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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충실히 표현하는 문학으로 자본주의 병폐 극복하고 청소년 교육 개선해야
2019년 02월 07일 (목) 01:28:40 최선영 기자 csy@newsmaker.or.kr

마음과 정신의 휴식이 실종됐다. 장기간 지속된 불경기가 우리의 영혼까지 마비시켰다. 사람들은 난무하는 자극적인 동영상에 인간성을 잃고 있다. 깊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즉흥적이며 튀는 행동에 집착한다. 사회의 혼란은 어쩌면 자본주의가 도입되며 근현대화가 시작됐을 때 예측 가능했을지 모른다. 급작스러운 경제 성장을 이룩한 대신 그 대가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중 하나도 문학이다.

고등학생 7명 중 1명은 3년 동안 책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만 558명(남학생 5,583명, 여학생 4,975명)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81권에 불과했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5.64점)가 독서를 안 한 학생(4.75점)보다 높아도 책을 멀리하는 학생들. 아이들이 유튜브 동영상과 게임, SNS 세계에 갇히면서 문학교육이 설 자리를 잃었다. 문학교육의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선영 기자 csy@

동아시아 대표하는 한·중·일 문학이 함께 고민하는 것, 자본주의 
▲ 우신영 교수
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우신영 교수는 최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한·중·일 문학의 현실응전력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6년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에 선정돼 진행한 이번 연구는 자본주의 사회가 분비하는 문제들, 특히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에 따른 인간성의 소진 및 상실에 한·중·일 문학이 대응하는 양식을 상호문화적 시각에서 고찰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학교육을 연구하는 우 교수는 문학을 읽지 않고 겁 없이 크게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현대인을 문학이 바르게 인도하는 방법, 학교에서 이뤄지는 진로교육이 문학과 융합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0년 이후 한·중·일에서 발표된 문학작품 중 문제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공통분모와 차이점을 분석했다. 한국 작가로는 박민규, 김애란, 정미경과 중국 작가 성커이, 연롄커, 비페이위, 일본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 이시다 이라, 사쿠라기 시노 등이 발표한 소설을 선정했다.

우 교수는 각 작품에서 국가마다 콘셉트는 다르지만 자본주의라는 초도덕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급격한 사회·역사적 변곡점, 유교적 가치체계 등을 공유하고 있는 한·중·일 문학을 연구하며 사람들이 동아시아 연구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박민규, 김애란 등은 <카스테라>, <침이 고인다> 등에서 잉여(loser) 세대의 감수성을 강조했는데, 야마모토 후미오는 <플라나리아>를 통해 “앞으로 앞으로, 위로 위로 한눈팔지 않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시스템”은 분명 “천박하다”는 사회부적응자의 독백을 넣어 한국과 일본 문학의 유사점이 발견됐다. 소진된(burn-out) 성과 주체들이 자본주의 시스템 바깥으로 빠르게 밀려 나가며 독자는 과연 건강한 사회인지 되묻게 된다. 두 나라의 특징은 화려한 경제특구도시 ‘선전’을 부유하는 욕망의 허망함(성커이, <중독>)이나 피를 팔고 사며 부를 축적하려다 에이즈에 집단감염되는 마을의 이야기(연롄커, <딩씨 마을의 꿈>)를 그린 문학 속 중국 모습과 맞물린다. 그는 한·중·일 현대소설 분석이 자본주의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문학의 연대 가능성과 저항의 지형도를 그려나갈 가능성을 엿봤다.

책과 문학을 가까이하면 일어나는 기적
우신영 교수는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를 거쳐 지난 2015년 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근무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학습자를 위한 문학 텍스트 읽기/쓰기 방법론 연구가 첫 번째 계열이고, 문학을 읽고 쓰고 가르치는 행위에 깃든 관념과 인식을 탐구하는 연구가 두번째 계열이다. 첫번째 계열의 연구를 대표하는 논문으로는 <창의적 시 해석 방법 연구>와 <경험서사 쓰기 교육 연구>가 있다. 두번째 계열의 연구 논문으로는 청소년작가들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현실 인식을 분석한 <청소년창작소설에 나타난 부모-자녀 서사 연구>, 동화 독서교육에 깃든 젠더 정치의 편향성을 지적한 <동화 독서와 젠더 이데올로기>가 대표적이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고민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능력인데 이는 문학을 많이 접해야 기를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공교육을 마치면 좋은 책과 거의 완전히 절연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화면을 스크리닝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눈보다는, 텍스트를 성찰하는 깊은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학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는 다양한 문화자본으로 부터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문학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청소년 인성 독서사업으로 청소년을 위한 도서를 추천하고 독서편지를 받아 심사하는 교보교육재단의 <책갈피>다. 소년원 재소 청소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문학의 순기능이 작용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문학교육이 공공적 책무성을 담보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청소년들을 위한 문학 독서 경험을 사회적으로 디자인하는 작업에 헌신하고 있다. 문학을 활용한 진로교육과 의학적 감수성 교육 등을 연구하면서 오는 6월 하와이에서 열릴 ‘2019 HUIC STEM/STEAM Conference’에 강연자로 나서 ‘문학과 의학의 융합교육’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학 교과서의 성별 편중성 분석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우 교수에게 문학교육은 한 시대, 한 세대의 감성 구조를 건축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시선으로 비평하고 새로운 목소리로 문학교육을 갱신하는 것이 그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아이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당겨지길 기다리는 불을 제대로 당겨주어 빛나게 하는 문학교육의 길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을 생존 기계로 내몰기보다 문학으로 지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달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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