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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칼럼] 우리나라 전통가요, 트로트의 재발견 & 재평가[2]
우리나라 트로트를 다시 생각한다
2019년 06월 06일 (목) 23:04:51 박성서 webmaster@newsmaker.or.kr
▲ K-가요 활성화 방안 공청회‘ 포스터

지난 4월 30일, 서울 강서구 음실련회관 '뮤즈홀'에서 'K-가요 활성화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위기에 놓인 대중가요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침체된 한국가요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회장 이자연)와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회장 김원용)가 주최한 자리였다. 이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필자는 ‘우리나라 전통가요, 트로트의 재발견 & 재평가’라는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유독 많은 시련을 겪었고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노래, 트로트. 이 트로트야말로 한국 대중가요의 대표 장르라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이자 근간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우리 대중가요의 미래라고도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해서 그동안 ‘전통가요’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지 모른다.

늘 우리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음악, 서민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흘러온 이 트로트 가락은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했을까.

'K-가요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 을 통해 발표한 ‘주제 발표문’을 지난 호에 이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우리나라 전통가요, 트로트의 재발견 & 재평가’, 그 두 번 째.

글 l 박성서(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사진 l 강민숙(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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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살펴보는 트로트 시대별 변천사

우리 가요는 트로트 리듬을 타고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국민들과 함께 해왔으나 그 스스로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1920~30년대의 ‘유행가’, 50년대 보릿고개 시절 ‘도롯도’시대를 거쳐 60년대 ‘트로트’는 정치인들에 의해 재갈이 물려져 금지되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그 반대로 홍보의 최전방에서 첨병 역할을 맡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 트로트는 '저속' '왜색' 등의 이유로 무더기 금지되는 사태를 겪는다. 특히 5.16 이후 '퇴폐' 등을 이유로 기존의 노래들도 모두 2절까지만 방송케 했다.

우리나라 초기 트로트는 대부분 3절로 구성되어 ‘기승전결’의 이야기 흐름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발표된 대중가요들도 2절까지만 방송케 했고 심지어 기존의 노래들을 재취입할 때도 2절까지밖에 부르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때문에 최근 가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당시 나온 노래 중에서 오리지널 곡과 재취입곡을 가장 손쉽게 구별하는 방법으로 노래가 2절까지인지 3절까지인지로 구별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형이 된 트로트는 이후 1970년대 들어서면서 또 한 번의 변신을 한다.

 

1970년대 ‘트로트 고고’, ‘락 트로트’ 시대

1970년대 우리나라 가요계는 통기타 붐, 즉 포크송 시대로 고고춤 열풍 또한 거세던 시기다. 속칭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의 시기인 동시에 트로트 또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무렵 트로트가 다시 한 번 변신을 한다. 1930년대부터 이어져온 기존의 트로트가 주로 한과 슬픔을 대변했었다면 이즈음 흥겨운 노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트로트의 폭이 한 단계 넓어진다. 흔히 말하는 마이너조(단조 리듬)에서 메이저조(장조)로 바뀐 노래들이 인기를 누렸는데 그 주역들이 바로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그룹사운드 보컬들이다. 이른바 트로트 고고, 트로트 록(당시엔 슬로우 록이라고도 했다)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무대 예술인 2천여 명이 출연했던 ‘3000만의 합창’ 공연 전단지, 1960년대

70년대 중반, 트로트가 대폭 변신하던 시기의 시대 상황을 보자면, 당시 통기타 음악 붐을 일으켰던 청년문화는 긴급조치 9호 등 정치상황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고, 동시에 각종 규제를 받기 시작한다. 이른바 대중문화계 전반이 무너진 '대마초 파동'과 공연윤리위원회의 대중가요 대량금지 사태다.

이무렵 대마초가 초토화시킨 자리에 그룹사운드 출신 리드싱어들이 대거 솔로로 등장해 그 공백을 메웠다. ‘오동잎’ ‘앵두’의 최헌을 시작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조용필, ‘사랑만은 않겠어요’의 윤수일을 비롯해 ‘돌려줄 수 없나요’의 조경수, ‘난 정말 몰랐었네’의 최병걸,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김훈... 등등. 당시 10대 가수상과 가수왕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던 이들이 들고 나온 장르는 하나같이 당시 유행하던 록이나 고고 리듬을 트로트와 접목한 대중적인 노래들이었다.

