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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얼굴과의 관계 맺기 
2019년 02월 15일 (금) 16:49:19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김지숙 작가는 표정 없는 얼굴을 그린다. 이것이 그의 작품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눈코 입 없는 얼굴이 불특정 다수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누구로도 호명될 수 있는 기호로서의 얼굴인 것이다.
 
신선영 기자 ssy@
 
거울 같은 얼굴
   
▲ 김지숙 작가
사실 김지숙 작가가 그린 남성은 그의 아들이다. “내가 아는 것을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내가 아는 아들의 얼굴은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표정으로도 그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엄밀히 말하면 어떤 표정도 그리지 않음으로써 어떤 표정도 담아낼 수 있는 ‘거울 같은 얼굴’을 그린 것이다.
 
그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을 오로지 그만이 지지했기 때문에 지원해줄 사람도 오직 그 뿐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붓대도 내려놓고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근 십 년을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던 그에게도 고초가 있었으니 바로 아들의 표정을 파악하는 거였다. “안면 인식을 잘 못해서 늘 오해 받는 나에게는 두려움이 아닐 수 없었다”는 그는 “행복해 보이면 그저 좋은가 보다라고 짐작하면서도 아들의 표정이 가려져 있을 때는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몰라 늘 고민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는 그만의 방법을 강구했다. “표정을 그릴 때는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만 신경 쓰지만 표정을 지우고 나면 비로소 배경이 보이듯이” 부수적인 것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큰소리보다 작은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듯이 보이지 않을 때 더 보려 함”을 작동시킨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포즈와 제스처가 도드라진 것도 이 탓이다. 아들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거나 지인들과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턱을 괴거나 다리를 꼬는 것만으로도 ‘상활을 알 수 있는 그림’ 또는 ‘존재감이 나타나는 그림’으로 작년 유월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제목은 <어느 피아니스트의 하루>였다.
 
<어느 피아니스트의 하루> 전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장르가 어떻게 되냐”는 거였다. 색감과 표현을 간소화해서 팝아트 같기도 하고 일러스트 같기도 한 회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보다 내용적인 측면을 더 중시하는 그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재현했는지 보다 얼마나 이해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김지숙, 어릴 적 나의 소중한 추억, 2018, Acryilc on Canvas, 45.5x45.5cm
 
얼굴에 대한 기억
김지숙 작가가 본 아들의 하루는 실로 고됐다. 정해진 연습량과 공부량을 소화하기에도 빠듯해서 이렇다 할 취미 하나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수집해온 미니카를 줄 세우거나 인형 뽑기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관람객들도 느끼는 감정이었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과 인고의 시간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표정이 없을지언정 연주회가 끝난 뒤에는 후련함과 노곤함, 축하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서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졸업식 날에는 십대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오는 이십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짬짬이 등받이에 기대 쉬거나 팔짱을 끼고 조는 모습에서는 달콤함과 고단함이 교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계 방향) 스승님의 연주, 2018, Acryilc on Canvas, 91x72cm, 평화 연주를 희망하며, 2018, Acryilc on Canvas, 91x72cm, 타임스퀘어에서의 독주회, 2018, Acryilc on Canvas, 117x91cm, 연주회, 2018, Acryilc on Canvas, 91x72cm
 
그래서 김지숙 작가가 그린 그림은 십대를 보냈던 사람 또는 십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 모두를 주억거리게 한다. “이 사진 나도 있다”거나 “내가 아는 사람과 닮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자신의 사진첩을 열어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 혹은 아는 사람의 얼굴로 계속해서 뒤바뀌며 그때 그 시절과 독대시키는 힘이 그의 작품에 있었다.
 
“아들을 그리면서부터 사람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게 됐다”는 그는 “대학생이 된 아들이 연애를 하다 보니 이젠 어딜 가나 연인들만 눈에 들어온다. 다음에는 연인 시리즈로 기획해서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상기시켜주고 싶다”고 작업 방향을 설명했다. 아들에게 보내는 응원이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치환됐듯이, 아들에게 빌어주는 사랑이 모두에게 빌어주는 사랑으로 전달될 수 있길 기대한다.
 
   
▲ (시계 방향) 연주회를 마치고, 2017, Acryilc on Canvas, 91x72cm, 졸업식, 2017, Acryilc on Canvas, 91x72cm, 친구네 가든 파티, 2018, Acryilc on Canvas, 45.5x45.5cm, 바베큐 파티, 2018, Acryilc on Canvas, 117x91cm
 
김지숙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작년 6월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첫 번째 개인전과 9월 청담동 연우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이어 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 다수의 단체전화 미술제에 참가했다.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는 5월 강남 교보타워 15층 밝은눈안과에서 한 달 동안 전시회를 연다. NM
 
   
▲ (시계 방향) 휴식, 2017, Acryilc on Canvas, 72x91cm, 자전거 여행, 2017, Acryilc on Canvas, 91x72cm, 인형뽑기, 2018, Acryilc on Canvas, 45.5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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