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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첩보 스릴러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방송판과는 디테일의 모든 것이 다르다”
2019년 04월 02일 (화) 07:34:54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전작 <아가씨>(2016년)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 세 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아가씨>는 한국영화 최초로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매 작품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미장센, 과감한 도전을 통해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박찬욱 감독이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왓챠플레이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신세영 기자 syshin@

▲ 박찬욱 감독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원작 소설의 작가 존 르 카레는 영국 정보부와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영국 작가협회가 매년 가장 훌륭한 작품을 출간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서머싯 몸상, 영미 최고의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거상을 받았던 스파이 소설의 거장이다.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리틀 드러머 걸> 방송판은 “박찬욱 감독의 놀라운 TV 데뷔”(IndieWire), “대담하고 대범하며 흥미롭다”(Mirror),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The Guardian), “감각적이고 미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는 드라마”(Variety) 등 전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청소년 시절부터 존 르 카레의 오랜 팬이었다. ‘리틀 드러머 걸’이야말로 존 르 카레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읽자마자 결론 내릴 수 있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읽은 뒤 판권을 가진 제작사 잉크 팩토리(The Ink Factory)에 연출 의사를 전했으며,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온전히 그려 내기 위해 영화가 아닌 6편의 드라마로 제작을 결심하고 첫 미니시리즈 연출에 나섰다. 3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되는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방송판과 비교해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음악과 색, 카메라 앵글 하나까지 박찬욱 감독의 연출 의도를 온전히 담아낸 버전이다.

Q.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공개하며 플랫폼이 TV에서 왓챠플레이로 바뀌었다. 두 플랫폼을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 TV는 영국에서 에피소드 하나씩 매주 방송했고, 미국에서는 두 개씩 묶어서 했는데 왓챠플레이에서는 한꺼번에 공개되니까 원하는 사람은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차이다. 요즘에는 시리즈 드라마를 아예 몰아서 한 번에 밤새워서 보고 주말에 온종일 보고 그런 시청 방식이 많다, 그렇게 가능한 것이죠. 저는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물론 한 번 끝날 때 ‘다음 회는 어떻게 될까?’하고 궁금한 것도 좋지만 제가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쫙 한 번에 보면 더 좋은, 흥미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각색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 사실 알고 보면 제가 원작을 각색해서 작품을 만든 경우가 좀 있다. <올드보이>도 일본 만화가 원작이었고, <공동경비구역 JSA>도 한국 소설, <박쥐>는 ‘테레즈 라캥’이라는 에밀 졸라의 소설을 좀 많이 바꿨다, 또, <아가씨>도 영국 소설이었고요. 오히려 원작 있는 작품을 더 많이 한 것 같은데요. 그래서 각색할 때 주의를 기울인 것은 이게 첩보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제가 이것을 읽고 제일 좋았던 것은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저를 매료시켰던 그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그 요소가 다른 것에 압도돼서 희석되지 않게 하는 것. 긴장과 추격전, 총격전, 이런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들에 묻혀 버리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다.

Q. 드라마는 첫 연출이고, 유럽 전역을 무대로 한 굉장히 방대한 드라마다. 유럽 스태프들과도 함께 작업했다. 모든 면에서 새로웠을 것 같은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 그동안 해온 영화 작업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듣고 싶다.
- 일단 영화로 편집하는 것을 왜 생각을 안 해봤겠습니까마는 이게 도저히 120분, 130분으로 줄여서는 너무 그 희생이 클 것 같더라, 너무 작품이 훼손될 것 같고. 애초에 영화로 생각을 처음에 해 봤지만, 그때도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 것 같다. 로케이션은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재미도 있었지만. 이스라엘도 나오고 레바논도 나오고 유고슬라비아도 나오고, 여러 나라가 나온다. 근데 실제로 그걸 다 돌아다니면서 찍을 순 없었다. 또 한 나라에서도 도시가 또 여러 개고. 실제로는 영국, 그리스, 체코. 이렇게 세 나라의 도시 몇 개에서 아주 영리하게 부분 부분을 잘 포착을 해서 그렇게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인 것처럼 찍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게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제작비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이동으로 어떻게 다양한 그 지역색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문제가 저희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제작진의 경우, 물론 후반에서는 조영욱 음악감독이 같이했지만 촬영할 때에는 김우형 촬영감독과 정원조 프로듀서가 있었다. 나머지는 다 주로 영국인들이었는데, 영화인들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일 해봤지만 ‘얼마나 유능한가’가 중요할 뿐이죠. 예전부터 함께 꼭 작업해 보고 싶었던 마리아 듀코빅과 일하게 돼 참 행운이었다. 영국의 프로덕션하고 처음에 회의할 때부터 ‘미술감독은 이 사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한 그 사람 데려다주세요’라고 요구를 했거든요. 그는 <디 아워스>와 <빌리 엘리어트>도 했고 좋은 영화를 굉장히 많이 한 사람이다. 저와 너무 그 취향과 의견이 잘 맞아서 아주 행복하게 일을 했다.

