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을 우리주변에서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히포크라테스(Hyppocrates)의 명언으로 전해져 온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생명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이미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익히 증명된 바이지만 문화예술의 영원성으로 볼 때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장정미 기자 haiyap@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하듯 예술은 우리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예술은 인간이 지향하는 고유한 정신세계와 가치를 담고 있고,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작용을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막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예술이 한때는 예술가의 전유물인 것처럼 비쳐졌던 시대도 있었으나 현대에 들어 예술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대중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인간의 삶 자체에 녹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손정숙 화백

다양한 양면성 지닌 모습을 담아낸 작품 선보여
“불꽃의 미학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나 나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의식이다. 내 삶의 의미도 내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도 작품 속에 함축되어 있다. 나의 창작도 사고도 여기에서 생성된다.” 주목받는 화가 우당 손정숙 화백은 우주의 신비한 원초적 생명체의 율동력, 생명력의 순환을 역동적으로 표현해온 작가다. 대중들에게는 ‘불꽃의 미학’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손 화백은 우주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주제로 에너지와 생명력 그리고 무의식을 일깨우는 자아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그림을 통해 생명체로서의 자신의 몸, 그 몸이 담고 있는 마음을 그리는 동시에 순간순간 박동치는 생명력을 기록하는 그는 우주의 근원에 대한 고찰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자아표현>, <자아발산주의>, <꿈>, <신화>, <환상주의>, <영원한 욕망> 등의 작품을 통해 기계적이며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작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모든 중심은 나(我)이다. 나만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그림을 추구한다. 어떤 문화권-동양과 서양,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한 나만의 작품세계를 갈구하는 것이 나의 화두다”고 고백한 것처럼 손정숙 화백은 활동 초기 음양오행의 순환 원리에 따라 오행의 기운을 상징하는 오방색(청·적·황·백·흑)을 활용해 생명감이 약동하는 작품을 완성하며 침묵의 울림을 드러냈고 이제 가상, 상상, 관념의 세계와 현실 세계, 동양과 서양의 범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는 중이다. 이러한 작품세계에 대해 우당 손정숙 화백은 “보는 이마다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나름대로 공감하는 것이 바로 추상화”라며 “시공의 흐름을 양극과 음극의 순환 원리로 그리고 생명과 소멸, 질서와 파괴 등 다양한 양면성을 지니는 모습을 작품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작품 속에 희열과 행복
우리나라 화단을 대표하는 중견 여류작가인 손정숙 화백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지금까지 총 16회의 개인전과 한국현대회화 5인전(러시아), 살롱 줴지아 국제전(파리), 국제교류 현대작가 15인전(후쿠오카 문화관), 베트남정부 초청 현대미술초대전(하노이), 인도정부 초청 한국현대미술초대전(뉴델리미술관), 몽골정부 초청 울란바토르전(국립미술관), 2002년 한일월드컵 초대전(도쿄) 등 수많은 해외 초청전을 통해 ‘손정숙’이라는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켰다. 그에게 있어 작품 활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관객들이다.

언제나 개인전 준비로 정신없이 지낼 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그는 “마음의 활력과 생명력을 얻을 수 있어 좋다”면서 “개인전을 열 때마다 격려의 말, 축하의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인격까지 존경할 만큼 감격해버린다”고 말할 정도다. 손 화백은 “시간과 정열을 다해 작품을 완성해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고, 개인전을 함으로써 그림에 비전도 있다”면서 “개인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는다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작은 고뇌이자 과정은 고통이지만 그 과정을 넘어 완성된 작품 속에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는 손정숙 화백. 오로지 붓을 잡는 시간만큼은 모든 에너지를 캔버스에 뿜어내며 따뜻한 인간다움을 지켜내고 있는 그가 앞으로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벌써부터 사뭇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