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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 브렉시트 연기안 하원 통과
브렉시트 시점, 4월12일로 2주 연기
2019년 04월 02일 (화) 08:13:16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영국 의회가 3일 연속 치러진 표결 끝에 결국 3월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점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기로 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지 약 2년10개월 만에 다시 원점 가까이 돌아온 모습이다.

이종서 기자 jslee@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3월14일 오후(현지시간)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시점 연기와 관련한 정부 결의안을 찬성 412표, 반대 202표로 가결했다. 정부안은 합의안이 통과되면 탈퇴시점을 6월30일로 늦추는 내용이 골자다. 데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연기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RG가 2차 승인투표의 부결에 핵심적 역할
지난 3월1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진행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2차 승인투표가 반대 391표 대 찬성 242표로 부결됐다. 1차 승인투표에 비해 격차가 줄었지만 여전히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3월12일 영국 의회는 예정대로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어 3월13일에서도 표결이 부결되자 하원은 다시 3월14일 브렉시트 연기에 대한 의사를 밝힐 투표를 치렀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는 2차 승인투표의 부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RG를 이끄는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표결 전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옳은 방향인지 명확하게 밝히기는 이르다”며 의회를 동요시켰다. 리스-모그 의원은 또 기자들에게 “다음 단계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그러나 이번 결과를 ERG의 승리로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노딜과 관련해 의원들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보수당의 닉 볼스 의원은 “중도파 보수당 의원들은 EU 탈퇴 시기 연장, 혹은 소프트 브렉시트 협상 등을 위한 초당적 합의를 이어나가겠다”며 “ERG를 꺾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가디언은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표결이 하원에서 두 번 연속 패배한 것은 영국 정치사에도 전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의회가 메이 총리의 불신임을 묻기는 힘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장 이 복잡한 문제와 함께 총리직을 맡을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 친(親) 메이 총리계 의원들은 2차 승인투표가 부결될 경우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조기 총선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뀔 위험이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노동당 역시 브렉시트라는 큰일을 앞두고 총리의 사임에 주력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디언은 조기 총선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으나 노동당은 한동안 ‘제2 국민투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만약 브렉시트를 연기한다면 이는 제한된 짧은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

英, EU의 ‘투 트렉 브렉시트 연기방안’ 합의
유럽연합 정상들이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연기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원래 시한인 3월29일에서 일단 4월12일로 2주 연기됐다. 또 4월12일 이후 추가 연기는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 그리고 영국의 차기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 등을 감안해 추가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로부터 브렉시트 연기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라톤 논의를 거쳐 ‘투 트랙 브렉시트 연기방안’을 제안했고, 영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앞서 영국은 EU 측에 브렉시트를 오는 6월 30일까지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EU 측은 이 경우 그 사이 기간에 차기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가 실시돼 탈퇴가 예정된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 참여 문제가 발생해 법적·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영국은 이 같은 수정 제안을 받아들였다. EU는 투 트랙 브렉시트 연기방안에서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할 경우 오는 5월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했다. 반대로 영국 하원이 또다시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으면 일단 4월12일까지만 브렉시트를 연기하되, 4월11일까지 영국이 차기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만약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면 브렉시트를 추가로 연기하고, 선거 불참을 결정하면 4월12일 자동으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12일까지 모든 옵션은 열려 있고, (그때까지) 벼랑 끝 날짜(데드라인)는 연기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탈퇴, 노딜, 긴 브렉시트 연기, 브렉시트 철회 등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12일이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라며 “그때까지 영국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지 않으면 장기 브렉시트 연기는 자동으로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EU와 영국 정부가 이처럼 ‘투 트랙 브렉시트 연기방안’에 합의함에 따라 이제 영국 하원의 선택에 따라 브렉시트의 운명이 결정되게 됐다. 당장 영국 하원이 내주 세 번째 브렉시트 승인투표를 할지, 만약 실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하원은 두 차례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압도적으로 부결한 바 있고, 또 하원 의장 역시 브렉시트 합의문에 변화가 없는 한 세 번째 표결은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어 여전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재계, 브렉시트 연기 확정에 안도
지난 3월14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연기가 확정되자 재계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불안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재계 단체들은 당장 3월29일로 예정됐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의 혼란을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브렉시트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에 여전히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마이크 체리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당장 연기된 일정에 대해서는 “낭떠러지에서 피했다”면서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흔들고, 단순히 정치적 게임과 논쟁을 연장하는 것이라면 불확실성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우리를 이 난장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3월29일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대량 비축했다. 선구매 물량과 창고 이용료 등 막대한 브렉시트 비용이 소요됐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확한 EU 탈퇴 시점조차 파악이 힘들다. 탈퇴가 두 번 이상 지연될 것인지, 혹은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에 직면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시티오브런던법인의 캐서린 맥기니스 정책위장은 “정부는 브렉시트 연기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차례 이상의 연기는 영국 가계와 기업을 심한한 경제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넣는 일이다”고 경고했다. 영국 제조업연맹 메이크UK(MakeUK·전 EEF)의 스티븐 핍슨 회장은 “더이상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인내심도 없어졌다”며 불만을 표했다. 핍슨 회장은 무역조건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노동자본에 대한 필요성 증가로 발생되는 기업 문제들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확실함을 필요로 한다. 장기간의 연장과 추가적인 논의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더라도 EU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영국상공회의소(BCC)의 애덤 마셜 소장은 “기업들은 국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셜은 국회가 혼란을 겪는 동안 “기업들은 비상계획을 계속 수정하며 불안감을 감당하고 있다. 고객들은 사라지고 있다. 기업, 일자리, 투자,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는 위험지역에 놓여있다”고 했다. BCC의 해나 에식스 이사는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짧은 연장이 기업들에게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을 향해 “노딜 브렉시트의 준비를 중단하지 말라”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닛산 자동차, 영국서 2개 차종 생산 중단
일본 닛산(日産)자동차가 올해 중반부터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 선덜랜드 공장에서 인피니티 2개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내년 초부터 서유럽에서 인피니티 판매도 그만두기로 했다. 지난 3월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차는 전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생산이 중단되는 차종은 크로스오버형 인피니티 Q3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형 인피티니 QX30 등 2개 차종이다. 닛산은 지난해 선덜랜드 공장에서 약 1만 2000대의 인피니티 차량을 생산했다. 그러나 생산 중단 방침에 따라 공장 직원 중 250여명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닛산은 인피니티 생산 중단 방침에 대해 “서유럽 시장 판매 부진에 따른 것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한해 서유럽에서 판매된 인피니티 차량은 5800대로, 세계 전체의 약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은 향후 미국과 중국 시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영국 생산 재검토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닛산의 이번 결정도 브렉시트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가 시행될 경우 영국에서 생산돼 EU에 수출되는 완성차 및 부품에 수출입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영국에 생산공장을 둔 자동차 업체의 수익은 악화된다. 앞서 지난 2월 일본 혼다자동차는 2021년 중 영국 중부 스윈던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도요타자동차도 영국의 EU탈퇴가 합의 없이 이뤄지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향후 영국 생산을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닛산도 지난 2월 SUV ‘엑스트레일’ 신모델의 영국 내 생산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독일의 BMW 및 미국 포드자동차도 각각 완성차 및 엔진 생산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브렉시트를 앞두고 자동차 업체의 영국 탈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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