Q. 이번에 공개하는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방송판과 비교했을 때 어떤 면에서 다른가?
- 어떤 분은 두 가지 버전을 봐도 ‘뭐가 다른 거예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꼼꼼히 집중해서 본다면 정말 거의 같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디테일이 모든 게 다르다. 똑같은 편집인데 테이크가 다른 경우도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도 있었거든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많이 다른데, BBC는 폭력묘사에 대해 엄격하고, AMC는 노출하고 욕설에 대해서 엄격하기 때문이다. 제 입장에서는 다 못 하는 거다. 그걸 다 빼야 했고. 물론 알고 찍었기 때문에 굉장히 심하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있는 건 아닌데 찍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뜻언뜻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두고 싶은데 억지로 그런 걸 드러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또 방송국과 제작사, 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조금씩 있었다. 그런 건 늘 어느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다, 후반 작업 시간이 짧으니까 방송국 날짜에 맞춰서 납품한 다음에 감독판을 작업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만지게 된다. 드라마는 만지면 만질수록 좋아지기 때문에 점점 더 세련돼진 게 있다. 또 하나는 상영 시간이 방송은 정해져 있으니까, 몇 분 딱 안에 끝내야 한다. 너무 짧아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된다. 감독판은 그런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저는 사운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말 시간 싸움이다.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좋아지는 것은 자명하죠. 그래서 많이 발전됐고. 색보정까지 시간을 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훨씬 좋아졌다.

Q. 이 장면만큼은 방송판보다 내가 봐도 박찬욱다운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특정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 우선 첫 에피소드의 시작부터 다르다. 폭탄을 제조하는 장면이 방송판에는 없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게 1화에서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는 ‘쿠르츠’가 독일 정보부의 ‘파울 알렉시스’와 대화하는 장면, 감독판이 그게 더 길다, 알렉시스 박사를 연기하는 독일 배우(알렉산더 베이어)의 연기를 정말 좋아했고, 그 캐릭터도 좋아한다. 그의 소심하고 겁 많고 독일인으로서 유대인, 특히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유대인에게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죄의식을 ‘쿠르츠’가 교묘하게 활용하는 그런 역학관계가 정말 흥미로웠다. 그래서 각색 과정에서도 제가 아주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었고, 많은 수정을 하고 새로운 대사도 많이 만든 장면이다. 특히 ‘칼릴’의 형제들을 어떻게 제거했는지, 모사드가 그걸 설명하는 장면이 방송판에는 없다. 거기야말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다.

Q. 드라마를 처음 연출한 것과 왓챠플레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 TV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리틀 드러머 걸’을 한 것은 아니고,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어서 TV라는 형식이 따라오게 된 거다. 원작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굉장히 두껍고 내용이 풍부하다. 그런데 이것을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을 다 없애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모사드의 ‘쿠르츠’의 부하들도 다 흥미로운 인물들이고, ‘칼릴’의 네트워크에 포함된 유럽의 극좌파들, 테러리스트들 그런 사람들도 하나하나 다 중요하다. 분량 때문에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TV 형식을 택했던 거다. 왓챠플레이를 통해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공개하게 된 것은 ‘감독판’이라는 제 애초의 의도가 정확하게 구현된 그 버전을 온전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Q.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배경은 유럽이고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다루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분쟁을 다루는 것에 대해 어려움은 없었는지, 한국 관객에게는 이러한 점이 어떻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저도 잘 몰랐던 이야기다, 문학, 영화, TV 드라마가 좋은 게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그런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혀 관심도 없고 몰랐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는 ‘리틀 드러머 걸’ 소설을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에 관심이 생기니까 예전 같았으면 지나쳤을 기사나 책, 다큐멘터리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더라. 제가 겪었던 그런 과정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도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분단, 냉전, 대결, 군사, 전쟁, 위험,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있는데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 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나. 우리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이 정말 수십 년 동안 계속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더 관심 갖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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