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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테러용의자 고문 실태 보고서
도마 위에 오른 미국의 인권 침해 문제
2015년 01월 05일 (월) 23:56:4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12월9일(현지시간) 공개한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 실태 보고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고문 수법이 예상보다 훨씬 잔혹해 관련 테러단체나 극렬주의자의 보복 테러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 공개를 주도한 민주당과 ‘고문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공화당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5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CIA 테러용의자 고문 실태 보고서는 전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에 9·11 사태 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에게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상세히 기록했다.

알카에다 대원에 자행된 고문 수법 기록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이 공개한 CIA 고문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 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된 고문 수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30분 이상 물고문을 하거나, 1명에게 183번의 물고문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7일 동안 잠 안 재우기, 항문으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 매달기, 좁은 공간에 집어넣기,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옷을 벗겨 흰 방에 가두거나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러시안룰렛’과 눈을 가린 채 전동 드릴을 몸 가까운 곳에서 작동시키는 등의 기법도 사용했다. 수감자인 아부 주베이다는 독방에 무려 47일 동안 감금돼 있었으며 일명 '선진 심문 프로그램'에 따라 거의 24시간 내내 심문을 받았다. 주베이다는 총 266시간을 관처럼 생긴 곳에 가둬졌다. 이후에는 29시간을 너비 21인치(약 53cm), 높이 2.5피트(약 76cm)의 더 작은 박스에 감금되기도 했다. 주베이다가 CIA가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심문팀이 본부에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속적으로 물고문을 받았다. 고문을 받은 그는 기침을 하고 구토를 했으며 나체의 몸은 경련을 일으켰으며 입안 가득 거품을 무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CIA는 3명 이상의 수감자에게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자녀에게 해를 입히고 수감자의 엄마의 목을 베겠다거나 성폭행을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이로 인한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을 우려해 해외 외교 공관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보고된 내용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은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과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 각료, CIA 전직 수장들은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올바른 일을 했지만 일부 행동(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사안이 국제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對)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미 정부는 CIA 관련 책임자를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 법무부는 증거가 부족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CIA 고문실태 폭로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위원장
“나는 우리가 한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미국의 위대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5년여에 걸친 방해공작과 비난여론에도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실태를 폭로한 81세 노정치인의 표정은 단호했다. 12월9일(현지시간) 동료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상원에서 CIA 보고서에 관한 연설을 마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은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를 공개한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논란의 보고서가 공개되기까지는 파인스타인 위원장의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CIA, 백악관, 공화당 관계자들과 끈질긴 토론과 협상을 벌였다. 지난 4월에는 CIA가 정보위 컴퓨터에 몰래 접속해 ‘고문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 등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고 소속 의원들을 감시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 존 브레넌 CIA 국장이 불법침투 사실을 시인하면서 주도권은 파인스타인 위원장 쪽으로 넘어왔다. 이후에도 공화당은 물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공화당에서는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붙잡혀 고문을 받았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이 유일한 우군이었다. 동료 상원의원 출신인 존 케리 국무장관조차 보고서 공개가 중동지역의 불안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보고서 공개와 상관없이 중동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CIA 직원들의 야만적인 행태는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에 극명하게 위배된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보고서 공개를 밀어붙였다. 1960년대 정치권에 발을 들인 파인스타인은 샌프란시스코 시장 등을 거쳐 1993년 상원에 처음 입성한 5선의 현역 최고령 상원의원이다.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적 위상 하락
이번에 공개된 CIA의 고문행위는 대부분 2002년부터 2008년에 발생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다. 이 때문에 미국 내부적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 없다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CIA요원들은 애국자이며 보고서가 그들의 국가에 대한 기여를 깎아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CIA가 고문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국가안보에 기여했다는 것. 중간선거에서 이긴 공화당도 내년 여소야대 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파인스타인이 민주당 출신인데 내년 새 의회가 시작되면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모든 상원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하는 만큼 최소한 2년 뒤 대선까지는 이런 고문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부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보고서를 공개할 적합한 시간은 따로 없다”라고 말했다. 