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수 원내총무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10일 국회에서 헌법 학자들과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선진화와 통합을 위한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헌 공론화에 돌입했다. 

특히 토론회에서는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등 권력구조 대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의도 연구소 진수희 소장은 "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과 단임제 실현 등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했지만, 22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다양화와 분권화라는 시대 흐름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부형태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3대 과제로 개헌과 행정구역, 선거제도 개편을 들고, "정기국회에는 개헌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원내대표는 28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이같이 말하면서 올해 정기국회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서는 권력을 분산해 나눠 갖는게 옳고, 그렇게 하려면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분권형 대통령제' 방안을 제시했다.

▲ 민주당 지도부

국회, 두 가지 개헌안 제안‥'권력 분산'이 핵심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위원장 김종인)는 지난달 28일 국무총리가 내치와 외교ㆍ안보ㆍ국방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다수 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헌법연구자문위원회 보고서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유지하되 국회에서 재적 과반수로 선출된 총리가 내각 구성권과 국군통수권을 포함한 국정 전반의 통할권을 갖도록 하는 권력 분점형 정부 형태(이원집정부제)를 다수의견인 1안으로 미국식 4년 중임제는 2안으로 제시됐다.

1안에 따르면 총리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치안ㆍ경제ㆍ국방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대통령의 권한이던 조약ㆍ체결ㆍ비준도 총리가 제청한 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비준하되, 대통령의 비준이 필요 없는 조약은 국회 동의를 얻어 총리가 직접 체결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대통령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계엄선포권을 갖으며,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의 형식적인 임명권을 갖게 된다. 또 총리와 내각이 국회에서 불신임을 받을 경우에 한해 대통령이 국회 해산권을 갖는다.

자문위의 개헌안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정치권에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만큼 정기국회 기간 중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개헌은 사실상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 헌법자문위원과 김형오 국회의장

순탄치 않은 개헌의 앞날  
민주당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9월 정기국회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워크숍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론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정략적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며 개헌과 관련, 내년 지방선거 이후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당내 입장을 조율해 가되, 본격적 공론화를 위한 한나라당의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 주장에는 반대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야당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헌법자문위의 개헌안이 확정, 발표됨에 따라 정치권내 개헌논의는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자문위가 바람직한 개헌 시점으로 `2010년 지방선거 전'을 제시한 데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주장하는 등 공론화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를 넘기면 정치권 전체가 사실상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부터 강력한 개헌 드라이브에 나서기로 했으나 민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조기 개헌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자문위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복수안을 제시, 여,야 및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의 이해가 맞물려 합의안 도출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근 인터넷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당론은 4년 중임제”라면서 “의회의 권능을 키우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이전부터 4년 중임제와 대선·총선 동시 실시를 찬성해 왔다”고 밝힌 바 있어 당 지도부와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