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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통해 좌절과 절망 극복하려는 젊음의 의지 전달하다
2019년 01월 07일 (월) 00:02:20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경구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변천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1962년 소득 100달러 최빈국이 1995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를 넘어 지난 2018년 3만달러를 돌파했다. 밖에서는 유례없는 성공사례로 부러워하지만 안에서는 볼멘소리가 커져 간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몇 해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부각된 ‘헬조선’이라는 용어에서 우리의 상황 인식이 어떤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가진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두드러지거나 열패(劣敗) 의식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이런 그릇된 의식의 돌부리가 사회 발전과 공동체의 진보를 가로막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 군상의 모습을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
▲ 정찬우 작가
“가도 가도 끝없는 이 영혼의 깊은 동굴 속 터널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아 저주인가? 아니면 나만 이런 것일까? 미친 듯이 온몸을 다해 벗어나려 해보지만 언제나 항상 제자리일 뿐이다. 징그럽고 짜증나는 세상만사 귀찮기만 하고 이제 그 흔한 궁금증도 없다. 조그마한 호기심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 작은 호기심마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조각가 정찬우는 예측할 수 없는 불행, 성공여부의 불확실성, 그럼에도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불안과 절망으로 지친 오늘날의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지난해 12월, 조각가 정찬우는 인사동 갤러리H에서 성냥개비 외에도 페트병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로 제작한 <대가리 박아> 시리즈 5점을 전시했다.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고, 사용했던 물건에 빙의해 삶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박제하고 있는 정찬우는 개인적인 군상이 사회에 갖는 불만에 대해 세련된 감각의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해낸다. 그의 작품 속에는 한 개인의 방대한 세계관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아픔, 그럼에도 자신의 공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련의 과정과 함께 기성세대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는 겸연쩍음이 공존한다. <K씨의 고민>에서는 이러한 조각가 정찬우의 고뇌가 잘 드러난다.

▲ 대가리 박아, 혼합재료 150x75x80cm 2017
정찬우는 <K씨의 고민>에 대해 “50t크레인을 불러 무겁고 꽉 막힌 더러운 벽을 한 번에 옮겨 버린다. 지긋지긋한 벽을 싹 치웠는데도 내면은 왜 이리도 시원하지 못하고 허전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왠지 모를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마음의 벽이 진정한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정신이 문제인 것이다. 썩어빠진 정신 상태를 고치려면 뺨을 있는 힘껏 젖 먹던 힘까지 때려도 고치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정말 큰일이다”라고 부연한다. <불안교향곡>에서는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심리적 내면의 불안감이 계속 나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무거운 병적육체를 가까스로 지탱한다. 이런 초라한 나에게 그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불확실성은 우리를 결코 불안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며 또한 무기력하게 만든다. 조각가 정찬우의 작품은 불확실한 위협으로 가득한 삶을 지탱하는 구슬픈 인간의 왕국을 향한 솔베이지의 간절한 소망의 주문과 삶의 축복으로 퇴적되어 있다. 또한 개인의 아픔으로 퇴적된 이 토탄(土炭)들은 법안의 발의조차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의사당을 향한 분노에 불을 붙일 혈기왕성함 정도는 가지고 있다.

작품의 모티브는 치열한 삶의 현장
“이 더러운 연주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아주 멋있게, 이 세상 어디선가 계속 연주되고 있다. 끝이 없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서 느끼는 것은, 나는 한없이 나약한 아주 힘없고 형편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약함으로 한 없이 휘날리고 흔들리는 힘없는 갈대와 같다. 그렇게 살고 있다.”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조각가 정찬우는 대작을 추구하기보다 창작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삶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 스스로가 3포세대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그는 망치와 용접기로 돌을 쪼고 금속을 이어 붙이는 억세고 땀에 젖은 조각가를 추구한다. 그는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들, 또한 평범한 인간들에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조각가 정찬우는 계산적인 예술가보다는 삶 자체를 사랑하고 작품에도 목숨 걸 수 있는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때로는 너무나 적나라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창작에 정진하며 언젠가 첫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을 이룬 저명한 설치미술 작가인 자신의 은사 전수천 교수처럼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조각가 정찬우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

▲ 술먹고 뻗은 놈, 혼합재료 215x215x45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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