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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땅콩리턴’ 슈퍼甲질
2015년 01월 06일 (화) 16:37:04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기에서 이륙 직전 승무원을 내리도록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등석 객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을 쫓아내 운항을 막 시작하려던 항공기는 10분여간 이륙이 지체됐다.

지난 12월5일 0시50분 뉴욕을 출발해 한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이 탑승 마감 뒤 토잉카에 의해 출발 활주로로 밀려나던 중 갑자기 멈춰 섰다. 이어 비행기는 게이트로 돌아왔다(램프 리턴). 이어 한 사람이 항공기에서 내렸다. 중년의 남자 사무장이었다. 사무장을 내려놓은 항공기는 이륙해 12월6일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조현아 부사장, 출발 직전 사무장에 “내려”
이번 대한항공 회항의 발단은 땅콩(마카다미아넛)에서 시작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넛을 갖고 왔다”며 “조 부사장이 규정에 어긋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사무장에게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오도록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먼저 승객에게 마카다미아넛을 먹을지 물어보고 마카다미아넛을 가져와야 했다고 매뉴얼을 전했다. 대한항공 규정에는 먼저 묻고 후 조치토록 돼 있다. 하지만 일등석 담당 승무원은 달라고 하지도 않은 마카다미아넛을 들고 왔고 조 부사장과 승무원 간에 규정 논란이 일었다. 이어 조 부사장은 사무장을 호출했다. 사무장은 매뉴얼을 보여주려고 태블릿PC를 들고 왔다. 하지만 조 부사장의 고함에 놀라서인지 사무장은 태블릿PC내 논란의 쟁점에 선 규정을 찾지 못했다. 당시 조 부사장의 “내려” 지시는 이코노미석이 술렁거릴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일등석에는 조 부사장 외에도 승객 1인이 타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객실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사무장을 내리도록 지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마카다미아넛을 가져온 승무원은 비행 내내 조 부사장의 객실서비스를 담당했다. 이륙 직전 뉴욕 공항에 내린 사무장은 12시간 뒤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 같은 조 부사장의 지시는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먼저 조 부사장이 250여명이 탑승한 항공기에서 램프리턴을 지시하고 승무원의 탑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램프리턴은 항공기 정비 및 주인 없는 승객의 짐이 실리는 경우 등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행하는 활주로 운항을 말한다. 조 부사장을 승객으로 가정한다면 ‘제 2의 라면 상무’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항공법상 항공시 승무원에 대한 지휘ㆍ감독은 기장이 담당한다. 현행법상 폭행·협박 또는 위계(지위나 계층 따위의 등급)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할 수 없다.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조 부사장이 승객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가, 오히려 승객의 안전을 해하는 행위로 구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객실서비스 매뉴얼’이 책자 형태에서 태블릿 PC로 바꾼 이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규정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것도 논란 꺼리다. 담당 임원의 지시에도 규정을 못 찾는 상황인데 비상시 태블릿PC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당시 사무장은 (조현아 부사장이 지적한) 문제가 된 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매뉴얼이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하거나,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서비스 책임자로서 조치가 미흡해 조현아 부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무장은 기내 안전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더 큰 사고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 내린 문책 차원의 결정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월권 논란 관련해서는, 법규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조 부사장이 객실 파트 임원이라는 점에서 권한 행사가 가능한데 기장 권한 부분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 “조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 있었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황’과 관련해 해당 항공기의 사무장인 박창진 씨는 지난 12월1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 명이 거의 매일 집에 찾아와 ‘매뉴얼을 숙지 못해 조현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한 적은 없고 스스로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땅콩을 제공하려 했던 여승무원을 질책하고 있어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으로서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까지 났다”고 주장했다. 또 “무릎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 겪어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씨는 “(회사 측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거기엔 저와 제 동료인 승무원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이라든지 품어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12월12일 오후 3시경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두, 이날 오후 10시 반경 조사를 마치고 나와 ‘사무장이 폭행과 욕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양호 회장은 12월12일 오후 1시30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여러분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과 관련해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탑승객, 조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 증언
