자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와의 사전 교감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현 정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정 총리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세종시를 후퇴시키기 위한 용도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9월 13일 원로 지식인 1100여 명이 최근 세종시 이전 반대성명을 낸 데 대해 ‘모순의 극치’라는 표현을 동원하는 등 성명서 내용을 조목조목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 세종시 중앙타운이 들어설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일대 건설 현장.

충청권·야당 반발 거세
이 총재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는 수도권과 충청권이 다른 지역의 자본과 인력을 흡수할 것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수도 분할로 수도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효율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군의 주요 핵심기구가 충남 계룡대에 있는데 지리적 위치 때문에 안보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충청권과 야권의 반발에도 정부와 여당 핵심부는 원안대로 건설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입법부가 제정한 행정도시 특별법을 존중해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 ‘원안 추진’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정몽준 대표 등 지도부가 잇따라 ‘정운찬 총리 후보의 발언은 개인 소신’이라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9월 2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세종시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원안대로 추진하면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같은날 또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한나라당이나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9부 2처 2청 모두를 세종시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세종시의 법적 지위를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특별자치시’로 규정하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을 국회에서 통과하는 것을 의미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9부 2처 2청’ 등 이전 규모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종시 변화 의견도 제기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도부와는 달리 일부 소속 인사들이 세종시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속의원들의 수도권규제 완화법 발의, 각계인사 ‘세종시 건설 반대’ 성명서 발표 등으로 엇박자 행보를 하고 있다. 차명진 공성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9월 8일 수도권 과밀 억제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의 공장 증설, 대학 신설 등을 제한해온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기하고 수도권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수도권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시·도지사는 공동으로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광역 수도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도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정비발전지구 산업집적육성지구 등을 지정할 수 있는 것 등이 골자로 돼 있다. 또 뉴라이트재단 선진화시민행동 등 친여권 단체의 대표자 등은 9월 10일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촉구 지식인 선언’을 통해 사실상 세종시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행정기관을 분리 배치해 막대한 행정 비효율을 일으키는 망국적인 조치”라며“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기관 분할배치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종시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우회 행보로 해석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세종시를 다른 성격의 특성화 도시로 육성하려 한다는 대책이 발표돼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유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종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