테러위협 등을 고려해 케리 국무장관도 공개에 반대했지만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존 맥케인 의원처럼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 경우도 있고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보고서 공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민개혁안 등을 둘러싸고 양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전 대통령때 치부가 공개된 것을 놓고 일각에선 공화당 대선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가 지사에 대한 견제성격까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도 나오고 있어 백악관과 공화당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퍼거슨 흑인 청년 살해사건에 이어 뉴욕 흑인 살해사건의 가해자인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으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논란은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미국의 인권문제는 이미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CIA의 고문실태 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적 위상은 망가질 만큼 망가지게 됐다. 유엔의 인권 특별보고관이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와 정부 관리들을 미국이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기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론냈다고 밝혔다. 상세한 고문 실태가 적시됐지만 증거가 부족해 기소를 거부하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댄 것. 미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ICC가 조사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최근 북한의 인권결의안을 통해 밝힌 방법대로 CIA 고문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ICC가 직권으로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재의 국제 질서 속에서는 둘 다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CIA의 고문 책임자들에 기소 이루어질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존 브레넌 국장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해외 비밀감옥 고문 실태가 드러나면서 CIA에 전 세계적인 비판이 집중되자 조직 보호에 나섰다. 그는 CIA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라는 시각으로 ‘논쟁 종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CIA 고문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보고서를 읽으라’고 언급하면서 브레넌 국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12월11일 브레넌 국장은 버지니아주 랭리의 CIA 본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먼저 “제한적인 경우에서 요원들이 가혹하고 승인받지 않은 혐오스러운(abhorrent) 심문 기법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브레넌 국장은 “여러분들의 관점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 조직은 선진심문기법(EIT)을 통해 어려운 시절에 국가를 안전하고 강하게 하기 위한 많은 옳은 일들을 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쉬운 해답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브레넌 국장은 고문 행위로 테러 용의자들로부터 얻어진 정보가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추적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빈 라덴 사살 작전 수행에서 도움이 됐었고, 실제로 사용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업무 기준을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브레넌 국장은 “이제 우리가 이 같은 논쟁을 옆으로 제쳐놓고 앞으로 전진하자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강조하면서 고문 논쟁 종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위원장의 견해는 달랐다. 그는 브레넌 국장의 회견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를 통해 “빈 라덴의 사살로 이어진 핵심 정보는 EIT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보고서 378페이지에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입증해 주는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날 올린 모든 트위트 글에 ‘보고서를 읽으라’(#Read The Report)는 해시태그(트위트 글을 분류하기 위해 ‘#’ 기호를 붙여 쓴 단어나 문구)를 달았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브레넌 국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보고서는 핵심 정보를 고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CIA는 고문 전에도 정보를 갖고 있었고 EIT를 이용해 테러 공격을 막았다는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브레넌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미국인들을 의도적으로 속이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원 정보위는 EIT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CIA의 고문 책임자들에 대해서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표출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법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쿠바 소재 관타나모 수용소 재조명
미국의 대표적 ‘인권 치부’로 꼽히는 쿠바 소재 관타나모 수용소가 ‘CIA 고문 보고서’ 공개의 후폭풍 속에 재조명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고문 철폐 등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감옥인 관타나모를 방치하는 이상 미국은 스스로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의회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루과이에 이어 브라질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브라질로 보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브라질 정부가 관타나모 수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12월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2월7일 우루과이가 남미 최초로 관타나모 수감자 6명(시리아 4명, 튀니지 1명, 팔레스타인 1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여 정착을 지원하자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온 것이다. 이에 브라질 외교부는 “관타나모 수감자 수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 브라질 사무소는 “브라질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수감자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우루과이 사례를 “불법 상황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며 “브라질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인권 유린의 종식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바 동부의 미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위치한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와 함께 2002년 1월부터 운영돼 왔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금까지 53개국 779명이 무장단체와 연계됐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절차 없이 이곳에 수감됐다. 