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5.23 목 09:29 전체기사 l 기사쓰기 l 자유게시판 l 기사제보 l 구독신청 l 광고안내 l 회사소개
> 뉴스 > 피플·칼럼
     
호연지기(浩然之氣)가 필요한 때
2019년 03월 04일 (월) 23:06:05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봄 석달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발진(發陳)이라 한다. 천지에 생기가 솟고 만물이 자라나는 때다.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큰 걸음으로 뜰을 거닐어라. 머리는 풀어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키며 좋은 뜻을 세우도록 하라. 생명이 돋아나는 것을 돕고 살생을 하지 말며, 주되 빼앗지 말고, 칭찬하되 벌을 주지는 말라. 이것이 바로 봄의 기운에 응하는 양생의 법도다.”
고대 의학서 <황제내경> 소문편에는 일년 사계의 변화에 따라 심신의 기운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다룬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봄에 해당하는 이론이 위와 같다. 음력으로 정월부터 삼월까지 석 달이 봄에 해당한다. 전통 동양력에서 1년은 24절기로 나뉘니까, 입춘부터 우수 경칩 경칩 춘분 청명 곡우까지가 봄의 절기다.
이 기간은 음양오행으로 쳐서 목(木)행이 지배하는 절기이며,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일년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다. 중국 제자백가의 시조인 관자(管子: 흔히 ‘관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제나라의 재상)는 목화토금수 오행의 순서대로 절기를 논한 ‘오행편’에서 봄에 지켜야 할 덕목을 이렇게 말한다.

“봄에는 목행이 지배하니 농사준비를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가축이나 야생동물이라도 함부로 죽이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 관리들의 인사고과와 직위조절도 이때 한다. 비축한 물품을 풀어 상을 내리지 않고 형벌을 내리거나 전쟁을 일으키면 군주는 위태로워진다.”
봄은 만물이 살아나는 시기라 무엇이든 살리는 일을 해야 하고 정치도 그래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새겨보면 깊은 뜻이 있다. 사람들은 한 해가 시작될 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따라 일을 시작하는데, 만일 이 시기를 놓치면 한 해가 별 소득 없이 유야무야 흘러가버리고 말 것이다. 동물들이 알을 품고 새끼를 낳는 것도 이 시기다. 만일 이런 시기에 사냥을 하고 가축을 잡아먹으면 번식의 고리를 끊는 결과가 된다. 단순히 살생을 금하라는 윤리적 계율이 아니다. 번식을 해야 할 시기에 씨암탉을 잡아먹으면 집안에 먹을 것이 없게 되고, 야생의 동물을 함부로 잡으면 자연 생태계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공자보다 2백년이나 앞선 BC 7세기의 지도자에게서 이미 생태계를 염려한 교훈이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봄에) 전쟁을 일으키면 군주가 위태로워진다’는 말 역시 단순히 살생을 금하라는 윤리적 의도에서 비롯된 훈계가 아니다. 그가 서두에 전제했듯이 봄철에 모든 국가 사회 정책은 농사 준비를 지원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 시기에 전쟁을 치르려면 노동력을 가진 젊은 남자들이 징집되어 농사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식량부족(가난)이 극한에 이르는 보릿고개에 비축한 식량과 물품을 풀지는 못할망정 전쟁을 위해 오히려 백성에게서 더 거둬들여야 하니 백성들의 마음에는 원망이 생길 것이다. 군주가 위태로워진다는 말은 그로 인해 민심이반이 일어날 것에 대한 큰 경고다.

우리가 고전, 즉 옛말을 들을 때는 흔히 수천년 전 시절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는 생각을 같이 하게 되고, 그래서 거기서 배울 점은 많지 않다고 여기기 쉽다. 표현만 놓고 보면 그렇게 여길 수 있다. 이를테면 인공조명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말이 더 이상 금과옥조가 될 수 없고, 식량과 자원이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고 기상변화까지 겪고 있는 지금 시대의 농부들에게는 고대 농업의 절기론이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투를 틀지 않는데 무슨 머리를 풀라는 것인가. 그러나 표면적인 방법론만이 아니라 내면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보면 고전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위와 추위의 폭이 크지 않더라도 겨울은 겨울이고 여름은 여름이다.
이 겨울에도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었고, 봄기운과 함께 잎눈을 틔우며 소생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봄기운이 일으키는 호르몬의 영향에 따라 부지런히 짝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일 년 사계의 질서는 변함없이 자연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우선 움츠린 어깨를 펴고 여몄던 옷깃을 풀어 몸을 편안하게 하고, 시원시원한 보폭으로 걸으며 좋은 의지를 되새겨 정신을 단정하게 갖춰보자. 봄에 갖춰야 할 기운은 한 마디로 호연지기(浩然之氣)다. 이것으로 심신은 함께 건강해진다. 사회적으로도 옹졸한 시시비비와 잔꾀, 음모술수보다는 호연지기의 대범한 기운이 넘쳐서 건강한 봄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 이은주 한의사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메이커(http://www.newsmaker.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뉴스메이커About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999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오피시아빌딩 14층 뉴스메이커 | 전화 : 02-733-0006 | 팩스 : 02-733-0009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상호
뉴스메이커는 (주)뉴스메이커에서 발행하는 시사종합월간지로서 특정언론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입니다.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뉴스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