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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숲으로의 귀향을 꿈꾸다
2019년 03월 15일 (금) 16:42:39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이승훈 작가는 숲을 그린다. 그러므로 말 못하는 숲의 소리 없는 그림이다. 하지만 그림 앞에 선 관객들은 경청하듯 주억거린다. 전시 제목을 보니 <말하는 숲>이었다.

신선영 기자 ssy@

자기만의 방
이승훈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이다. 그가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던 곳이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이 있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한다. 서울로 진학했을 때보다 더 넘기 힘든  산이 된 것이다.

대관령은 그런 산이다. 유년으로의 회귀와 자연으로의 해방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그래서 그는 산으로부터 따뜻한 시선을 받는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눈에 보이지 않는 맑은 영혼들”이 맞아주는 환영의 점이지대이기 때문이다.

   
▲ 이승훈 작가

작품 속 장소는 바로 그들이 호명해준 장소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그는 “아침과 밤 사이나 이승과 저승 사이 같이 분명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경계에 이끌린다”고 말했다. 선적(禪的)이고 정적(靜寂)인 공간에 대한 고찰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한없이 고요하다. 그것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빛이다. 그의 작품에는 모두 빛이 들어간다. 2007년 이후, 네 번째 개인전을 열기까지의 끄나풀이었기 때문이다.

   
▲ 이승훈, (좌) 새벽안개(early fog), 2018, Oil on canvas, 162x80cm (우) 깊은 밤(a deep night), 2017, Oil on canvas, 91x35cm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간 것처럼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었다”는 그는 “고요함도 끝도 없는 고요함은 절망이듯이, 빛을 통해 희망이 있는 고요함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작업 의지를 설명했다. 빛이 그의 심미관인 셈이다. 이 빛의 공간이 그가 표현하고자 한 “자신만의 방”이다.

자신만의 방은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혼자만의 방이다. 누군가는 상상력을 키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정을 되찾기도 하는 자신만의 방을 그는 “고요의 방”으로 명명하고 있었다. 이제 막 귀향한 장군처럼 수양하는 수도승이 되기 때문이다.

   
▲ 이승훈, (좌) 연못(Pond), 2018, Oil on canvas, 130.3x65cm (우) 겨울꽃(Winter flower), 2018, Oil on canvas, 162x70cm

빛의 의미
“전쟁을 마친 장군들은 집에 돌아오면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마치 피 묻은 손을 씻어내듯, 서예 같은 것을 하며 예술 활동을 넘어 자기 수양을 하는 것입니다. 제 작품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그런 역할이란 숲의 역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숲의 언어는 침묵이지만, 그것만큼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돈시켜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작품 <새벽안개>에서 한 남자가 랜턴을 들고 숲의 고요로 들어가는 것도 숲이라는 장소를 빌어 자기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이승훈, 밤의 정원(a night garden), 2017, Oil on Canvas, 116.7x91cm

자기 점검은 집단 논리나 이데올로기에 휩쓸리지 않는 저력을 키워준다. 랜턴은 그 의지의 표상이다. 그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자기만의 서치라이트를 켜둔 것처럼, 빛은 확장성을 가지고 결국 우리를 구출시킨다.

그의 그림에서 빛이 하나 더 개입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바닥을 비추는 또 하나의 불빛으로 말미암아 관객들은 화면 밖의 또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게 된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새로운 세계로의 뜻밖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 이승훈, (좌) 깊은 밤(a deep night), 2016, Oil on Canvas, 72.7x60.6cm (우) 깊은 밤(a deep night), 2017, Oil on Canvas, 162x130.3cm

이승훈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네 번의 개인전을 열고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제예술문화협회 특별대상(일본), 신 미술대전(우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미술세계 대상전 등에서 다수 수상했다. 2020년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갤러리인사아트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NM

   
▲ 이승훈, (좌) 달의 정원(a lunar garden), 2017, Oil on canvas, 145.5x80cm (우) 밤의 정원(a night garden), 2017,Oil on Canvas, 116.7x9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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