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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삶’에 양생(養生)의 비결이 있다
2019년 09월 04일 (수) 17:16:27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TV에서 ‘생활의 달인(達人)’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듯한 사람들이지만 자기 일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름의 경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달인이라 부르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도통(道通)했다’ 즉 ‘도(道)를 튼 사람’이라고들 불렀다.

장자(莊子)의 생각도 그랬던 것 같다. 대단한 도술을 부리지 않더라도, 양떼를 잘 돌보는 목동의 기술을 도(道)라 칭하고, 활을 잘 쏘는 것도 도라 칭하고, 목수가 수레바퀴를 깐깐하게 잘 만드는 것도 도라 부른다. 그러니까 도라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마법이나 신비로운 지식을 터득하는 일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노력과 정성을 다하는 일상의 삶’이 바로 도를 잘 따르는 삶인 것이다.

소 잡는 사람(포정)의 이야기는 좀 허풍스럽지만 그래서 흥미롭다. 포정이 높은 사람을 위해 소를 잡는데 ‘거기에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밟고 무릎을 구부림과 동시에 휙휙 뼈를 발라내는데, 칼로 가르는 소리와 동작이 모두 리드미컬하다. 그것은 상림의 춤사위와도 같고 경을 읽는 소리와도 같았다.’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르렀는가. 포정이 말한다. “제가 즐기는 것은 바로 도(道)입니다. 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죠.”

논어에 ‘이론으로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도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 위정)’고 했다. 본래 좋아서 하는 공부는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하는 공부보다 능률이 잘 오르고 성과도 좋은 법이다. 장자에 나오는 포정은 소 잡는 일을 단지 밥벌이 기술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수련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육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뼈의 마디와 빈틈을 간파하면서 정교하게 칼을 움직여간다. 칼은 리듬과 운율을 타고 움직이며 그때마다 살코기는 진흙덩어리 떨어지듯 깔끔하게 떨어져 쌓인다. 단지 일로 하는 기술자들은 칼을 다달이 새것으로 바꿔야 하지만 일을 즐기는 포정은 19년 동안 사용한 칼이 아직도 막 숫돌에 간 것처럼 예리함을 잃지 않는다.

포정의 말을 듣던 높은 사람 문혜군은 경탄을 금치 못한다. “내가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의 이치를 얻었도다.” 양생(養生)이란 무엇인가.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음식 운동 정서 성생활 등 일상에 적용하는 규칙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의학 뿐 아니라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추구해온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먹고 마시는 섭생이나 숙면, 기공(氣功), 호흡법, 성생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양생에 맞는 방법들이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신체를 단련하고 보양하는 일뿐 아니라 철학적 정신적 방법들도 똑같이 중시되었다.

전개지라는 사람이 신선인 축신에게서 도를 배우고 그의 양생법도 배웠다. 주나라 위공이 전개지를 만나 당신이 배운 양생을 좀 가르쳐달라 하니 전개지는 아주 간단히 그 ‘비법’을 설명한다.

“양생을 잘하는 것은 양을 치는 일과 같습니다. 여러 마리를 몰고 갈 때, 지팡이로 뒤처지는 놈만 잘 챙겨 몰면 되는 일이지요.” 전개지는 다시 부연한다. “단표라는 사람은 자기관리를 잘하여 나이가 칠십이 되었어도 안색이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혀버렸죠. 반면 장의란 사람은 처세에 능해서 든든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나 몸 관리가 안 되어 나이 사십에 열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단표는 안을 잘 관리했으나 밖에서 오는 위험을 피하지 못한 것이고, 장의는 바깥을 돈독히 하면서도 안에서 자라는 병을 몰랐던 것입니다. 안과 밖 둘 중에 뒤처지는 놈을 건사하지 못하여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안으로만 품지 말고 밖으로만 애쓰지도 말라. 야생의 잡목처럼 중앙에 무성하여라. 안과 밖, 중앙을 고루 잘 조화시킨다면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라’ 하셨지요.”

이제 삶을 유연하게 즐기며 사는 포정에게서 ‘양생의 이치’를 얻었다고 말한 문혜군의 말이 좀 이해가 된다. 참된 양생(건강)법은 몸에 좋은 섭생 운동 호흡 등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즐기면서 사는 삶의 태도에도 달려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최대의 연구주제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가벼운 두통 불면 소화기능 장애로 시작해서 면역저하, 각종 알레르기, 성기능 저하, 생리불순, 나아가 정신신경증적 이상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현대인 건강의 적(敵)으로 불리는 각종 암의 발생이나 악화 원인으로도 스트레스가 갖는 비중은 매우 크다. ‘잘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즐기며 사는 삶’에는 스트레스도 크지 않을 것이다. 건강양생의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NM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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