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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파장 일파만파
2015년 01월 06일 (화) 17:51:49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59) 씨 국정 개입 논란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1월28일 세계일보는 1면 톱으로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세계일보의 기사는 정윤회 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고 불리는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그리고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 인사 4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또 보고서에서 이들을 중국 후한 말 환관에 빗대 ‘십상시’로 지칭하고 이들의 실명을 언급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에 의하면 지난 송년 모임에서 정윤회 씨는, 김기춘 실장은 ‘검찰 다잡기’용이어서 이런 임무만 완수하면 2014년 초 중반에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모임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정윤회, 핵심 측근 통해 국정운영에 관여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시절 보좌관이었던 정윤회 씨가 청와대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통해 국정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문건의 공개 이전에 제기됐던 정 씨 관련 의혹들까지 더해지며 비선세력간 권력암투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11월28일 청와대 내부문건인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는 현재 강원도 홍천인근에서 은거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소위 ‘十常侍’(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14년 1월6일로, 작성주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명시돼 있으며 세계일보는 청와대에 파견 나온 박관천 경정이 이 문건을 작성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세계일보에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 그리고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고리3인방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돼 왔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비선 조직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만만회’는 이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그리고 정 씨의 마지막 이름자를 따서 칭한 것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는 누구?
청와대가 정윤회 씨와 관련한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씨는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정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잊을 만하면 이름이 거론됐다. 하지만 정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종종 돌았지만, 출생과 이력 등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정씨에 대한 정보는 지난 18대 대선 이후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정씨는 지난 1998년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공식 보좌관이 아닌 ‘입법보조원’ 신분으로 박 대통령의 일을 도왔다. 이어 2002년 2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한국미래연합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형식으로 복당했는데, 정씨는 2004년 3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에도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러던 정씨는 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7년 현직에서 물러났다. 故 최태민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젊은 시절 멘토로 불리는 인물로, 박정희 정권 말기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중앙정보부 등으로부터 내사를 받기도 했다. 정씨는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속칭 ‘삼성동팀’ 혹은 ‘강남팀’이란 외곽조직을 이끌었다는 루머가 나도는 등 박 대통령 주변에 정씨가 있다는 소문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른바 ‘만만회’ 등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정씨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와 이들 3인방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이들 3인방은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진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이들을 보좌진으로 발탁한 인물이 정씨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씨는 실제 영향력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늘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시사저널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지난해 12월 한 달 전부터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정윤회 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나온 문건이나 제기된 의혹들 모두 시중에 떠도는 풍문에 불과한 만큼 청와대가 이번 기회에 강한 법적대응을 통해 정 씨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야당의 입을 통해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과 관련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모자라 이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공개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찌라시에나 나올만한 의혹이 청와대 내부 문건을 통해 제기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마치 정권말기를 보는 것 같다”면서 “법적대응을 통해 사실관계는 가려지겠지만 한번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윤회 문건의 실체 드러나나
검찰이 ‘정윤회 문건’의 제보자로 박동렬(61) 전 대전국세청장을 지목하고 조사에 나서면서 문건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과 박 전 청장의 대질심문에 나서 문건을 둘러싼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제보자의 등장으로 일단 정씨와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졌다는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소위 ‘십상시’ 멤버로부터 박 경정이 직접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의 진술이 엇갈려 제보 내용의 신빙성 여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박 경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문서를 작성했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박 경정은 12월4일 검찰 조사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믿을만한 정보원에게서 확인한 내용”이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박 경정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신빙성이 60% 이상”이라고 밝혔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모임 참석자로부터 들었다고 보고받았다”고도 밝혔었다. 검찰은 이후 문서 내용의 신빙성을 가리는데 핵심이 될 수 있는, 정보의 최초 생산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박 전 청장을 찾아냈다. 박 경정이 ‘십상시’ 모임의 참석자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 전 청장이 전달한 정보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암시한 것처럼 모임 참석자로부터 들은 것을 제보했는지, 그저 풍문을 전달했는지 여부다. 현재 박 전 청장이 박 경정에게 제공한 정보의 출처나, 어느 범위까지 이야기했는지 등을 놓고 두 사람의 말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박 전 청장이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이 박 경정과 곧장 대질심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춘식 행정관의 이름도 거론돼 3자 대면까지 이뤄졌지만 검찰은 제보자인 박 전 청장이 박 경정에게 시중에 돌아다니는 풍문을 김 행정관이 전한 것처럼 과장 진술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이 언제 어디서 만나 해당 정보를 주고받았는지도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 전 청장은 정윤회 씨 및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과 친분이 있고, 박 경정과도 안면이 있어 양측에 정보 이동의 징검다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박 전 청장은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으로 일하는 등 정보 쪽 일을 주로 하면서 정보파트인 박 경정과 인연이 맺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경정으로서는 안봉근 비서관과 동향이고 가까운 사이인 박씨의 제보여서 신빙성이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박 전 청장에 대해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보자라고 판단했다”는 정도만 설명하고 있다. 검찰이 박 전 청장에게 제보한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한다면 문건의 진위여부 수사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검찰은 “단순히 진술만으로 (결론을 내리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다각도의 증거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본질 밝히기엔 검찰 수사 여전히 미흡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조사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씨의 국정농단 실체와 문건 유출 과정 등 이 사건의 본질을 밝혀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아직 홍경식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데다, 정씨나 정씨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난 12월10일 소환조사만 진행했다. 특히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직접 보고 받았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이 검찰의 수사의지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홍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라인의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이 문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윗선에 보고됐으며, 이후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가장 상세하게 알만한 인물이다. 