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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말맛이 재미있게 사는 작품 만들고 싶었다”
2019년 01월 08일 (화) 01:52:33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말모이>는 우리말이 사라질 뻔했던 우리 역사다. 주시경 선생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는다. ‘판수’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은 지난 12월 18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말모이>는 순둥이 같은 영화”라며 “까막눈일 때와 조금씩 한글을 알아가고 있는 판수의 변화에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으로 분한 윤계상은 “막상 연기하면서 너무 어려웠다. 류정환으로서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쉽지 않았지만 이런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지금 너무 행복한 마음뿐이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유해진 역시 “사명감을 분명히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구나 라는 게 직접 더 피부로 더 와 닿았던 것 같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유해진은 “드립커피 같다”라는 말과 함께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서 진한 커피가 되듯이 아마 윤계상 씨와는 지금 그런 과정인 것 같다. 저한테는 이제 점점 뜻을 같이하는 동지 개념이 생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너무나 좋은 하늘같은 선배님이자 앞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있는 배우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되고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라며 깊은 애정을 표했다.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
<말모이>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다. 전국의 각 학교에서 우리말 사용과 교육이 금지되고, ‘국어’시간에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배웠던 시대다. 1929년부터 조선어학회에 의해 재개된 사전 편찬 작업이 전국의 사투리를 모아 공청회를 거치는 ‘말모이’의 완수를 마지막 순서로 남겨 놓았던 시기, 점점 더 극악해지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조선어학회에 심부름하는 사환으로 취직한 까막눈과 회원들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가 펼쳐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극적이고 흥미롭다. 전국 각지의 어린 학생들부터 지식인들까지. 나이와 성별, 지식 유무를 떠나 조선인이기에 ‘말모이’에 마음을 모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자연스러운 공감으로 이어진다. 또 선각자들의 항일투쟁을 주로 다뤘던 일제강점기 영화들의 공식과 달리, ‘벤또’가 아닌 ‘도시락’과 ‘가네야마’가 아닌 ‘김순희’라는 말과 이름을 지키고자 일제에 맞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
지금 우리들이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과 한글.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바꿔야 하는 창씨개명까지 이르렀던 일제 통치 기간 동안, 우리말은 과연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영화 <말모이>는 그 의문에서 시작됐다.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들의 ‘우리말 사전 만들기’가 제공한 큰 뼈대 뒤편으로, 영화는 ‘말모이’에 함께 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을 돌렸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평범한 사람의 시선과 변화를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던 엄유나 감독의 사람 이야기는 <말모이>에서도 강력하다. 평범하다 못해 글도 못 읽는 판수와 고지식할 정도로 사전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건 지식인 정환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에 뜻과 마음을 보태는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결국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이뤄지는 것임을 실감 나게 전한다. 사람을 통해 한 시대를 보게 하는 힘을 발휘하는 영화 <말모이>는 탄압과 항일운동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그 시대의 한가운데서 때로는 울고, 때론 웃으며 열심히 살았던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따라간다. 역사의 기록이 놓쳤을지 모를 사람의 이야기. 그것이 <말모이>다. 2019년 1월 9일 개봉 예정이다.

Q.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우연한 계기로 말 모으기 작전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수없이 이름없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서 우리말 지키는 것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저 역시 감동을 받아서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관객에게 그 감동을 같이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

Q. 첫 연출 작업에 임한 소감은?
- <택시운전사>로 작가가 처음 됐다가 <말모이>로 첫 연출까지 하게 됐다.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보니까 현장 자체가 낯설고 두려웠던 게 사실이다. 겁이 많이 났었는데 저희 함께 해주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현장에 막상 나가면 두려움보다는 든든함이 컸던 것 같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Q. 영화에서 1933년 북만주에서 시작되고, 나중에 나오는 창씨개명은 1939년으로 알고 있다. ‘한글’이라는 잡지가 중단이 된 게 1942년이다. 그러면 정확히 <말모이>의 배경은 몇 년도인가?
- 영화 <말모이>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학회 사건을 기본으로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상을 더해서 만들어진 인물이다. 그래서 조선어학회 사건이 1942년에 일어났고 그 직전의 이야기를 시대 배경으로 삼는다고 생각해서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 창씨개명이나 ‘한글’ 잡지의 중단 같은 것들이 딱 그 시기에 시작해서 그 해 그 날짜에 된 게 아니라, 창씨개명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시행됐을 때는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비율을 높이려고 노력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영화 <말모이>는 1941년 극중에 보시면 ‘판수’가 등장하는 극장에서부터는 4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Q. 한글을 영화화할 때 가장 방점을 둔 게 인물의 변화이신 것 같다. 그것과 함께 영화가 너무 교훈적이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았는지?
- <말모이>는 글과 말을 다루고 있다. 글이라고 했으면 더 어려웠을 텐데, 저는 말에 더 집중을 했고요. 그래서 말맛이 좀 사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 우리말이 얼마나 말맛이 재미있는지 그게 느껴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사투리를 포함한 다른 여러 가지 말의 억양의 재미나 말 자체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영화가 교훈적일까’라는 고민은 솔직히 하면서 저는 해본적은 없다. ‘어떤 우리말을 쓰자’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사전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일을 같이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교훈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습니다.

Q. 주요 캐릭터들과 다른 등장인물들 간의 무게 분산, 중심을 어떻게 잡았는지 등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처음부터 <말모이>는 사람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해서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주축은 ‘판수’를 따라가면서 ‘판수’의 성장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판수’를 중심에 놓은 건 사실이다. ‘판수’ 주변의 인물을 어떻게 구성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말모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보이길 원했다. 아이들은 ‘판수’를 계속 따라하고 ‘판수’는 ‘순희’에게 뭔가 말을 따라하라고 시키고, ‘판수’가 ‘정환’의 말을 따라 하기도 한다. 또 ‘정환’이 ‘판수’의 말을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오는 관계를 완성한다고 생각했다. ‘신파로 비춰질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굳이 고민하거나 겁을 먹지는 않겠다. 일제강점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그 시대의 아픔과 그 시대에 희생당하신 분들이 너무 많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쇄하신 분들도 2분이나 계신다.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했고, 그래야만 아버지로서의 ‘판수’, 민중으로서의 ‘판수’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Q. ‘판수’의 아들 ‘덕진’과 딸 ‘순희’로 출연한 아역 배우 조현도, 박예나에 대해?
- 조현도는 연기 경험이 많은 친구도 아니었고, 덕진 역할로 오디션을 본 친구도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결국 덕진 역을 맡게 됐다. 박예나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현장에서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속 깊고 조용한 성격이다. 하지만 액션 사인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맛깔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Q.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영화 ‘말모이’를 통해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험한 세상을 가까스로 혼자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고개를 돌려보면, 함께 걸어갈 사람이 옆에 있다고.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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