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의 공예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성 물건을 만드는 일’로 정의 된다.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예는 생활에 쓰이는 물건이기 전에 ‘일’이라는 행위가 그 중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윤담 기자 hyd@

공예는 일상의 모든 행위의 조력자이면서 통로다. ‘쓰임’이 소멸된 공예는 표류하는 돛단배와 다르지 않다. 된장이 숙성을 통해 제품이 되듯이 공예도 만든 이의 기술에 사용자의 어루만짐이 더해지는 숙성 과정이 따를 때 완성된다.

▲ 이병언 명인(13-1123-22호)

목공예와 자수공예 결합한 새로운 장르 선보여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영보공예 추송 이병연 명인은 목공예와 자수공예를 접목시켜 새로운 예술세계로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왕의 여자>, <황진이>, <장밋빛 연인들>, <욕망의 불꽃>, <사임당>, <홍길동>, <왔다 장보리> 등에 협찬하며 작품을 선보인 영보공예는 MBC 우수협찬사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드라마 속에 만나본 영보공예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실제로 <왔다 장보리>의 경우 소품을 협찬했는데,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많은 문의가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20여 편 이상의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 소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영보공예의 작품들은 이제는 TV나 영화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보공예의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예술미와 더불어 실용적이라는 점이다. 쓰임이 있는 작품이야말로 진짜 공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추송 이병연 명인은 “작품 제작에 있어 무엇보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동시에 기능성, 인테리어 효과를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작품이 각자의 용도에 맞게 사용되면서 우리의 전통 문화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작품은 실용성과 쓸모가 있고, 다른 것과 잘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장롱과 안방가구 및 다양한 소품들에 자수를 수놓는 작품들은 부유층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작품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병연 명인이 전통자수를 접목시켜 선보인 작품들만 해도 양복장, 의거리장 삼층장, 아기장, 화장대, 문갑 등의 가구류에서부터 좌경대, 손거울, 보석함, 반짇고리 등에 이르기까지 80여 종에 달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결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데, 이는 이병연 명인이 학계의 교수들이나 서양박물관, 미술관 등과 교류하며 스스로 창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 탄생한 것들이다. 이병연 명인은 “내게 공예는 인생이다. 삶에 있어 모든 생각과 사고, 행동이 작품으로 귀결된다”면서 “작품에 사용하는 나무도 품질 좋고 고급스러운 자재를 선별해 사용한다. 여기에 까다로운 동양의 자수를 결합시킴으로써 더욱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예술성과 실용성으로 세계서도 주목받아

지난 1965년 전통공예에 입문한 후 故백태원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이병연 명인. 나전칠기를 배운 후 공예디자인을 시작한 그는 목공예와 자수공예를 결합해 이를 대중화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KDB산업은행이 주최한 국내 최고의 전국공예산업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의 작품은 이제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크기가 큰 가구를 주로 제작해왔다면 앞으로는 대중적인 작은 소품이나 작품을 제작해 전통 공예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대중화에도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명인은 “21세기인 지금 시대의 주거형태 가옥에 맞춰 밝은 톤을 반영하고 실용색상의 미적인 감각을 십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목공예품은 기본적으로 생활용품이기 때문에 예술성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경제부국의 대열에 섰으나 우리문화의 우수함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른다. 우리에게는 세계 선진 문화의 대열에 설 때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화유산이 많다”며 “문화강국의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의 우수함을 세계에 당당히 선보이고 자랑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에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노력하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5월 25일에는 영보공예관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