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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야에서 도원으로 가는 길을 찾다
2019년 01월 17일 (목) 15:18:11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민병훈 작가가 그린 산은 도원을 연상케 한다. 자비로움이 느껴지는 포물선의 능선과 음양오행이 함의하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마치 신선이 살고 있을 법한 이상적인 산을 완성해 냈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가 안평대군의 꿈이었던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 꿈꾸는 이상 세계로의 갈망이 그가 그린 산으로 구현된 것이다.
 
신선영 기자 ssy@
 
산으로 들어가다
   
▲ 민병훈 작가
산은 시간이 퇴적한 장소이다. 그래서 산에 오른다는 것은 퇴적한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생장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으로서 속세를 이탈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속세를 초월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월은 정신적인 영역이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에 속한다. 유형에서 얻어지는 감흥은 일순이지만 무형에서 깨달아지는 이치는 실로 크기 때문에 그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옛 선인들은 산에 기거하면서 도체(道體)로서의 산을 터득했다. 민병훈 작가도 서울의 산야는 물론이고 전국의 명산을 돌아다니며 옛 선인들이 누렸던 은일의 세계를 체험했다. 산을 그리기부터 꼬박 십년이다.
 
정오는 민병훈 작가가 산에 오르는 시간이다. 매일 서너 시간씩 정오의 숲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호사를 만끽한다. 마치 소의 등에 탄 목동처럼, 산으로부터 소의 등만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산 위에서 보면 모든 것이 굴곡져 보인다. 제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도 험준한 바위산도 파고와 같은 일렁임을 전해준다. 이 파장이 야기하는 산에 대한 감명이 숭고한 무언가로 전해질 수 있도록 곡선화한 것이 민병훈의 그림이다.
 
숭고한 것은 총체적으로 다가온다. 먼 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나이테가 시간의 층위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탓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생애만큼이나 굴곡진 생장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사실 생애와 생장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시계(可視界)와 가지계(可知界)를 포치해서 식별 가능한 것으로부터 식별 불가능한 것을 유추하고 식별 불가능한 것으로부터 식별 가능한 것을 도출해 냈다.
 
   
▲ 민병훈, time flows in Dobong mountain, 2014, acrylic on canvas, 49.5x72.5cm
 
일테면 음양오행의 오방색이 그렇다. 오방의 기운에 맞게 배열된 청, 적, 황, 백, 흑의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해서 그의 작품에 한국적인 기운을 불어넣었다. 만약 이 색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곡선만으로 이뤄진 산에서 한국적인 미감을 찾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맥을 잇는 것과도 같다. 오방색을 잇댄 능선의 모양이 봉황의 활개 치는 모습 또는 사찰의 단청 같은 모습으로 한국적인 맥을 뛰게 한다. 그 안에 멈칫하게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은 그의 작품 앞에 서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 민병훈, trail of Beebong peak on dawn, 2012, acrylic on canvas, 45.5x65cm
 
도원에 머무르다
민병훈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에 자신을 그려 넣는다. 작품 속을 유람하는 풍류의 모습으로 대자연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을 아주 작게 그린 탓에 대자연 속의 인간이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하지만, 그건 거대한 생애사 속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과장일 뿐이다.
 
그만큼 그는 파노라마를 즐긴다. 일흔에 이르기까지의 여로를 한 화면에 압축하기도 하고 가족과 명산을 유람하는 사계절을 그리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낙천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풍류를 수신의 한 방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 민병훈, time flows in Bukhan mountain range, 2013, acrylic on canvas, 49.5x72.5
 
근래에는 도시를 접목하는 것으로 발전됐다. 산에서 내려다 본 도시를 바탕으로 자연과 도시 그리고 자신과 도시의 관계망을 조성해 나갔다. 작업 반경을 넓히기 위해 고안한 자구책인데 지난 9월에 열었던 개인전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전통과 현대, 물질과 비 물질이라는 모든 범위를 수용하고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수용해야만 완성되어지는 도원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명으로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그 이상의 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작업 의지다.
 
   
▲ 민병훈, (위) sun,moon and spring awakes nature, 2015, mixed media, 75.2x200cm (아래) sun,moon and four seasons on the mountain, 2014, acrylic on canvas, 40x120cm
 
민병훈 작가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명대학교 평생교육원 한국화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건축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40여 년간 건축가로 활동했다.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민 디자인 오피스를 운영한 그는 지금까지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하고 있다. NM
 
   
▲ 민병훈, Dobong mountain, 2014, mixed media, 50x72.5cm (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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