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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 변경 재확인 결의안 부결
영국과 EU, ‘노딜 브렉시트’로 파경 맞나
2019년 03월 05일 (화) 00:17:33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2월14일(이하 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 변경 지지 재확인을 위한 결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BBC에 따르면 이로써 메이 총리는 총리직에 오른 이후 10번째 패배를 당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지난 1월29일 의원들이 제출한 브렉시트 플랜B 수정안 7건을 대상으로 찬반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그레이엄 브래디 보수당 의원의 수정안이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가결됐다.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도록 한 캐럴라인 스펠먼(보수당) 등의 수정안도 8표차(찬성 318표·반대 310표)로 가결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서 ‘백스톱’ 유지 결정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에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의 안전장치인 ‘백스톱’ 조항을 제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백스톱 조항을 없애지 않는 대신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분에만 변화를 줄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의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백스톱이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이 엄격히 통제되는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해 만든 조항으로, 브렉시트 전환기인 내년 말까지 영국 전역을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 조항이 발동되면 영국이 EU 관세동맹에서 일방적으로 발을 뺄 수 없게 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엔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무기한 잔류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FT는 메이 총리가 벨파스트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민주통일당(DUP)과 아일랜드 정부가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에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메이 총리는 “영국 의회는 백스톱 조항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발언은 보수당 내 다른 의원들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당내 강경파 유럽리서치그룹(ERG)을 이끄는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앞서 의회가 메이 총리에게 요구했던 건 백스톱 수정이 아니라 백스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백스톱 조항을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는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가결됐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실 대변인은 2월5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하드보더 방지를 위해 대안을 찾고 있고, 거기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백스톱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부분은 시간제한이나 관세동맹 탈퇴 방법”이라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EU 내에서 메이 총리의 ‘백스톱 조항 수정’을 지원하려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마르틴 셀마이어 EU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은 백스톱의 ‘일시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 요구 거부
유럽연합(EU)이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 재협상 요구를 거부했다. 다만 양측은 3월29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에 대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월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지난해 11월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 중 ‘안전장치’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재협상할 수 없으며, 안전장치 조항을 삭제하거나 종료 시한을 규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융커 위원장은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에 대해선 다시 협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이날 회동을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 27개국은 영국의 탈퇴 협정에 대해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융커 위원장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하원 의원들은 지난 1월15일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에서 ‘안전장치’ 종료 시기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영국이 이를 탈퇴하려고 해도 할 수 없어 EU에 종속되고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대거 반대해 승인투표를 부결시켰다. 이어 1월29일 ‘브렉시트 플랜 B’ 투표에서 하원 의원들은 EU와 ‘안전장치’에 대해 재협상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2월14일에는 합의안 변경을 지지한다는 것을 정부가 재확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영국 하원에서 반대 303표와 찬성 258표로 부결시켰다. 이보다 앞서 이날 예정된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제2 승인 투표를 27일까지 미루자는 노동당의 수정 A안도 부결됐다. 반대 322표, 찬성 306표였다.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마감시한을 3개월 뒤로 미루자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수정 I안 역시 의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반대 315표, 찬성 93표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 같은 표결 결거ㅘ가 나온 직후 메이 총리가 자신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의회에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제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결 직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변경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정부는 (3월)29일 EU를 떠날 수 있도록 EU와 함께 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그가 속한 보수당 의원들이 여전히 자신이 재협상을 하기를 원하지만 현 단계에서는‘노딜’이 협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믿고 있다.

유로존 경제,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에 직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재정위기를 딛고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로존은 이제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다음 위기 발발마저 우려해야 하는 시점에 다달았다. 지난 2월7일 EU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6%포인트 하향조정한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2.0%에서 11월 1.9%로 내린 데 이어 또 다시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서 발표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 1.7%보다도 훨씬 낮다. 고조되는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노란 조끼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적 혼란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로존 경제는 이례적일 정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며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국의 공공부채 역시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유로존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온 독일은 1%대 성장률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U집행위는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발표한 1.8%에서 1.1%까지 낮췄다.

지난해 5월 발표치와 비교하면 무려 1.0%포인트 하향조정한 수준이다. 독일은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28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5년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직격탄을 입은 바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글로벌 무역긴장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수출위주인 독일 등의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0%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정책을 통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자신하는 것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EU집행위는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치(0.2%)를 불과 3개월만에 1.0%포인트 낮췄다.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은 CNBC에 “이탈리아는 위험 그 자체”라며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키로 한 은퇴연령 하향, 기본소득 제공 등의 조치가 오히려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연금지출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로 내수가 얼어붙은 프랑스는 수출마저 벽에 부딪히며 올해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스페인 2.1%, 오스트리아 1.6% 등 유로존 19개국 중 그리스와 몰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16개국의 성장률이 나란히 하향 조정됐다.

영국을 포함한 EU 28개 회원국을 기준으로 한 올해 성장률은 1.5%로 3개월 전 발표 당시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는 "경기 둔화가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3월 말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 역시 전망은 어둡다. 같은 날 영국 중앙은행(BOE)은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BOE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3개월 전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008년(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전망치 역시 0.2%포인트 내린 1.5%로 발표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브렉시트의 암운이 단기적으로는 경제 불안, 근본적으로는 경제와 기업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노딜 브렉시트시 관세동맹 탈퇴
지난 2월13일, CNN은 브렉시트 협상 시한이 목전으로 다가오며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deal)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영국 정부와 각국 간의 개별 무역협정 체결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현재까지 영국과 개별 무역협정을 합의한 국가가 칠레, 스위스,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등 7개국에 불과하다며 영국 전체 교역량의 60%가 노딜 브렉시트 충격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국가가 영국의 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교역량은 합계 2.8%에 불과하다. 나머지 97.2%에 해당하는 국가들과는 아직 별도의 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시한에 맞춰 분주하게 준비를 하더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CNN의 전망이다. 영국은 지금까지 EU 관세동맹에 소속돼 다른 EU 차원의 무역협정을 적용해왔다. 애초 영국은 EU와의 합의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1~2년 동안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각국과 무역협정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전환기 없이 곧바로 관세동맹을 탈퇴하게 된다. 한편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노딜 브렉시트’로 파경을 맞을 경우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우리 경제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역설적’ 분석이 나왔다. 다만 우리나라가 대(對) 영국, 대 EU 교역에서 사전·사후 협의를 잘 해낸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난 2월12일(한국시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브렉시트 협상 전개과정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브렉시트 당일인 3월29일까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영국과 EU 사이에 관세장벽이 생겨나고 물류가 완전히 중단되는 등 영국경제에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KIEP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에는 0.088%, 미체결시에는 0.050%의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이 EU와 경제관계가 약해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등 제3국과 경제관계를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받는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경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데 따른 충격이 나타났지만,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탈퇴일이 가까워지는 동안 사전에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 충격이 약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이 한·EU FTA에서 즉시 제외돼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영국과 직접 교역하거나 EU를 통해 간접적으로 교역하는 한국 기업들은 관세장벽 발생이나 브렉시트 당일 물류 중단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비용 상승을 초래해 한국과 EU, 영국의 교역은 지속적으로 압박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KIEP는 “정부는 대화창구를 최대한 활용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불확실성 및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며, EU와도 기존 FTA 개정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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