‘땅콩 회항’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조현아 전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해 ‘폭언·폭행이 없었다’는 대한항공 측 주장이 거짓이라는 탑승객의 증언이 공개됐다.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바로 앞자리 일등석에 앉았던 박모(32·여)씨는 12월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강요했고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일반석 사이 커튼이 접힌 상태에서일반석 승객들도 다 쳐다볼 정도였다”며 “승무원에게 태블릿 PC로 매뉴얼을 찾아보라는 말을 하기에 ‘누구기에 항공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조 전 부사장이 일으켜 세워 위력으로 밀었다”며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거의 3m를 밀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매뉴얼이 담긴) 파일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며 “승무원은 겁에 질린 상태였고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파일을 던지듯이 해서 파일이 승무원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며 “승무원을 밀치고서 처음에는 승무원만 내리라고 하다가 사무장에게 ‘그럼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사무장을 내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모습은 목격하지 못했고, 음주 여부 역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란은 20여분간 계속됐으며, 이륙 이후에도 기내 사과방송은 없었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출발 후 기내에서 저도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니까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눈치를 보게 되더라”며 “승무원에게 물어봤을 때 ‘내부적인 일’이라고만 해 더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기사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봐도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정말 백번 잘못한 것”이라며 “지적은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할 수 있는 건데, 본인 사무실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작 그런 일 때문에 비행기를 돌려야 했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스트레스를 받고 온 14시간이 너무 화가 나서 콜센터에 전화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건 이후 대한항공의 처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콜센터에 연락 후 지난 12월10일에야 대한항공의 한 임원이 전화해 ‘사과 차원’이라며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두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바로 전화가 오지 않았고, 해당 임원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고 해 더 화가 났다”며 “나중에 이미지가 깎이니까 애매한 사과문을 발표해놓고 무마시키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해당 항공기의 기장과 사무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승객 박씨 등 관련자를 불러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브스, 한국 기업의 족벌체제 및 세습경영 비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두고 “이번 폭로는 한국 재벌 그룹의 사주 일가가 (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을 어렴풋이 알게 해준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기업과 기업인들 편에서 선 기사를 주로 다뤄온 ‘자본주의의 최전선’ 잡지인 포브스가 이번 사건의 후폭풍을 보도하며 ‘Chaebul(재벌)’ ‘Top Family(최고위 가족)’ 등의 단어를 사용해 한국 기업의 족벌 체제 및 세습 경영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2월14일 포브스는 “대한항공의 ‘땅콩 분노’ 소동은 사주 일가 및 세습 경영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고 밝히며 ‘세습의 역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때부터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포브스는 “이번 소동에서 대다수가 그냥 지나치는 것은 조양호 회장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의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승진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의 괌 착륙 실패로 228명이 사망한 사건과 2년 뒤 1999년 4월 중국 상하이(上海)공항의 착륙 실패로 인해 승객 및 승무원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조중훈 당시 한진그룹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조양호 당시 사장은 대외업무를 맡는 회장직으로 변경된 바 있다. 포브스는 “조 회장이 거의 자동으로 세습 지위를 통해 기업을 장악한 것은 한국 경제에 ‘군림’하는 재벌과 대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라며 “회항을 요구받았을 때 승무원들은 조 전 부사장의 ‘우월한 지위(lofty position)’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브스는 대한항공이 안전 문제에 매우 예민하지만, 정작 안전을 위해 명백하게 기울여야 할 노력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대한항공은 일련의 사고로 인해 안전 문제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델타항공에 항공 안전성에 관련한 교육을 의뢰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며 “사주에게서 가해지는 안전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대한항공은 비행기 운행 사이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장이 되기 위한 요구 비행시간도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델타항공의 말을 인용해 “대한항공은 권위적인 조종석 문화로 잘 알려져 있었으며, 안전상의 문제를 알아챈 하급 조종사의 경고는 쉽게 묵살됐다”고 지적했으며,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을 인용해 “대한항공은 숙련된 조종사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이익을 내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조 부사장에게 인사권이 있다 하더라도 비행기가 움직이면 그녀는 그저 승객에 불과하다”며 “델타항공은 앞으로 대한항공 조종사들에게 비행기가 출발하면 조종사가 기내의 ‘궁극적인 수장(ultimate boss)’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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