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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국내 첫 영리병원 올 초 개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개설 허가
2019년 01월 08일 (화) 22:36:21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해 7월 완공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우여곡절 끝에 올 초 개원할 것으로 보인다. 녹지병원이 개원하면 2002년 김대중 정부가 외국자본의 투자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한 뒤 16년만에 국내 1호 영리병원이 탄생하게 된다.

황태희 기자 hth@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2월5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하여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고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며 “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여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총 778억 원 투자
녹지국제병원 투자자인 중국 녹지그룹은 2015년 정부 승인을 받고 계약 조건대로 지난 2017년 7월 말 녹지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그해 8월 개설 허가 신청서를 냈다. 토지 매입과 건설비 668억원, 운영비 110억원 등 총 778억원(자본금 210억원)을 투자했으나 1년 넘게 표류해온 개설 허가 연기로 인건비와 관리비 등 매달 8억5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만약 녹지병원이 개원 불허로 결론이 나면 녹지그룹의 10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이 예상된다. 투자개방형병원은 ‘동북아 의료 허브 구상’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 제주특별법이 제정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본격 진행됐다. 그 핵심이 제주헬스케어타운이다. 서귀포시 토평동 153만㎡에 1조5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의료복합단지를 조성, 의료관광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중국 상하이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은 2012년 국토교통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130억원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그동안 콘도·호텔 등 제반 시설에 6357억원을 투자했다.

녹지그룹은 778억원을 투자해 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에 47병상 규모로 병원을 지었다. 지난해 7월 건물이 완공되자,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진료과목은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다. 주요 타깃은 피부 관리,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의료관광객이다.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녹지국제병원은 보건복지부가 2015년 12월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해 지난해 7월 준공했다. 최종 개설 허가권을 갖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문재인 정부가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인 데다 반대 단체가 공론조사를 청구하자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이를 수용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9월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과 관련한 정부 검토 의견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병원 설립을 승인했지만, 제주도가 결정권을 행사하라고만 명시한 채 정부 차원의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제주도와 공동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애초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도 의료영리화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허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종 허가권자인 원희룡 지사는 행정의 신뢰성과 외국인 투자 정책 대외 신인도, 일자리 창출 등을 고려했다. 원 지사는 “의료 공공성 약화 우려 등을 고려해 외국인 진료에 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공론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조건부 허용으로 급선회하면서 반발도 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원희룡 지사는 도민의 민주적 결정을 희롱하지 말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즉각 불허하라”며 “원 지사는 국민의 명령마저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도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를 뒤집는다면 퇴진운동을 포함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2월6일 “영리병원이 국내 일반병원으로 확산되는 건 국회에서 의료법을 전부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외국인 투자 병원에 대해 정부는 영리병원을 추가로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제주도에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린 뒤, 영리병원 확산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원 지사는 “우려가 현실화되려면, 법을 통째로 뜯어고치려는 그런 시도가 국회에서 있다면 그때는 그걸 따져야 할 것”이라며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녹지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의 불가피성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녹지병원은) 외국인 치료로 한정이 돼 있다”며 “우리의 방어 장치나 절차, 건강 보험 체제가 하루아침에 다 사라진 것처럼 문제제기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도내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사퇴 요구엔 “시민단체가 퇴진하라고 한다고 해서 퇴진하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시민단체는 문제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도지사는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일축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제주의 여러 국제적인 신뢰나 투자 문제, 지역 경제와 일자리 문제, 그리고 전면적인 불허를 했을 때 제주도민들이 져야 될 부담과 피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부작용을 막을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 원희룡 지사에 사퇴 요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 허가하면서 정당과 시민단체의 원 지사 퇴진 요구는 물론 의사들까지 제주도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2월6일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을 조건부 허가한데 대해 “의료체계를 흔드는 시작점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를 열어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영리병원은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문재인 케어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가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규탄했다.

