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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3세 시대 열다
IATA 연차총회, 경영권 방어 등 시험대 오를 듯
2019년 06월 07일 (금) 00:14:01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 한진그룹 3세 시대를 열었다.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 상속세 재원 마련 등 앞으로 신임 조 회장 행보에 한진그룹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4월24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회장에 조원태 회장을 선임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등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조 회장이 재계 서열 14위인 한진그룹의 총수가 된 것이다.

선친 별세 후 16일 만에 한진칼 회장직 승계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 실질적으로 한진그룹의 총수 권한이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8일 조 전 회장이 미국에서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회장 유고 상황이 됐다. 그룹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쏠렸지만, 재계에서는 故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원태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선대 회장님들의 경영 이념(수송보국 등)을 계승, 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장중심의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등판은 선친 별세 후 16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세 경영자인 故 조양호 회장이 창업주인 故 조중훈 회장 별세 4개월 후인 2003년 2월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르다. 한진그룹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경우 선친이 오랜 병환 끝에 별세했던 만큼, 갑작스런 유고 상황이 발생한 현재와는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승계를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는

한편,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조기 등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조 회장에 앞길엔 선친이 남긴 숙제가 적지 않다. 첫 번째 관문은 故 조양호 회장이 유치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다. 이번 총회 의장직은 조양호 회장의 별세에 따라 조원태 회장이 수임하게 됐다. 사실상 IATA 연차총회가 조 회장의 데뷔 무대다. 120개국 287개 항공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집결하는 행사인 만큼, 조 회장으로선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통해 대내외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다. 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과 관련한 상속절차를 조속히 추진, 승계절차를 마무리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유가증권의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신변 변화가 발생한 전·후 2개월의 평균가격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바꿔 말하면 조 회장이 오는 6월8일까지 형제들과 협의를 마치고 상속세 납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속세율(50%)을 감안하면 조 회장 등 형제들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000~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과제는 역시 경영권 방어다. 당장 사모펀드(PEF)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14.98%까지 끌어 올린 상태다. 내년 3월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데다, KCGI도 적극적 주주제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지금까진 선친의 영향력 아래에서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진 못했다”면서 “향후 IATA 연차총회, 경영권 방어 등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故 조 전 회장 별세 후 경영권 갈등 있었나
한진그룹이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승계 문제를 두고 그룹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장남 조원태 회장이 그룹의 신임회장으로 추대되며 재계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차기 동일인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한 내에 총수 지정을 위한 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삼남매 간 불화설에 군불이 지펴졌다. 예상치 못한 갈등설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경영 참여 의지가 뚜렷해졌다는 시그널로도 분석했다. 삼남매 개개인의 경영 능력이 관심사로 부상한 배경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지난 4월12일까지 ‘총수(동일인)’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한진그룹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5월10일로 예정됐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일자도 5월15일로 미뤄졌다. 한진 측은 조양호 전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 때문에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갑질 논란’으로 승계 경쟁에서 멀어지기 전까지는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서왔다.

조양호 전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논란 전까지는 그룹의 호텔 부문을 총괄해왔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호텔기판사업본부, 기내식사업본부를 거쳤으며 칼호텔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대한항공의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거쳐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으로 호텔과 관련된 서비스 사업을 책임졌다. 다만 조원태 회장은 이전부터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모두 맡으며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계열사에서 모두 대표이사직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만 대표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지 16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갑질 횡포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삼남매 중 유일하게 그룹의 등기이사로 재직해왔다. 당장 선친의 부재로 회장직에 오르며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컵 갑질’ 논란으로 사퇴하기 전,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의 경영을 도맡을 것으로 관측돼왔다. 지난 2016년 진에어 부사장이 된 조 전 전무는 진에어의 호실적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당시 진에어는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2017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에 취임한 이후, 같은 해 칼호텔은 좋지 않은 사업환경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조 전 전무의 갑질 횡포 논란 전에는 삼남매의 역할이 적절히 분배된 그룹 경영이 점쳐지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 전체의 경영을 아우르고, 2018년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복귀했던 조 전 부사장이 호텔 부문을, 진에어 및 나머지 부문을 조 전 전무가 맡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조 전 전무도 모든 보직에서 내려오며 이 같은 관측은 물거품이 됐다.

공정위, 조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직권지정
한진그룹이 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사실상 동일인(총수)으로 볼 수 있는 자료를 지난 5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 공정위는 故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과 관련한 자료 등은 제출되지 않았지만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이날 사실상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한 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친족과 계열사 범위를 정한 내용 등이 담겼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법인을 뜻한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친족, 계열사 등의 범위와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범위를 정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15일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직권 지정했다. 하지만 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과정이 남아 있어 삼남매의 경영권 갈등 속에 한진그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분이 다소 낮더라도 의결정이나 조직변경, 투자결정, 업무집행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정관 제34조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의로 대표이사인 회장과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및 상무를 선임할 수 있다. 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조원태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만큼 절차적 결격사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해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조원태 회장과 현아·현민씨 등 삼남매 갈등의 계기는 조 회장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지 8일 만에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故 조 전 회장의 49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단독으로 무리하게 회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오너 일가 내부의 분위기로 전해진다. 따라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휴화산’ 국면에 접어들었을 뿐, 故 조 전 회장 지분 상속과정에서 언제든지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故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 역시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내부에서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을 지정할 수 없다고 밝혀와 공정위가 (조원태 회장을) 직권으로 지정했다”며 “(지분 상속 계획을) 받지 않았다. 아마 올해 10월쯤 마무리될 것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故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 시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이 엇비슷해 이 전 이사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과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한진칼은 현재 조양호 전 회장이 17.84%, 조원태 신임회장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든 간에 특수관계인에 속해 차기 동일인 즉 그룹 총수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게 된다. 상속분할 비중에 대한 의견차는 발생할 수 있다. 故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특별한 유언이 없었다면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이사장이 5.94%,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가 각 3.96%씩 상속하게 된다. 조현아·현민 자매에게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고 최대 65%의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조달 방안도 분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을 나눠 갖는 것이 유력한 경영권 승계 방안으로 꼽힌다. 핵심은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납부다. 이 과정에서 삼남매가 갈등을 빚게 되면 한진그룹 경영권은 한진칼 지분 14.84%로 사실상 1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은 인하대학교 부정편입학 의혹, 조현아 전 부사장은 관세법 위반과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조현민 전 전무는 미국 국적 등 삼남매 모두 ‘오너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KCGI가 한진그룹을 지배하게 되면 전문 경영인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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