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국이후 민주당의 대통합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원의원은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단합하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유지가 있었다고 밝혀 당안팎의 논란이 일고있다.  정세균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 내부에 ‘혁신과 통합추진위’를 만들고 친노와 정동영 의원등을 아우르는 ‘야권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 정세균 민주당대표

그는 민주세력의 통합과 관련 “소위 말하는 친노 세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친노 세력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둔것 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기타 야당및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가칭)민주지도자회의 결성을 제안, MB정부 및 한나라당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와같은 통합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주개혁진영의 통합및 연대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당, 찻잔속의 태풍인가 개혁세력의 대안인가    

일부 참여정부 인사를 중심으로한 신당창당선언이 나오자 민주당지도부의 우려와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어떤 주장과 명분으로도 신당창당은 오히려 국민 분열 내지는 민주개혁 세력의 갈등으로 치닫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며 일부 민주개혁세력들이 신당창당을 말하는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특히 신당측에서 민주당이 전국정당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등 공개적으로 비판의견을 나타내자 신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은 과거에 단합해서 승리했고 분열해서 패배했다. 그분들도 거의 비슷한 이념과 생각을 가졌다고 하면 똑같은 실패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친노 신당 그룹을 향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친노신당이라는 것은 없다. 신당일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과 부채는 민주당이 모두 승계했다”면서 “대표적인 친노 인사의 거의 대부분은 민주당원이거나 적어도 신당 참여는 거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노신당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기로 했다”고 민주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 한명숙 전국무총리

반면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측은 창당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민주당이 (야권에서) 의석이 가장 많기 때문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면서도 “그 중심이 변할 수도 있고, 항상 민주당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이제 정치인과 시민사회지도자만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정치 주체로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시대”라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정당은 사람만 다른 또 하나의 정당은 아니고, 근본이 다른 국민 참여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비난을 일축했다. 

또한 민주당에 대해 “역사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상태일 것”이라고 혹독한 평을 내렸다. 그는 “민주당은 몇몇 정치 지도자가 주인인 정당”이라며 “대의원은 당원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가 뽑고 그 대의원들이 다시 정치 지도자를 뽑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인터넷만 봐도 일방적인 홍보만 있을 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게시판만 있고, 지역구를 보면 당원의 숫자나 열의, 구성의 폭 등을 봐도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노 신당의 정신을 ‘참여 민주주의’ ‘지역주의 극복’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두 가지 면에서 가장 투철한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신당간의 공방에 대해 도대체 왜 지금시점에 신당논의가 불거졌는지 민주당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던지고 노대통령 차별화에 나섰던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친노세력의 감정이 고울리 없다. 민주당내에서 안희정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친노세력은 사실상 비주류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정신을 계승하고 국민의 요구를 담아낼 신당창당은 오히려 당연하다는게 신당추진세력의 입장이다.

▲ 천호선 전청와대대변인

시민주권모임, 간판급 친노인사의 정치세력화

신당창당논의가 주로 민주당에 비판적인 친노및 참여정부출신 인사중심으로 이뤄진다면`시민주권모임'(가칭)은 안희정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측근들이 참여해 있다.

친노 일각의 신당파가 창당 작업을 구체화 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모임을 결성해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민주당 중심의 통합논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모임의 형식은 시민운동이고 신당창당과는 거리를 둔다지만 사실상 정치 활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갈등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공동대표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이 모임이 정당은 아니지만, 연대해서 선거에 기여하고 정책도 개발하는 활발한 활동과정에서 민주당과 함께 할 부분은 함께 하고 독자적 부분은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차이를 넘어 `화이부동'의 자세로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민주당 없이도 안되지만 민주당만으로도 안된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라며 `민주당 중심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더나아가 "김 전 대통령의 대통합론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4당과 단합하라"는 유지를 남겼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과는 차이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지금의 민주당은 보수적이고, 호남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지역주의로는 안된다"고 했다. 현재의 민주당이 지역을 넘어선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인식을 바탕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당을 포함한 친노진영의 정치세력화는 예정된 수순이며, 민주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은 10월 보궐선거 및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만의 바램으로 끝날수있다.

시민주권모임은 오바마대통령 당선에 공헌한 진보단체 무브온(Move-on)과 같은 `시민정치운동'을 모델로 하지만, 민주당이 정체성 및 진로설정에 지금같이 우왕좌왕 한다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정당으로 전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10월 재보선에서 좋은 후보가 결정되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한명숙 전 총리부터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통합과 연대 과정에서 적절한 역할이 주어진다면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써 태연하며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의 대상이며 야권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이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다르게 기대반 우려반이다. 이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중심의 통합에 이견을 나타내며 통합에 대한 인식이 민주당과 다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중심의 통합논의는 이미 당안팎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과 정세균대표의 위상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라도 대통합의 결실을 얻는다면 현재의 분열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친노 및 참여정부 인사들과의 통합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기타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에서 민주당은 의석수만큼의 주도권을 갖기 힘들 것이다.

이제 남은것은 민주당의 선택이다. 신당및 시민주권모임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그들과 내용면에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당 운영및 공천방식, 지도부구성과정에 변화가 있어야하며 이과정에서의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친노그룹 또한 참여정부시절 왜 민심이 자신들을 외면했는지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각자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어긋날수록 통합은 멀어질 수 있다. 이럴때 일수록 통합당사자들은 누구를 위해 왜 통합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