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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의 언어 속 은유를 알면 사회가 보인다
2019년 01월 07일 (월) 01:13:32 최선영 기자 csy@newsmaker.or.kr

언어는 사회와 국가를 구별하는 잣대다. 언어의 특징을 보면 민족이나 나라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말을 지배하면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지만 로봇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역, 인간의 언어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선거철만 되면 각 당들은 유권자의 호감을 얻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광고는 문구 하나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 언어에 숨은 비밀, 은유를 주목해야 한다.

최선영 기자 csy@

지난 2018년은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지 꼭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놀라운 선전을 거듭하며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은 오는 2020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 홍보할까. 참 미묘한 차이인데 한국 사람이라면 ‘우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다가가고 있다’라는 문구는 큰 설득력을 못 느끼겠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표현이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아무리 스포츠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도 홍보 멘트에 따라 반응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어로 시간을 표현한 은유, 영어와 구별돼
▲ 김기수 교수
세명대학교 국제언어문화학부 김기수 교수는 한국어 화자들은 시간이동 은유 표현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반면 영어 화자들은 자아이동 은유 표현인 ‘We are approaching Tokyo 2020’을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에 선정돼 ‘실제 이동 경험이 시간에 대한 영어와 한국어 은유 표현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국어는 시간이동 시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을 증명했다.
“한국어 화자들이 시간이동 시점을 더 선호하는 특이점이 여전히 나타나는지와 한국어 표현이 영어보다 시간이동 시점의 선호도가 더 높은지 분석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이동에 대한 사고가 시간에 대한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만 한국어는 영향이 크지 않음이 밝혀져 후속 연구로 실제 이동 경험이 시간에 대한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서울과 제천 세명대학교를 왕래하는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한 대학생을 구분해 중의적인 질문을 던져 답변한 내용을 분석했다. 피험자들의 응답 결과를 서술통계량으로 분석하고 카이스퀘어 독립성 검정과 카이스퀘어 적합도 검정을 실시해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 화자들은 실증적으로 확인된 시간이동 은유를 더 선호했다. 자아이동 시점인 사람들이 시간을 통과해 움직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방식보다 시간이동 시점인 사람은 정지한 상태이고 시간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더 끌린다는 해석이다.

공동연구로 한국인 언어의 은유 특징 분석하는 프로젝트 수행 꿈꿔
김기수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한국어 화자의 특징을 안다면 선거, 광고, 홍보, 산업디자인 등 관련 분야 지식 증진 및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처럼 전혀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을 얘기합니다. 미래처럼 추상적인 것의 지식을 어떻게 조직화하느냐가 은유입니다. 인지언어학에서 은유는 하나의 개념 영역을 다른 개념 영역을 통해 이해하는 인지 기제, 사고의 일상적인 작동 방식입니다.”

그는 지난 25년을 은유 연구에 바쳤다. 1993년 박사학위논문 ‘은유의 인지적 연구’를 시작으로 연구 논문 30여 편을 국외일반학술지(Similarity, Familiarity and Preference for the Metaphor Form, 2003, Journal of PAAL)와 한국영어영문학회(인지문법에서의 환유에 대한 문석, 1998), 한국언어학회(삶과 죽음에 관한 한국어 은유 표현의 인지적 연구, 1997) 등의 국내 여러 학회의 등재학술지에 게재했으며 은유에 관한 이론적 연구와 실험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최근 이동에 대한 사고가 시간에 대한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실증연구 논문 3편을 학회등재지에 게재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한국어 시간 표현에서 시간과 이동의 은유적 연결에 관한 기존의 언어적 증거에 심리적 증거를 새롭게 보탰다는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그는 문화적 가공물(시계, 달력)이 시간에 대한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연구한 논문 2편 작성을 마쳤다. 그 2편이 학회의 등재학술지 12월호에 소개됐다.
이제 그의 연구는 감정과 언어학의 은유로 향해 있다. 그는 코미디 영화, 공포 영화, 119가 출동한 긴급 상황을 본 후 시간에 관한 중의적 은유 표현의 이해에서 시간 이동 시점과 자아 이동 시점 응답률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한국인 화자들의 시간이동 시점 선호 특성을 감정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근거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정치권의 프레임 연구도 갈망한다.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이슈 논쟁이나 선거 캠페인에서 사용하는 프레임을 연구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중도의 프레임을 은유적으로 분석해 한국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인 프레임을 찾고, 그 프레임을 어떤 은유로 채울지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다방면의 연구를 기획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쟁과 가난 속에서 버티며 소극적인 교육을 받은 한국의 역사가 은유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한다. 화자는 수동적으로 정체된 채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익숙한 태도가 은유로 드러난다는 가설이다. 그는 획기적인 결론을 찾는 연구자이자 정치, 통계, 디자인 등과 협업해 실증적 연구 성과물을 발표하는 학자로서 충실히 살고 있다. 또한 세명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소장으로 동료·후배 연구자들의 논문을 발굴하고 학생을 가르쳐 인재로 양성하는 교육자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은유의 전문가이자 언어학 학자로 큰 획을 그은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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