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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된 시대,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
2019년 05월 08일 (수) 01:21:16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미세먼지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봄은 좀 혼미스러운 것 같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개 속이다. 이 안개는 단지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어떤 소용돌이 속에 있는 듯하다. 물론 공해문제와 환경파괴도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것 같지만, 그에 대한 자연의 피드백 또한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부쩍 늘어난 지진이라든지, 예측하기 어려운 돌풍이나 기습 한파 같은 기상이변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파괴해온 인류에 대한, 지연으로부터의 응답이다. 자연은 늘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응답을 계속해왔는데, 최근의 기상변화들은 거의 경고수준에 가깝다.
일례로 최근 태평양 연안의 지각운동이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땅에서도 지진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증가세는 그래프를 보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다. 놀랍게도 3년 전 경주 지진 이후에는 한반도에서는 지진 빈도가 그 전까지의 디지털 관측 평균치에 비해 다섯 배로 늘어났다.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소지진(진도 2.0 이하의 초미세 지진)을 포함하면 대략 연간 50회 이하 수준이던 것이 250회 정도로 늘었다. 1999년 디지털 측정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기록된 관측 평균치는 20회 미만이었다. 그 원인이 지구 자체의 자연적 변화(지각운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각운동이 활발해진 데 더하여 인공적인 요인이 그 위험성을 한층 높이고 있는 것도 명백하다. 최근 문제가 된 경북 포항에서의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사람의 힘으로 깊이 4킬로가 넘는 파이프를 땅에 박고 대량의 물을 강제 주입하여 심층지반에서 폭발적인 수증기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땅으로 끌어올려 증기터빈을 돌리는 데만 사용할 수 있었으면 다행이겠는데, 복잡한 땅속 공간을 사람은 파악하기조차 불가능하다. 그 에너지가 불안정한 지층 사이로 밀려들어가면서 인근의 지반을 흔들고 인공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기술발전의 결과로 사람들은 수천 미터 땅 속을 아주 예사로 파고 들어간다.
그런데 왜 그 기술이 재앙을 일으켰는가. 땅속을 파고들어갈 줄은 알았지만, 그것이 도달할 땅속의 환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주의와 연구가 없이(사실 이미 그 위험성에 대한 외국의 사례와 이론적 경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단지 당장 손에 들어올 성공보수의 금액에 눈이 어두워 무리하게 재주를 부리다가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과학기술의 활용에도 다른 연관기술이나 그것이 적용될 자연환경과의 유기적인 조화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 회사들이 시속 7백~8백km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현대의 기술로 그런 자동차를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속도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가 건설되지 않는 한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굳이 그런 자동차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가 단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완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는 한 시속 7백~8백km를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초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요컨대 과학기술은 다른 연관기술들이나 사회적 필요성들과의 조화 속에서만 실용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당장 달나라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더라도 그것을 실현할만한 충분한 효용성이 있지 않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파생될 다른 위험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대비가 있지 않다면, 달나라 여행을 실용화하는 것은 더 이상 급한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이 어떤 과학기술이 주변과학이나 사회적 필요와 유기적으로 보조를 맞춰가는 것을 이를테면 과학기술의 생태주의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땅속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나 지식 없이, 그저 수천 미터를 파고들어갈 수 있는 굴착기술 하나만 믿고 파고들어갔다가 인공지진의 재난을 부른 포항 지열발전의 실패사례는 탐욕에 눈먼 독단적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좋은 경고를 남겼다. 독단(獨斷)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에서도, 국제관계에서도, 언제든 문제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
독단은, 정치적으로 독재를, 경제적으로 독과점을, 사회적으로 횡포를 가져오은 큰 원인이 된다. 독단은 대개 인간의 재물에 대한 탐욕과 자기 능력에 대한 오만한 과신이 바탕이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미세먼지의 횡포도 돈벌이가 우선이라는 산업정책의 독단이 불러온 재앙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독단은 세계정세를 ‘안개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독단을 부리는 주체들 자신들도 결국은 그 폐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누구의 어떤 이익도 주변과의 조화, 공존이 전제되지 않고는 보장될 수 없다. 조화와 공존이 바로 생태주의의 진정한 원리이자 거시적 목표다. 자연환경이든 이웃이든, 주변이 함께 행복하지 않고는 자신의 행복도 있을 수 없다. 많은 것을 이루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의 공허감도 바로 이 관점에서 한번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 이은주 한의사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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