그렇듯 1970년대에는 록과 포크, 트로트를 접목한 노래들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누렸다. 이들의 노래 외에도 당시 히트했던 노래들을 살펴보자면, ‘피리 부는 사나이(송창식 작사, 작곡, 노래)’, ‘불 꺼진 창(이장희 작사, 작곡, 조영남 노래)’, ‘장밋빛 스카프(윤항기 작사, 작곡, 노래)’, ‘어디쯤 가고 있을까(이경미 작사, 이현섭 작곡, 전영 노래)’, ‘왔다가 그냥 갑니다(서판석 작사, 이정선 작곡, 윤중식 노래)’ 등등이었다. 트로트 리듬의 바탕에 또 다른 리듬으로 덧입힌 이러한 작업은 이 무렵 젊은 뮤지션들에 의해 꾸준히 시도되었다. 당시엔 이런 장르의 노래들을 ‘세미 트로트’라고 불렀다.

이전까지 기존의 우리나라 트로트는 템포에 따라 ‘트로트(Trot)’, ‘폭스 트로트(Fox Trot)’, ‘슬로우 트로트(Slow Trot)’로 구분했었다. 참고로 당시 발간된 악보집에 표기된 리듬을 보면, ‘트로트(대한팔경, 불효자는 웁니다, 홍도야 우지마라, 짝사랑, 찔레꽃, 울고 넘는 박달재, 선창 등...)’, ‘폭스 트로트(처녀총각, 대지의 항구, 꽃마차, 럭키 서울, 굳세어라 금순아, 샌프란시스코, 이별의 부산정거장, 그녀를 만나기 곳 100m 전, 신사동 그 사람, 사랑의 거리 등...)’, 그리고 ‘슬로우 트로트(알뜰한 당신, 고향에 찾아와도, 꽃 중의 꽃, 안개 낀 장충단공원 등)’이다. (참고 : 악보집 『연주인을 위한 우리노래전집 1~4권』(1981년, 김점도 편저, 후반기출판사), 『韓國音樂大全集』(1986년, 손목인 총 감수, 日本 竹書房), 『KBS 가요무대 60년』(1987년, 현대출판사))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새롭게 '트로트 록(통용된 리듬 명칭은 슬로우록)', ‘트로트 고고’같은 리듬의 '팝 트로트'가 유행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오동잎’은 당시 ‘고고’ 리듬으로 분류됐으나 이 ‘트로트’의 기본 멜로디에 ‘고고’ 리듬으로 편곡한 이 리듬은 80년대 이후 ‘트로트고고’라는 명칭으로 사용된다. 역시 당시 악보집을 살펴보면 트로트 고고로 표기된 노래들은, ‘날이 날이 갈수록(이영화)’, ‘미안 미안해(태진아)’, ‘성은 김이요(문희옥)’, ‘날 버린 남자(하춘화)’ 등이다. 또한 트로트를 디스코로 편곡한 노래들은 ‘트로트 디스코’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대표적인 노래가 ‘세상은 요지경(신신애)’. ‘바보 같은 여자(김해연)’ 등이다. -참고 : 악보집 『트로트大百科』(1994년, 편집국 편, 세광음악출판사).

끊임없이 세분화되며 진화해야 하는 트로트의 과제

1970년대에 ‘트로트 고고’, 1980년대 '포크 트로트' '이지 트로트' 등 속칭 ‘세미 트로트’라고 불리는 트로트는 계속 다양해지며 지금의 '댄스 트로트', ‘네오 트로트’, ‘뉴 트로트’ 등으로 변신, 호칭도 다양해졌다. 우리나라 트로트 변천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80년대 메들리 붐이다. 미국에서 ‘스타스 온 45(Star's On 45)’라는 타이틀로, 특정 가수의 히트곡 45곡을 모아 한 장의 음반에 수록하는 이 세계적인 조류가 우리나라에 상륙, 메들리 붐으로 점화된 것이다.

노래를 1절 씩만으로 엮어 대부분 템포가 빠른 댄스곡으로 편곡되어 보급된 ‘트로트 메들리 붐’은 ‘뽕짝’이라는 비속어를 탄생시켰다. 기본적으로 2박자와 4박자 패턴인 ‘쿵/짝(강/약)’리듬이 열악한 녹음시설과 재생기기로 인해 사람들 귀에 ‘뽕짝’으로 들렸던 것.

이 무렵부터 대중가요를 ‘대중가요’와 ‘성인가요’를 별도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요차트를 발표하는 ‘전국DJ연합회’가 ‘대중가요 인기차트’와 ‘성인가요 인기차트’를 따로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했고 이후 방송국이나 언론사 등에서 주관하는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도 성인가요 부문을 별도로 제정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대중가요에서 성인가요를 따로 구분해 차트를 매기고 시상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 대중가요가 10대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이 아닐런지...

