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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시간공작소에 가다
2019년 04월 22일 (월) 19:01:53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신희옥 작가의 전시 주제는 <시간공작소>다. 시간을 공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을 다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생업의 현장이 아닌, 수십 년간 수공으로 일궈낸 장인들의 공간인 것이다.

신선영 기자 ssy@

시간공작소에 들어서다
신희옥 작가의 작품 배경은 을지로 일대의 공구상가다. 60년대 청계천 복개공사로 건설된 상가건물에 금속과 기계를 다루는 제조업체가 들어서며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이 된 곳이다. 그 당시 전국에서 상경한 기술자들이 기술 장인이 돼서 그곳을 지키고 있는데, 추산 5만 명이라고 한다.

거진 60년의 세월이 간직된 곳에 5만 명의 기술 장인이 모여 있으니 초입에서부터 코끝이 시큰거리는 건 쇠 냄새가 아닌, 눅진하게 밴 땀 냄새 때문일 것이다. 골목에는 한옥의 기와지붕과 대들보가 유지된 공장이 즐비해 있고, 그 사이를 좁다랗게 걸어 들어가면 한두 사람 들어갈 정도의 작업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런 환경 탓에 그곳을 찾는 사진작가들은 많지만 허탕 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 예지동, 2014

그곳에서 카메라를 든 외부인은 경계의 대상이다. 그와 함께 갔던 남자 동료들조차 손사래를 치며 포기했다고 한다. 찍지 말라며 쏘아붙이는가 하면, 초상권과 저작권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기 때문이다. “뭐 찍는 거야? 일하는데 걸리적거리지 말고 당장 돌아가!” 결국 혼자 남아 며칠을 더 다녔지만 문전박대는 예사고 “재수가 없으려니 아침부터 여자가 돌아다닌다”며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매일 같이 얼굴 도장을 찍은 결과 제품 사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님 제삿날도 갈 정도였으니 오히려 저쪽에서 혀를 내두른 것이다. 그때 그는 “이제껏 보지 못한 것” 또는 “이제 볼 수 없게 돼버린 것”에 매료되어 “남들이 찍지 못한 것을 찍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연신 고쳐 매며 그들과 함께 출퇴근을 한 것이다.

 

   
▲ 산림동, 2015

그가 처음에 매료된 것은 윤광이 도는 스틸이었다. 거친 손끝에서 매끄러운 균질이 탄생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차가운 금속에서 따뜻한 빛이 터져 나오는 것이 신기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물질이 관념으로 바뀌는 순간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틸의 표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럴 때면 “예쁘지도 않은 걸 찍는다”며 핀잔을 듣곤 했다.

하지만 사진이야말로 그들에게 신기한 것이었다. 그들이 수십 년간 익힌 기술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에게 빛나는 순간을 선사한지 올해로 6년이다. 이제는 “밥 안 먹었으면 먹고 가라”고 불러 세우기도 하고 “이거 한번 찍어보라”며 곁을 내주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2017년 인사동 갤러리인사아트와 2018년 을지로 라이트웨이에서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발간했다. 제목은 <시간공작소(Time Atelier)> 였다.

 

   
▲ 관수동, 2014

시간 장인들을 담아내다
금속끼리 부딪쳐 내는 날카로운 불꽃들, 시원한 공기가 그리워지는 탁한 연기 속에서 고갱의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을 떠올려 본다. (중략)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오는 내일이 어우러지는 곳. 사람들의 땀, 집중, 인내, 웃음, 희망이 가득한 Time Atelier. 그들의 그 느낌을 담아낸다. (작가노트 中)

그는 제품에서 작업장으로, 작업장에서 사람으로 피사체를 옮겨갔다. 그러면서 고갱의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을 떠올렸다. 더 이상 그의 렌즈를 피하지 않는 사람들과 인간적인 대면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려는 듯 그들은 이제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물음이 부주제와 같이 사용된 것이다.

 

   
▲ 입정동, 2018

그들은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열악한 환경이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소명을 다할 뿐이다. 신희옥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소명은 진실한 순간을 렌즈에 담아 관람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작업을 “마음의 대장간에서 빛을 마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윤광을 낸 스틸처럼 그도 빛으로운 사진을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공구상가가 재개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묻자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비평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확대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외에도 수제화 거리의 장인들, 수산시장의 상인들, 이태원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찍었는데 모두 마찬가지다. 오롯이 그들의 시간을 대면하게 하기 위함이다. 거친 존재의 입김 같은 시간이다.

 

   
▲ 입정동, 2018

신희옥 작가는 내셔널지오그래피 사진아카데미와 사진집단 꿈꽃팩토리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2017년 갤러리인사아트에서 개인전을 열고, 2018년 <을지로 라이트웨이>, 2017년 <NGPA 사진가협회 서울 속 조선>, 2016년 <The Tale of Sydney>와 <아줌마 카메라 잡다>, 2015년 전주국제사진제, 2014년 <P&I 포토앤트래블>, 2013년 <경기도 생태사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과 사진전에 참가했다. 사진집으로 <Seoulscope>, <The Tale of sydney>, <Time Atelier>가 있다. NM

 

   
▲ 을지로3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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