결국 문건의 진위 여부와 유출 과정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홍 전 수석은 이 문건을 작성, 보고한 박관천 경정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하고, 두 달 뒤 조 전 비서관이 사표를 쓰게 된 일련의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홍 전 수석은 지난 4월초 청와대 행정관 비위 관련 보도로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1차 자체 조사를 할 때도 민정수석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아직까지 홍 전 수석에 대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월8일 “아직 거기까지 가기에는 조사 양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 전 수석을 조사하지 않고 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잇따라 소환된 이들의 진술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홍 전 수석도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형식적으로 보면 정씨는 12월10일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지만, 이 사건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정씨에 대해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 내용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씨가 실제로 10여명의 청와대 행정관 등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김 비서실장 인사 등에 개입했는지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로선 정씨를 압박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검찰은 “지금은 정씨에 대해 그 같이 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국 검찰이 정씨에게 증거인멸 등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김 비서실장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 실장에 대한 서면조사 여부와 관련, “그건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면서 잠시 침묵한 뒤 “서면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이 문건의 내용에 대해선 김 실장이 최종 보고를 받은 ‘윗선’으로 돼 있다. 또 김 실장은 지난 4월 초 청와대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뒤부터 지금까지 청와대가 이 문건에 대해 어떻게 자체조사를 진행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최소한 서면조사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문건 파장, 개각에 영향 미칠까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이르면 연말께 단행될 것으로 점쳐졌던 개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번 사태는 일단 청와대 내부의 기강 및 갈등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데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야기됐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규제 및 공기업 개혁 등 정부의 주요 과제들이 자칫 이번 이슈에 함몰돼 버려 추진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건 파장에 대한 국면전환과 맞물려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더불어 개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파장은 정치권에서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핵심 비서진 3인방 등에 대한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각과는 달리 청와대는 이번 내부 문건 유출 및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다. 특히 김 실장은 이번 사태와 도의적 책임 등으로 연관돼 있는데다 최근 ‘사상’ 문제에 휩싸인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인사에 대한 논란까지 겹쳐 곤혹스런 입장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내각쪽은 인사폭이 관심이다.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국무총리와 함께 사퇴의사를 밝힌바 있는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을 비롯 정권출범초부터 부처를 이끌어온 외교·통일·법무·농식품·산업·환경·국토부 장관들 가운데 업무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일부 인사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 청와대는 그동안 부인해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예산정국이 끝난 뒤 개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국정과제 완수를 위해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각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1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포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신설되고, 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가 포진한 삼두체제로 내각이 재편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 왔다. 박 대통령이 정책 전반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밑그림을 그린 내각의 삼두체제가 완성됨으로써 총리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점을 고려할 때 총리 교체 등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경환 경제·황우여 사회부총리에 더해 정치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총리로 발탁, 집권 3년차 ‘친박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발탁설이 한때 제기되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야당의 사자방 (4대강, 자원외교 및 방산비리) 국조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다선의 중진급으로 행정경험도 풍부한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영 장관을 비롯, 이른바 ‘장수’ 장관들과 인사대상에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금융위원회위원장을 비롯 장관급 인사들도 교체대상에 포함될 경우 개각은 중폭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때 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개각시기도 예상보다 당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으로 연말이나 연초 개각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비선 실세를 겨냥한 야권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한데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국면전환용 개각은 악수(惡手)에 그칠 뿐이라는 논리다. 권력 암투설과 내부 잡음 등 다른 정권에서는 임기 말 나타났던 현상이 불과 집권 2년차에 불거지고 있는데 섣부른 인사로 부실 검증 논란이 재연되면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도 정국전환이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이벤트성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온 만큼 개각 카드로 이번 논란을 비껴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지난 12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서실장님과 수석 여러분들도 그동안 청와대에는 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단 말이 나올 정도로 밤낮없이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해 헌신해 왔다”며 비서진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표명한 만큼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나온다.

與 “비선라인 불통”, 野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의혹으로 새누리당 내부에 미묘한 파열음이 번지고 있다.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반면, 비박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총공세 분위기다. 새누리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난 12월3일 청와대 비선라인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역대 정권마다 비선실세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국정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공조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관이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과 접근하는 체제가 존속하는 한 비선실세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4선의 원유철 의원도 “검찰 수사와 별개로 청와대는 내부 보안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인사와 검증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개 발언은 없었지만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이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닌지 타진하는 분위기도 여당 내에서 감지됐다.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공식 대응법은 ‘함구’다. 청와대로부터 함구령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문건 의혹 발언에 가담하는 의원이 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가정보원 1급 국장이 청와대 비서관 관련 첩보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제공하다 청와대 외압으로 요직에서 밀려났다는 의혹과 관련, 서영교 의원이 “국정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뒤도 추적하느냐"고 물었다. 이병기 국정원장은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안민석 의원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정씨 간 권력암투 끝에 지난 7월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이 국가 대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해 의구심을 자아냈다”면서 “사퇴 배경에 권력 암투가 있었는지 해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정씨와 함께 김기춘 비서실장, 문고리 권력 3인방에 화력을 집중시켰다. 박지원 의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비서실에 굉장한 신뢰를 표시했는데 어떻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분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수사 결과를 국민이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찌라시 루머를 모아 사실인 양 보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실 기능 정상화 쇄신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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