신세대 일변도로 치닫던 가요계에서 기성세대가요를 구원한 또 다른 혁명. 바로 '노래방문화'의 탄생이다. 1990년대 초, 전국적으로 등장해 붐을 일으킨 노래방은 기성가요의 돌파구였다. 댄스뮤직과 테크노뮤직이 강세를 이루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대 들어서도 뉴 트로트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최근에는 '네오 트로트시대'를 맞아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도 시도되고 있다. 이전엔 눈물과 슬픔으로 트로트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면 이젠 흥겨운 리듬으로 기분 전환을 시켜주고 있다. 최근 트로트는 비극성을 거의 지니지 않게 되었고, 유흥의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데에 적합한 신나는 노래로 점점 바뀌어간다. 누군가 한명이 부르기 시작하면 너나없이 따라 부르게 되는 트로트. 각종 회식자리나 친목 모임에서도 트로트 한 곡쯤은 뽑아야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할 정도다.

최근 들어 노래를 선호하는 기준이 달라지긴 했어도 구성진 가락, 애절한 노랫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추세다. 또한 무엇보다 쉬운 멜로디, 공감을 주는 재밌는 가사가 인기 요소인 듯하다. ‘내 나이가 어때서(오승근)’, ‘백세인생(이애란)’, ‘안동역에서(진성)’, ‘아모르파티(김연자)’ 등등.

심지어 요즘에는 트로트와 궤를 같이 하는 인디 트로트 가수들까지 등장해 활동하고 있고 ‘미스 트롯(TV조선)’이라는 프로그램까지 생겨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듯 이제는 트로트가 특정세대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가 된 듯하다. 공감이 가는 가사와 멜로디는 젊은 층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

트로트의 한류, 한국 트로트의 세계화를 꿈꾸며...

시대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국민들로부터 애창되어온 트로트 멜로디는 여전히 한국인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무엇보다 그 속에는 시대의 감성이 잘 담겨 있다.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 나라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배우라’고 주장하고 싶다. 시대와 함께 춤추고 노래한 트로트 노래들은 우리나라 역사와 국민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함께 노래하고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해온 우리의 대중가요. 이 땅의 서민과 애환을 함께 나누며 면면히 이어져온 트로트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음악성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음악성을 겨루는 각종 가요제 무대에서 트로트 가요가 입상한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동안 국내 가요제를 비롯해 국제 규모의 세계가요제 무대에서 입상한 트로트 노래들을 살펴보면,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제인 제1회 한국가요제(1974년)에서 입상한 ‘피리 부는 사나이(송창식)’가 눈에 띈다. 이 노래는 트로트를 국악 리듬과 접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1978년 제2회 대학가요제 무대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던 심민경의 ‘그때 그 사람(심수봉)’,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트로트와 재즈가 합쳐진 리듬을 구사해 화제를 모았다. 국제 규모의 세계가요제의 경우 1996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 팝송 경연대회’에서 서주경이 ‘당돌한 여자’로 금상을 수상했던 것이 유일하다. 트로트 노래가 국제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은 국내외를 망라해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렇듯 정통 ‘트로트가요제(충주 향토가요제 포함)’를 제외하면 트로트 가요가 가요제에 입상한 것은 불과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트로트가 오랫동안 우리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는 공감대’ 때문은 아닐까. ‘나 자신이 주인공인 내 노래’인 것이다. 사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속에는 자국민들만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도 K-Pop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한국의 매력’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한국 전통가요’라 불리는 트로트 역시 한류의 흐름을 타고 해외로 무대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불후의 명곡(KBS-2TV)’이다. 우리 기존의 노래들에 새 옷을 입히면 저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때때로 감탄을 한다. 특히 국악과 트로트의 접목은 감동을 넘어 경이롭기 까지 하다.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 훌륭하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이따금씩 ‘이것이 바로 우리 음악’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작업이야말로 ‘트로트의 재발견 & 재평가’ 작업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우리 가요 초창기의 소중한 자료들도 더 늦기 전에 발굴, 채보해서 정립하고 우리 대중음악사를 제대로 복원해야 함도 중요한 과제다. 노래의 배경을 알면 그 노래의 가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끊임없는 대중가요 재평가 작업을 통해 노래의 가치를 찾아내고 위상을 높이는 작업은 우리들의 영원한 과제다.

멜로디는 머리에 남고 노랫말은 가슴에 남는다는 말이 있다. 또한 노랫말이 그 시대의 이성이라면 멜로디는 그 시대의 감성이다. 그러한 명곡이 많아질수록 트로트는 더욱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한류’ 붐의 주역인 K-Pop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속에 우리만의 고유 정서와 한국적인 멋이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은 듯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대한민국 트로트는 어떤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진리다. 가요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NM

[참고]주간조선 1900호 특집 ‘트로트는 영원하다(박성서, 2006년 4월 17일자)’ .

※이 주제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대표적 장르, ‘트로트’를 중심으로 전개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옛 가요 전체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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