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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될까
남북 정상, 신년사 통해 재개 의지 밝혀
2019년 02월 08일 (금) 03:21:3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남북이 각기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에 호응하고 나섰다. 지난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었다”라며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라고 제안한 데 대한 호응 차원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 남북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을 통한 ‘빅딜’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이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언급한 것은 관련 문제에 대해 ‘톱 다운’ 식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대북제제 문제와 연관돼
남북 정상의 메시지 교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까지는 수차례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문제의 경우 대북 제재와 우리 국민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관광' 자체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필요한 시설 복구 등의 과정에서 제재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사건의 첫 시발점이 된 우리 측 관광객의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이후 이어진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자산에 대한 몰수 및 동결 조치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구체적 조치에는 정상 간 구두 합의를 넘어 남북 간 문서 합의를 통해 관련 기록을 남기는 것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미 ‘조건과 대가 없이’라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우리 측이 또다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북측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측의 전격적인 폐쇄 결정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안이기 때문에 북측에서 우리 측에 역으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조건과 대가 없이’라는 언사를 한 것 역시 이 같은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쉽게 말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서 각기 남북이 안고 있는 장애물을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이라는 ‘빅딜’로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금강산 관광보다 훨씬 복잡한 대북 제재 문제에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정부는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간 자금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자금 전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 말미에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또 한 번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비록 전임 정부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 자금 전용 논리를 내세워 공단의 폐쇄를 결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직접 근거가 되는 무기 개발과 관련한 우려 불식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논리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실제 공단과 관광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연착륙을 위해서는 우리 측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지원 및 투자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개성공단의 경우 일부 입주기업들이 이미 해외나 국내로 사업 및 생산 기반을 재구축한 곳이 많아 실제 공단 가동 후 폐쇄 전 수준의 가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미 2007년부터 추진됐던 개성공단의 2단계, 3단계 개발을 통한 공단의 확장에 대한 청사진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정부의 폐쇄 조치로 인한 사업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는 남측에서의 내부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북 주무부처로 북측과의 실제 협상을 진행할 통일부는 일단 문 대통령의 신년사 언급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발언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라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협력 속에서 제재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남북 간 합의할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부분들을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합의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상황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강경화 장관, 벌크캐시 유입 대안 검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벌크캐시(대량현금) 유입에 대한 대안 등을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런 언급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머지않아 열릴 2차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부분적 제재 완화 또는 면제를 ‘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남북 경협사업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월11일 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제재를 피해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는 연구해봐야 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비핵화특위 간사인 김한정 의원이 밝혔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에게 급여를 ‘송금’하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현물 지급 등으로 우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강 장관은 “이 문제의 해결은 비핵화 조치의 진전과 연동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 내지 검토하겠단 뜻을 밝힌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여러 면에서 대북제재와 얽혀있고 자칫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힌 뒤 강 장관도 잇달아 관련한 언급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월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순전히 개인 생각이지만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서 벌크캐시(대량현금)가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정부가 북한에는 비핵화 진전을 촉구하고 미국에는 남북경협 등 일부 사안에 대해 대북제재를 면제하는 방식의 상응 조치를 제안하려는 구상을 갖고 하고 있는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상응조치 카드로 제시하고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많은 과정이 남아있지만 딜(deal)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북미가 2차 정상회담 때는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있어 1차 때보다 분명한 합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지고 나면 김 위원장 답방은 좀 더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미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2차 정상회담에 임해 추가적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룬다면 이어지는 김 위원장 답방 때 남북이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동안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입장을 명확히 해왔지만 최근 들어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6일(현지시간)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고 우리가 몇몇 매우 확실한 증거(some very positive proof)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신청
지난 1월11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이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북 승인 여부는 남북, 북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신청 건에 대해서는 정부도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자산점검을 위한 방북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9일 입주 기업대표 179명의 방북 승인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했다. 앞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2016년 2월 공단 가동 중단 후 6차례에 걸쳐 방북을 신청했으나 모두 불허됐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에 대해 북한 측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유용된다는 의혹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기업인들의 방북을 재가동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변인은 “여러 가지 요인을 살펴보면서 검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와의 협의를 통해서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남북관계에 대한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이날 북측에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물자수송 등에 관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순연됐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남북 간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수송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타미플루가 외국산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물량 중에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외국산인지 국내산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서 소관 부처에 문의해 달라”고 밝혔다. 남북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30분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소장회의를 열어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남측에서는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에서는 소장 대리 자격으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장이 참석했다.

통일부는 “양측은 최근 남북 간 제기된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했다”며 “남북 간 협의 중인 여러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1월12일 북한 신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하며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민족의 단합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요구’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에서 “(이는)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실현하고 공고하기 하기 위한 중요한 요구”라며 이렇게 밝혔다. 신문은 특히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역사적인 신년사에서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하셨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며 “모든 문제를 철저히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때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로 해석됐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언급한 이후 관영 매체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올해 남북관계 주요 의제로 부각하고 이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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