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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의 향방은
2019년 02월 08일 (금) 03:09:10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1월9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포함된 예산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했으나 회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서 기자 jslee@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 이견으로 촉발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부분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간 제3차 백악관 회동은 지난 1월9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불과 30여 분 만에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만약 연방정부 업무를 재개한다면 한 달 내 장벽예산을 포함한 예산안을 통과시켜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펠로시 의장이 단호하게 “안된다(No)”고 답하자, 테이블을 친 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의 골 깊어져
그간의 ‘강(强) 대 강(强)’ 대치 상황에 비춰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담 결렬은 예상됐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출구전략’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종국엔 ‘국가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날 강경 반응 역시 국가비상사태 발동을 위한 수순 밟기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미 정치권이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결렬 직후 트위터에 “완전히 시간 낭비였다”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그는 펠로시 의장이 ‘노’(NO)라고 대답했을 때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회동 후 “대통령은 자신의 우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오늘 분명히 했다”며 “민주당 지도자들은 셧다운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거들었다. 회동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난해 말 고용지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치 등을 언급, 자신의 실적들을 차례로 열거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남쪽 국경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장벽건설을 거듭 촉구했다. 그간 자신이 밀어붙였던 사안들이 모두 긍정적 효과를 낸 만큼, 장벽연설 역시 그 전철을 밟아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반(反) 인신매매 법안에 서명한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우린 (민주당과의)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합의’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만약 (합의가) 불발된다면 그 길(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 나아가 “내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목적(장벽 건설)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정부 문을 계속 닫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장벽건설에 ‘올인’하는 건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의 협상 결렬 때를 대비한 수순 밟기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변호인들이 지난 3일부터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적법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도 “대통령 주변에선 국가비상사태가 자칫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최종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친(親) 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한 최고의 해법은 의회에서 장벽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면서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장벽건설 예산이 빠진 이른바 민주당표 예산안과 관계없이 국방부 예산과 병력을 동원해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셧다운 사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장벽건설 공약을 지키며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고, ‘하원’을 잃은 공화당으로서도 민주당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연방정부를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날부터 셧다운 해소를 위해 4개의 자금조달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나, 백악관은 “국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합의 없이 4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도, 거부권 행사로 저지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미 정치권이 파국으로 피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이미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위헌’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장벽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고소 진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 슈머 원내대표는 회동 결렬 직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었다”며 “회의장에서 일어나서 그냥 걸어 나갔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일각에선 양측 간 충돌에 임박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최종 수사 보고서 발표까지 맞물리면서 ‘탄핵론’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미 언론들은 “정치권의 ‘기 싸움’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국민 연설 내용에 오류 지적당해
지난 1월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금 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연설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질타를 받아온 주류 언론들은 이번 연설 내용에 여론을 오도하는 허위정보가 담겨 있다면서 따로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해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매일 국경수비대 요원들은 수천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NYT는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수치를 들어 맞섰다. ‘수천 명’이라는 말이 과장됐다는 것. 지난해 11월 CBP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5만1856명을 체포했다. 하루에 1700명 꼴이다. 같은 달 ‘입국 불가’를 통보받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하루 2000명이 될 순 있지만, 이들은 합법적인 입국을 시도하다 거부된 사람들이다. 이들까지 불법 이민자라고 분류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CNN은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숫자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도에 비해 2018년에는 그 절반 수준인 약 40만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8일 국경장벽 예산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의 TV 스크린에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미국인들이 통제되지 않은 불법 이민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57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장벽 예산은 국경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마약 관련 발언도 어폐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로인 중독으로 일주일에 미국인 300명이 사망한다면서 헤로인 90%가 남부 국경을 통해 흘러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2017년 통계상 헤로인으로 매주 28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은 사실이고, 90%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것도 맞지만 거의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통관항을 거쳐 들어온다고 반박했다.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헤로인을 국경장벽으로 막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2년간 전과가 있는 26만6000명의 이민자들을 체포했다면서 이들 중 10만명은 폭행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고 3만명이 성범죄자이며 4000명이 살인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YT와 WP는 전과가 있는 이민자들 중에는 교통법규 위반이나 마약류 소지, 불법 국경 진입 등 비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했다. 또 멕시코와 새로 체결한 무역협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충당할 것이란 말도 거짓말이라고 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NYT는 “아직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는 의회의 비준을 받지도 못했고 만일 통과된다고 해도 이는 미국 기업들이 내는 관세가 낮아지고 미국인의 임금이 올라가는 등의 형태로 보상된다”고 지적했다. WP는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나라가 돈을 잃는 것도 아니고 버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무역 적자나 흑자는 무역 말고도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모든 미국인들이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에 의해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CNN은 이주노동 전문가 조반니 페리 캘리포니아주립대(CSU) 교수의 연구 결과를 들어 “대개 경제학자들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자들이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미국인들이 더 경영·지식기반 일자리로 옮길 기회를 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입장 바뀌었나
미국 정치권에서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비용은 멕시코가 100% 낸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이 지난 1월10일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주 매캘런 지역으로 출발하기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멕시코가 국경장벽 비용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며 “분명히는 멕시코가 수표를 발행한다(write out a check)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돈을 낸다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불리는 우리가 만든 엄청난 합의를 통해 돈을 낼 것”이라고 말한 뒤, 오히려 USMCA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의회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그러면서 “수차례 언급했듯, 멕시코는 우리가 만든 위대한 합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장벽 비용을 낼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국경장벽 건설에 드는 돈을 곧바로 지급받지 않는 대신 향후 USMCA를 통해 그 액수를 보전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장벽 비용을 돌려받는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 온 발언들을 열거하며 그 모순을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6월 국경장벽 공약을 소개하며 “멕시코가 장벽 비용을 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경장벽 논란이 확산하자 그는 “정치인은 멕시코가 돈을 내게 할 수 없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우리는 장벽을 세울 것”이라며 “이것은 100% 멕시코가 돈을 낸다”고 언급했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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