윤 원내대표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원 지사는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 대상 병원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고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민의 뜻을 무시하고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리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를 외국자본에 맡긴 원 지사의 이번 결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민영화 저지 운동본부도 “녹지국제병원에 제기된 국내 병원 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지도 않고 제주도민들이 거부한 영리병원을 허가했다”며 “원희룡 지사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무엇보다 전국에 걸쳐 있는 경제자유구역들에서도 영리병원 개설의 길이 열린 셈”이라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역차별 문제제기나 국내법인의 우회투자는 어찌 대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내 성형외과들이나 건강검진 병원들이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 이번 원 지사의 영리병원 허용이 물꼬 효과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의료비 폭등과 의료 불평등 심화, 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이 우려되는 만큼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운동과 함께 영리병원 설립의 법적 근거를 없애기 위한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 개정 투진도 전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 정치권과 전국 단위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월6일,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를 뒤집은 것은 도민들의 뜻과 민주주의를 일거에 짓밟는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1년 4개월이 넘도록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결정을 미루다가 권고안 수용 약속을 깨고 도민들의 뜻에도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은 결국 곤궁한 처지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자유한국당 입당과 함께 범 보수권의 결집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도지사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변방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권 가도용으로 원 지사가 영리병원 허가 카드를 썼다는 것이다.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은 “오로지 ‘대권’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도민들의 참여와 토론, 그 과정을 통한 공감과 합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도민들의 뜻과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며 “원 지사에겐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한 유불리만이 존재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결국 도민에게 공약을 파기하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원 지사에 대한 신뢰는 물론 제주도정에 대한 신뢰도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책임정치의 실종으로 어떤 도민도 도지사의 약속과 정책을 믿을 수 없게 됐고, 오랜 시간 도민들에 의해 쌓여온 지방자치 발전과 숙의민주주의 성과 역시 한순간에 허물어졌다”고 성토했다. 연대회의는 “원 지사가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벌인 거짓 공약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민의를 배신하는 정치인임이 거듭 확인됐다”며 “그에 따른 책임은 지사직 사퇴로 지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당과 시민단체의 전국적인 반발에 이어 전국 의사들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도 제주도청을 항의방문하며 영리병원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2월6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지사와 비공개로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일단 첫 영리병원 허가가 났기 때문에 향우 진료대상이 내국인으로 확대되거나 진료 과목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으로, 의료법 15조가 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거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 그 어떤 조항에도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적 장치가 없다”며 “만일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이 이뤄지고 결국 법원에서 위법판단이 내려지면 진료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영리병원은 기업처럼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윤이 없으면 진료를 포기하는 등 병원 윤리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도 내국인을 진료대상으로 영리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어 실제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면 영리병원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그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 측, 제주도에 행정소송 예고
전국 첫 영리병원을 허가받은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에 소송 가능성을 내비쳐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녹지병원측은 조건부 허가를 받기 수개월 전부터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월7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병원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원희룡 지사가 12월5일 오후 2시 조건부허가를 발표하고 3시간 뒤인 오후 5시 내국인 진료 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녹지병원측은 해당 공문에서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응 가능성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녹지병원측은 이 공문에서 “사업자의 입장을 묵살했다” “극도로 유감이다” 등의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조건부 허가에 반발했다. 10여개월 전인 지난해 2월에도 녹지측은 비슷한 입장을 공문으로 제주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녹지병원측은 2월 공문에서 “외국인전용 또는 내국인 이용제한 조건허가는 근거가 없거나 오히려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와서 외국인 전용으로 개설허가 받는 건 근본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외국인투자자 신뢰보호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외국인 전용이 아닌 제대로 된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녹지측의 반발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제주도가 공론조사까지 뒤집어가며 조건부 허가한 배경 중 하나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과 한중 외교 관계 악화 등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녹지병원측이 행정소송을 예고하면서 제주도는 허가를 내주고도 소송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직 운영을 시작 안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허가를 제주도가 취소하려면 의료법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뿐이다. 이 같은 조항을 고려할 때 녹지병원측은 병원 개원 후 제주도와 부관(조건)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녹지병원 입장에서는 소송에 져도 외국인에 한해 병원 운영을 계속할 수 있지만 도는 최악의 경우 내국인 진료를 허가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제주도 관계자는 “조건부 허가는 손배소송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며 “녹지병원측의 소송이 들어오면 변호사 자문 등을 받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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