수감자 중 634명이 출소하거나 이송됐고 9명은 사망했다. 나머지 136명은 여전히 수감돼 있다. 2004년 미 대법원에서 ‘관타나모 수감자도 미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관타나모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기지 폐쇄 방침을 정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치자 현재 행정명령을 통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수감자들의 본국 송환과 남미 국가로의 이송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남미 국가행의 시작이었던 우루과이 이송과정에서 수감자들이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와 또 다른 구설에 휘말렸다. 이송된 수감자 중 한 명인 시리아인 오마르 마흐무드 파라즈는 변호인을 통해 “관타나모에서 우루과이로 올 때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실려 왔다”며 “밧줄에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짐승처럼 다뤄졌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서 비판의 목소리 고조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를 조사한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2월10일 AP 통신 등 외신들은 CIA 고문 실태 관련 보고서 공개로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 문제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과 갈등을 빚고 있던 북한, 중국, 이란 등 반미 성향의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내는데 앞장섰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인권 침해를 유엔 차원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앞장서온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12월1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은 미국의 비인간적인 고문 행위를 공개적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잘못한 행보에 대해 반성하고 진지한 태도로 관련 국제 협약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훙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중잣대를 대는 것을 줄곧 반대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란 역시 미국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2월10일 트위터에서 “미국 정부는 인권에 반하는 억압의 상징”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는 “인권이 (미국에서)강력한 권력에 의해 어떻게 짓밟히고 있는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잘못 선전되는지를 보라”라고 미국 정부를 비꼬았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CIA가 자행한 고문 행보는 1994년 제정된 유엔 ‘국제 고문방지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면서 고문에 참여한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고문을 명령하거나 저질렀다면 이는 심각한 국제범죄로 정치적 편의에 따라 단순히 면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문에 관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CIA 요원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 및 인권 특별보고관도 전날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 조직적 범죄와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만약 고문을 주도한 미 관리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고문이 정책적 선택 사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IA 고문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럽 국가는 미국의 이중성을 비난하기보다 ‘고문 반대’의 원칙만 강조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고문은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서 받아 들일 수 없는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보고서가 미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 침해에 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그러나 CIA의 감금, 심문 프로그램에 맞서는 것은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캐서린 레이 EU 대변인은 “테러 응징을 포함해 어떤 상황에서도 고문과 학대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2월10일 별도의 성명에서 “고문은 세계에서 널리 자행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긴급한 관심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미국의 이중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원칙을 재강조에 나선 것은 유럽 내 20여개국이 비밀감옥 설치 등 CIA의 고문 활동을 도왔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월9일 민간단체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을 인용해 “최소 54개국이 CIA에 협력했는데 그 중 21개국이 유럽에 있다”면서 “유럽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12월10일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이 미국 CIA가 폴란드에서 운영한 비밀감옥의 존재를 인정했다. 폴란드 정부는 CIA 비밀 감옥의 폴란드 내 존재 자체를 줄곧 부인해 왔다.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003년 재임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비밀 감옥 내에서 이뤄지는 야만적 심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꼽히며 ‘테러와의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중동 국가들은 되려 CIA의 고문 보고서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반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보고서 공개 이후 분노를 터뜨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샤디 하미드 브루킹스연구소 중동 선임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은 이미 10년 전에 이라크에서 벌어진 미국의 고문에 분노했다”며 “그래서 미국인이 10여 년 뒤에야 ‘오래된 이슈’를 새삼스럽게 공론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다수 중동 국가 정부가 침묵하는 데는 이들이 미국에 협조하고 자국민에 대해서도 고문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신임 대통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2월10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정부는 이 같은 비인도적인 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날 이 같은 행동과 고문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를 파악해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북한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 가운데 이번 문서의 공개로 미국은 인권 외교에서도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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